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건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책임준공형 사업 손실로 부동산신탁사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부실 사업장에 대한 자금 출혈이 이어지면서 일부 신탁사의 부채비율은 100% 넘게 치솟고 있는데요. 주요 신탁사들은 위기 탈출을 위해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신탁방식 역시 소유주들의 외면을 받고 있습니다.
9일 나이스신용평가가 13개 주요 부동산신탁사의 사업보고서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평균 부채비율은 97.4%로 집계됐습니다. 전년보다 41.1%포인트 증가한 것으로 2022년 32.5%에서 크게 뛰었습니다. 부채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무궁화신탁으로 168.1%였습니다. 전년 80.9%에서 87.2%포인트 늘었습니다. 무궁화신탁은 영업용순자본비율(NCR)이 금융감독원 기준에 미달해 지난해 경영개선명령을 받았습니다.
한국투자부동산신탁의 부채비율은 167.6%로 전년 47.7%에 비해 3.5배 가량 높아졌습니다. 신한자산신탁의 부채비율은 전년보다 7배가량 증가한 155.2%를 기록했으며, 대신자산신탁과 대한토지신탁도 각각 149%, 140.4%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전년도 48.6%, 95.7%와 비교해 크게 증가한 수치입니다. KB부동산신탁은 129.3%의 부채비율을 기록하는 등 13곳의 부동산신탁사 가운데 6곳이 부채비율 100%를 넘었습니다.
부동산신탁사의 차입금 의존도(총자산 대비 총차입금의 비율)도 34%로 전년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아지며 수치가 악화했습니다. 부실채권으로 분류되는 고정이하자산비율 역시 같은 기간 45%에서 55.3%로 10.3%포인트 상승했습니다.
지난해 4분기까지 국내 14개 부동산 신탁사의 합산 순손실은 4055억원으로 집계됐는데요. 몇 년 동안 지속됐던 성장세가 꺾였죠. 신탁사가 부실 사업장에 자체 투입한 자금인 신탁계정대여금도 급증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기준 7조6634억원 규모인데 이는 2년 전인 2022년 12월 말 2조5828억원과 비교해 세 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경기 악화 속에서 분양을 통한 수익 회수가 어려운 상황인데요. 대손 부담은 분양률이 저조한 사업장에서 계속 이어질 전망입니다.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 (사진=뉴시스)
수주는 주는데…줄 잇는 소송
책임준공형 사업장에서 발생한 분쟁으로 소송 건수도 크게 늘었습니다. KB부동산신택은 책준 위반으로 올해에만 3곳의 사업장이 소송을 당했습니다. 1월에는 부산시 해운대구 오피스텔 개발사업과 서울시 서대문구 도시형생활주택 개발사업에서 책준 의무 위반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는데요. 책준형 손해배상 소송을 포함해 지난해 말 기준 회사가 피고로서 계류중인 소송 사건은 28건으로 소송 가액은 1219억입니다. 신한자산신탁은 총 10건의 책준형 신탁 손해배상 소송을 당했으며, 소송금액은 2686억원에 달합니다.
부동산 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부동산 신탁사들이 고전하고 있습니다. 한국기업평가는 최근 한국자산신탁에 대한 기업신용등급과 무보증사채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한국자산신탁에 대한 등급 전망을 'Stable(안정적)'에서 'Negative(부정적)'로 변경했습니다. 실적 저하와 더불어 저조한 수익성 지속, 자산건전성 하락이 예상되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습니다.
한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부실 우려와 막대한 수수료 부담 등으로 재건축 시장에서 신탁방식으로 추진되던 강남·강북 주요 단지들이 조합방식으로 선회하고 있습니다. 서울 목동신시가지 7단지는 최근 소유주 투표를 진행한 결과 70%가 조합방식을 선택해 신탁방식에서 조합방식으로 전환이 확정됐습니다. 목동신시가지 1단지 재건축준비위원회는 코람코자산신탁을 예비신탁사로 선정하는 내용의 안건을 논의했지만 최종 부결됐습니다.
신탁사는 신탁보수와 사업관리 수수료 등을 통해 수익을 얻는데 조합방식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면 수익 기회가 줄어들게 돼 규모가 큰 사업일수록 이익 감소 폭이 커질 수 있습니다. 지난해 부동산 신탁 보수는 19.7% 감소한 8141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신규 영업이 부진하고 공사를 진행하는 사업장이 크게 줄어든 것이 영향을 미쳤습니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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