차이나 쇼크까지…전 세계 'S공포' 쓰나미
미, '104% 관세 폭탄' 발효…중, '보복 관세' 강경 대응
극단적 미·중 '치킨게임'에…글로벌 증시·환율 '와르르'
2025-04-09 17:16:22 2025-04-09 17:16:22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미국과 중국의 '관세 전쟁'이 본격화했습니다. 미국의 주요 무역 상대 57개국 대상 상호관세가 9일 0시 1분(현지시간) 공식 발효됐습니다. 중국을 겨냥한 34%의 상호관세와 50%의 추가 관세도 동시에 발효됐습니다. 중국은 그간 20%의 징벌적 관세를 물고 있었는데, 이날 추가적인 관세 부과에 따라 미국의 대중국 관세율은 104%가 됐습니다. 이에 대한 맞대응으로 중국은 10일 낮 12시 1분부터 미국산 제품에 34%의 관세를 부과합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강경 대응을 천명한 중국은 한 치의 물러섬이 없습니다. 
 
극단으로 치닫는 미·중의 '치킨게임'에 세계 경제는 발작했습니다. 각 국의 증시·환율은 물론, 국제유가는 배럴당 60달러선까지 무너지며 원자재 가격마저 추락을 면치 못했습니다. 특히 글로벌 관세 전쟁 격화에 물가는 오르고 경기는 침체되는 이른바 'S(Stagflation·스태그플레이션) 공포'가 고개를 들면서 세계 경제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습니다.
 
"끝까지 간다"…퇴로 없는 '전면전'
 
트럼프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중국에 대한 상호 관세를 지난 2일 발표한 34%에서 84%로 50%포인트 상향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은 지난 2~3월 부과된 20% 관세까지 더해 총 104%의 관세를 물게 됐습니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중국이 보복한 것은 실수였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한 대 맞으면 더 세게 받아친다. 중국에 대해 104%의 관세가 발효되는 이유"라고 말했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대미 강경 대응 의지를 재차 밝혔습니다. 중국 관영 <환추시보>, <CCTV> 등은 이날 "중국 경제는 작은 연못이 아닌 큰 바다"라고 한 시진핑 국가주석의 옛 발언을 소개하며 "중국 경제의 자신감을 드러낸 명언"이라고 전했습니다. 이어 "이 바다는 강풍과 폭우를 견뎌내고 무역 한파의 침입을 막아낼 것"이라며 강경 대응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마오닝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1987년 연설이 다시 들어맞는 2025년"이라고 적고 미국 보수의 상징인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과거 연설 영상을 공유했습니다. 이 영상은 관세가 가져올 문제점을 비판하는 내용의 연설이 담겼습니다.
 
9일 중국 베이징에서 주가지수 정보를 보여주는 전광판이 걸려 있는 중개업소 유리에 사람과 건물이 반사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S 공포'에 글로벌 금융시장 '패닉'
 
미·중의 치킨게임에 세계 경제는 혼란과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앞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미중 양국이 무역전쟁을 벌였던 2018년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뿐만 아니라 '차이나쇼크 2.0'이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뒤따릅니다. 중국 정부는 올해 경기부양책 초점을 내수에 맞추면서 제조업 확장에 나서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 있는 중국 수출업체들이 잃어버린 주문을 대체하기 위해 다른 나라로 저가의 물건을 팔게 되면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피해는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같은 이유로 7년 만에 촉발된 트럼프발 관세 전쟁에 미국 내에서마저도 마이너스 성장률은 물론, 'S 공포'가 전방위로 확산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12개월 안에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확률을 기존 35%에서 45%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지난달에 20%에서 35%로 올렸는데, 또 높인 것입니다. JP모건체이스도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3%에 1.6%포인트나 낮춘 -0.3%로 끌어내리면서 "올해 세계 경제 침체 확률이 40%에서 60%로 높아졌다"고 분석했습니다.
 
'S 공포'는 이미 글로벌 금융시장을 덮치며 불안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일 상호관세 부과를 발표한 이후 뉴욕증시는 지난주 마지막 2거래일 동안 최대 10% 넘게 폭락했습니다. 특히 마지막 거래일인 4일에만 3대 지수 모두 6% 가까이 폭락하며 2020년 팬데믹 이후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유럽증시 역시 범유럽증시 벤치마크인 스톡스유럽600지수가 5% 넘게 급락한 가운데, 독일과 영국, 프랑스 증시 모두 4% 넘게 내렸습니다. 아시아 증시에선 아시아다우지수가 3.41% 급락했고 일본이 2.75%, 홍콩과 인도가 각각 1.52%, 1.22% 주저앉았습니다.
 
한국 역시 관세 전쟁 여파에 연일 증시는 물론, 원·달러 환율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0.9원 오른 1484.1원에 거래를 마치면서 2009년 3월 13일(1483.5원) 이후 16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코스피지수 2300선, 코스닥지수 650선도 동시 붕괴되면서 금융시장의 패닉이 심화했습니다. 
 
'S 공포'는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마저 무너지게 만들었습니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59.58달러로 전장 대비 1.12달러(1.85%) 하락 마감했습니다. WTI 가격이 60달러 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21년 4월 이후 4년 만입니다. 구리, 니켈, 알루미늄 등 산업계 기초 원자재 가격도 일주일 사이 8% 넘게 떨어지면서 글로벌 원자재 공급망이 얼어붙을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습니다.
 
윌리엄 더들리 전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블룸버그 칼럼을 통해 "관세 정책에 따른 스태그플레이션은 가장 낙관적 시나리오"라며 "더 심각하고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더 높은 인플레이션을 동반한 완전한(full-blown recession) 경기 침체로 빠지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8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행정명령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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