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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토마토 이성은 기자]
기업은행(024110)이 중소기업금융채권(중금채) 발행 한도를 대폭 늘리며 중소기업 지원을 강화하고 있지만, 이자 비용 증가와 건전성 악화라는 '이중고'에 직면했다. 중금채를 통해 대출 재원을 마련하며 수신 구조가 변동했으나, 경기 침체로 중소기업의 경영난이 심화되며 재무 지표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
기업은행 본점(사진=기업은행)
중금채 발행 한도 지속 확대…올해만 22조원 증가
8일 공공기관 경영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올해 중금채 발행 한도는 275조원이다. 이중 원화 중금채가 269조원, 외화 중금채가 41억달러(약 6조원)다. 지난해 원화 중금채 발행 한도는 247조원으로 올들어 22조원 증가했다.
중소기업금융채권이란 1982년부터 기업은행이 발행하는 중장기자금 조달수단이다. 중소기업에 대한 투자와 중장기 대출 재원 마련이 목적이다. 채권 만기는 30년 이하로 채권 종류는 변동금리채권, 고정금리채권 등이다. 금리는 발행 시점 시장 상황에 따라 결정한다. 원화 중금채는 시장과 창구에서, 외화 중금채의 경우 미국과 유럽, 아시아 등지에서 공모와 사모 방식으로 발행한다.
중금채 발행은 중소기업에 대한 조사연구 업무와 함께 기업은행의 주요 업무로 꼽힌다. 중소기업의 원활한 경제활동을 돕고 경제적 지위 향상을 도모하는 것이 설립목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중금채는 예금자 보호대상이 아니어서 예금보험공사에서 지급하는 보험료에 대한 부담이 없다. 현재 은행에 적용되는 보험요율은 0.08%다.
지난해 원화 중금채 발행액은 208조1480억원이다. 상환액은 69조8550억원으로, 2024년 말 기준 잔액은 138조2930억원이다. 발행 이래 원화 미상환 잔액을 합한 규모는 179조9422억원으로, 전년 말 잔액 총액인 168조2004억원보다 늘었다.
기업은행의 총예금에서 중금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해서 증가 추세다. 지난 2021년 전년 대비 감소해 50%로 하락했을 뿐, 이후 꾸준히 늘어났다. 2024년 중금채 비중은 58.7%로 전년 말 대비 0.9%p 증가했다.
기업은행은 중금채 한도를 늘리고 있으나 되레 재무 지표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기업은행의 수신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저원가성 예금이 아닌 중금채이기 때문이다. 전체 수신 중 저원가성 예금은 32.1%에 불과하다. 창구를 통해 조달한 중금채 비중인 32.6%에도 미치지 못한다.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적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6월을 기점으로 3분기와 4분기 저원가성 예금 비중도 감소세다. 지난해 6월 말 기업은행의 저원가성 예금 비중은 33.4%에서 반년 만에 1.3%p 줄었다.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비중이 낮은 신한은행도 지난해 말 저원가성예금 비중은 36%로 기업은행에 비해 3.9%p 높다.
증금채 규모만큼 이자비용 늘고 건전성 악화
중금채가 기업은행의 수신 포트폴리오에서 차지하는 비중만큼 이자 비용에 미치는 영향도 가장 크다. 기업은행은 중금채에 비교적 높은 수준의 금리를 적용해 판매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발행한 1년 만기 중금채 금리는 창구 발행 3.2%, 시장 발행 3.17%다.
8일 기업은행의 홈페이지에서 인기 상품으로 표기된 적금 상품의 경우 12개월 기준 기본 제공 금리가 연 2.79%와 2.8%다. 적립식 중금채는 같은 기간 3%를 제공한다. 예금 상품의 경우에도 주거래고객 대상 등 특수한 상품을 제외하면 중금채 상품의 기본금리가 가장 높다.
1년 미만 단기중금채의 경우 연 2.83%, 1년 기준으로는 2.7%의 기본 금리가 적용된다. 정기예금의 경우 높으면 연 2.55%, 낮으면 연 2.1%의 기본 금리가 적용된다. 저원가성 예금 대신 중금채의 비중이 커질수록 이자 비용이 부담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기업은행의 이자수익은 17조2870억원으로 전년 대비 2.7% 증가했으나, 이자비용은 6.9% 늘어나면서 순이자손익은 감소했다.
기업은행의 중금채 한도가 늘어나는 만큼 발행 규모는 지속적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재무상태표에서 월 중 평균잔액 기준 기업은행의 지난해 중금채 규모는 181조원이다. 1년 전에 비해 6.8% 증가했으나, 중소기업대출 성장률은 5.7%에 그쳤다.
중금채 증가율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전체 대출에서 중소기업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오르고 있다. 지난해 기업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은 247조1920억원이다. 전년 말 233조6520억원 보다 13조4440억원 증가한 규모다. 다만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중소기업의 상황도 좋지 못해 기업은행의 건전성 지표는 꾸준히 악화되고 있다.
기업은행의 지난해 4분기 고정이하여신비율은 1.34%로 전년 말 1.05% 대비 빠르게 올랐다. 특히 지난해 말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같은 기간 33.8% 증가했다. 기업은행의 상각과 매각 규모는 917억원으로 불어났으나, 고정이하여신은 4271억원으로 증가했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IB토마토>에 “조기경보와 신용위험 특별점검 등을 통해 선제적으로 관리하면서 대응방안도 마련 중”이라며 “고정이하여신 감축도 지속 추진해 건전성을 개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성은 기자 lisheng124@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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