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종관 기자]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21대 대통령선거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김 지사는 IMF(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등을 극복한 경험, 국제 무대에서의 네트워크 등을 강조하며 '대한민국의 유쾌한 반란'을 일으키겠다고 했습니다. 특히 "정권 교체만으로는 안 된다. 정권 교체, 그 이상의 교체가 필요하다"면서 대통령 임기를 3년으로 단축하는 개헌, 경제 대연정을 통한 새로운 경제체제 등을 내세웠습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9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자동차 부품 관세 대응을 위한 미국 출장에 앞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기 위해 걸어오고 있다. (사진=뉴시스)
김동연 지사는 9일 오전 9시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출국장에서 21대 대선 출마를 선언했습니다. 그는 "이대로는 안 된다는 절박감으로 출마한다. 이대로 정권 교체만 하면 나라가 더 나아지고, 국민의 마음을 한데 모을 수 있다는 희망이 생길까"라며 "정권 교체, 그 이상의 교체가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그 길은 '모두의 나라, 내 삶의 선진국'에 있다"면서 "모두의 나라, 내 삶의 선진국이란 국민 개개인의 권리와 존엄이 존중받고 국민적 에너지를 하나로 모으는 나라, 세계 10위권 경제 규모에 맞게 한 사람의 생애가 질 높게 보장받을 수 있는 나라"라고 했습니다.
또 "상식과 양심이 밥 먹여주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돈과 기득권 앞에서 죽어가고 있는 상식과 양심을 바로 세워 편법과 불법이 통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정직한 사람, 땀 흘린 사람, 남을 배려하는 사람이 잘사는 세상을 함께 만들어야 한다"면서 "내란 종식을 넘어 불평등 종식이야말로 진정한 이 시대의 과제다. 무너지는 경제와 민생을 살려야 할 때"라고 말했습니다.
김 지사는 그러면서 "저 김동연은 할 수 있다. 1998년 외환위기, 2008년 금융위기,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후 첫 경제부총리, 경제위기 때마다 이를 극복하고 해결한 경험과 노하우가 있다"며 "30년 넘게 쌓아온 국제 무대에서의 경험과 네트워크가 있다. 제가 잘할 수 있고 제가 꼭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대한민국의 유쾌한 반란을 일으키겠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9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자동차 부품 관세 대응을 위한 미국 출장에 앞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김동연 지사는 대선 출마 선언을 통해 크게 세 가지를 공약했습니다. 첫째로는 "권력을 내려놓고 기득권 개혁에 앞장서겠다"는 겁니다. 김 지사는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 결선투표제, 총선과 선거 주기를 맞추기 위한 대통령 임기 3년 단축 등으로 제7공화국의 문을 여는 마중물 역할을 하겠다"며 "기획재정부와 검찰은 해체 수준으로 개편하겠다. 공직사회에 대한 법조 카르텔을 깨고 선거제도 개혁, 국회의원 특권 폐지, 정치 바우처 등 기득권으로 가득 찬 정치판도 바꾸겠다"고 했습니다.
둘째로는 "불평등 종식을 위해 역사에 남는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겠다"며 "경제 대연정으로 국민의 삶, 대한민국 경제 지도를 다시 그리겠다. 불평등 경제를 극복하고 기회의 나라로 만들겠다"고 했습니다. 이를 위해 △대기업은 일자리, 노동자는 유연화, 정부는 규제개혁을 주고받는 '기회경제 빅딜' △10개 대기업 도시를 만드는 '지역균형 빅딜' △기후산업에 400조원 투자하는 '기후경제 빅딜' △간병국가책임제로 간병 살인을 막는 '돌봄경제 빅딜' △감세 중단과 국가채무비율 조정으로 200조원의 재정을 마련하는 '세금-재정 빅딜' 등을 '5대 빅딜'로 제안했습니다.
김 지사는 마지막으로 "정직하고 당당한 대통령이 되겠다"면서 "실천하지도 못할 공약으로 장밋빛 거짓말하지 않겠다. 포퓰리즘 정책을 하지 않겠다. 무책임하게 감세를 남발하는 경제 운영도 하지 않겠다. 국민 앞에서도, 국제적으로도, 당당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했습니다.
김 지사는 특히 "저는 계파도 조직도 없다. 정치공학도, 포퓰리즘 사이다 발언도 할 줄 모른다"면서도 "나라를 걱정하는 국민이 저의 계파고, 경제를 걱정하는 국민이 저의 조직"이라고 했습니다. 민주당에서 이재명 대표를 사실상 대선주자로 추대하는 분위기가 형성된 걸 우회적으로 겨냥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대신 김 지사는 3무 3유 선거운동을 강조했습니다. 3무란 △선거 기간 중 네거티브하지 않겠다 △세력 과시형 선거대책위원회 조직 만들지 않겠다 △조직 동원하는 선거 하지 않겠다 등입니다. 3유란 △비전과 정책으로 경쟁하겠다 △단기필마의 자세로 선거하겠다 △자원봉사자, 청년 등 국민과 함께 '젊은 선거'를 하겠다 등입니다.
김 지사는 대선 출마 선언 후 기자들이 이재명 대표와의 차별점을 묻자 "제겐 경제, 글로벌, 통합 측면에서 다른 후보들보다 많은 노하우가 있다"며 "출마 선언 전엔 문재인 전 대통령과 통화했다. '최선을 다하라', '더 큰 대한민국을 만드는 데 중심에 섰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다. 기대에 부응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의 메시지를 강조한 건 친노(친노무현)·친문(친문재인) 세력을 규합하려는 의도로 풀이됩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9일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에서 자동차 부품 관세 대응을 위한 미국 출장에 앞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편, 김 지사가 인천공항에서 대선 출마를 선언한 건 이날부터 12일까지 미국 출장이 예정된 탓입니다. 김 지사의 대선 출마 선언도 미국 출국 보고와 함께 진행됐습니다. 김 지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부과 정책에 대응하고자 미국 완성차 3개 회사(GM, 포드, 스텔란티스)를 방문할 예정입니다.
애초 김 지사는 대선 출마를 선언할 별도 장소를 고민했던 걸로 알려졌습니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당초 경기도 성남시, 서울 청계천, 광화문광장, 여의도 등이 출마 장소로 고려됐다"며 "갑작스럽게 미국 미시간주 출장 일정이 잡혔다. 하지만 출장서 귀국한 뒤 대선 출마를 선언하기에는 너무 늦는다고 판단했다. 인천공항 출국길 말고는 (출마 선언을 할) 시간이 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결국 미국발 관세정책에 대한 대응이 대선 출마 일정과 맞물렸고, 부득이 출장길에서 출마 선언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입니다. 하지만 김 지사에겐 이 일이 경제문제 해결의 적임자 이미지를 부각하는 효과도 있을 걸로 보입니다. 실제로 김 지사는 12·3 계엄 사태 이후 해외 정치인과 기업인, 국제기구 관계자 등에게 수차례 서신을 보내면서 한국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고 협력을 요청하는 '서신 외교'를 펼친 바 있습니다.
차종관 기자 chajonggw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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