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각지대' 넓은 중대재해 대상 시설…시설물안전법 등록은 14%
정부 부처·지자체, 대상 시설 2만5449개 관리…FMS의 14.27% 불과
중대시민재해 대상, 법규서 소규모 시설 제외…경실련 "매우 제한적"
"법 실효적 시행 매우 미약…새 정부가 방치 않고 효과 작용케 할 것"
2025-04-09 15:38:50 2025-04-09 15:38:5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지 4년째지만, 중대시민재해 대상 시설물에 대한  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시설물안전법)'에 등록된 시설물 가운데 정부·지방자치단체가 관리하는 중대시민재해 대상은 14%에 불과합니다. 건축물·교량·터널 등 관리의 사각지대가 너무 넓어 시민이 사망하거나 다치는 일을 방지하기가 힘들다는 뜻입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9일 발표한 '중대시민재해 대상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정부 부처와 광역지자체·기초지자체 등 249곳이 중대시민재해 대상으로 지정·관리하는 시설물안전법상 공중이용시설은 총 2만5449개입니다. 올해 3월 기준으로, 시설물통합정보관리시스템(FMS)에 등록·관리된 시설물 17만8897개의 14.27%에 불과합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관계자들이 9일 서울시 종로구 경실련 강당에서 중대시민재해 대상 현황 분석 발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결이유는 중대시민재해 대상이 시설물안전법 시설물 중에서 제3종시설물 등 소규모 시설을 빼고 규정돼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중대시민재해 대상에 들어가는 건축물은 16층 이상이거나 연면적 3 이상입니다. 이에 반해 시설물안전법상 제3종시설물에는 11층 이상 16층 미만 또는 연면적 5천㎡ 이상 3만㎡ 미만인 건축물이 들어갑니다. 또 중대시민재해 대상인 교량은 연장 100m 이상이지만, 제3종 시설물의 교량은 경우에 따라 연장 100m 미만이나 20m 미만을 포함합니다.
 
따라서 시설물안전법 시설물의 14.27%에 불과한 중대시민재해 대상을 확대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윤은주 경실련 도시개혁센터 부장은 "현재 중대시민재해 대상이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을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시민 납득할 수 있는 범위로 확대해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그렇다고 시설물안전법만 적용해 시설들을 관리한다고 해서 시민들의 안전이 완전하게 담보되는 것도 아닙니다. 김정곤 도시개혁센터 정책위원장은 "예를 들어 어느 건축물이 시설물안전법 대상이라면, 건축물의 구조적인 안전이나 구조 공학적인 관점에서의 법 적용만 받게 돼있다"며 "지진 등을 견딜 수 있는 안전만 보고, 설비에 의한 화재 같은 일들은 해당하지 않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시설물안전법상 공중이용시설 등 중대시민재해 대상을 관리할 때 법 적용이 애매하다는 문제도 지적됐습니다. 김 위원장은 "중대시민재해는 기존에 있는 법들을 준용해서 관리하는 형태"라며 "어떤 내용을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준수해야 하는지 열거하지 않고, (준용할) 관계법령이 어느 범위까지인지 명확하게 제시돼있지 않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광역단체는 각자 관계법령 범위를 자체적으로 정의해서 가이드화해 배포하는 상황"이라며 "각 지자체별로 약간 다르게 내용을 정의하는 경우가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경실련 관계자들은 조기 대선을 맞아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중대시민재해 정책이 이슈가 됐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황지욱 도시개혁센터 이사장은 "3년 전 이 법을 처음에 만들었을 때는 상징적인 의미가 컸다"며 "3년 동안 사실 법의 실효적 실행은 되게 미약했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단순히 처벌하고 처벌 안하는 문제가 아니라 국민 생명과 직결된 문제"라며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법을 새 정부에서는 방치하지 않고 아주 구체적으로 구체적 상황을 집어넣어서 예방적 효과 크게 작용할 수 있게 하는데 의무를 다하고자 한다"고 말했습니다.
 
권오인 도시개혁센터 국장도 "대선 시즌도 맞고 해서 오늘 나온 내용들이 대선 후보들에게 잘 전달됐으면 하는 바람도 있다"고 했습니다.
 
한편 중앙정부와 지자체가 지정·관리하고 있는 중대시민재해 대상은 △시설물안전법상 공중이용시설 2만5449개 △실내공기질 관리법(실내공기질법)상 공중이용시설 4324개 △공중교통수단 423개 △원료·제조물 8763개 등입니다.
 
자료를 요청한 기관 249곳 중 제대로 답변한 기관은 230여곳이었다고 경실련은 설명했습니다. 강원 양양군, 경북 울릉군, 경북 고령군, 충북 청주시, 세종시 등 5곳은 답변이 요청 양식에 맞지 않았습니다.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취지 자체가 특정 답변을 제대로 안한 기관이나 지자체에 대해서 비난하기 위한 목적 아니고 현황 파악하자는 취지"라며 "(정확한 숫자 아닌) 230여곳이라고 명시한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경실련은 작성·관리하고 있는 중대시민재해 대상 리스트 자료 제출도 요청했으나 리스트까지 제출한 정부와 지자체는 119곳으로 전체 249곳의 47.8%에 불과했습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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