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대한민국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습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새 대통령을 선출하는 것인데요. 헌법에서는 대통령이 파면되면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정해졌습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탄핵됐을 때(2017년 3월10일)도 정확히 60일 후인 5월9일 조기 대선을 치렀죠. 60일짜리 대선은 통상의 대선과 다르게 숨가쁘게 치러집니다. 향후 60일을 가늠해보기 위해, 토마토Pick이 8년 전 60일을 되돌아봤습니다.
지난해 3월 상공의날 기념식에 참석한 윤석열 전 대통령. (사진=뉴시스)
청와대 떠난 박근혜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직후 시민단체와 몇몇 소수정당들은 박 전 대통령이 즉각 청와대를 떠나야 한다며 집회를 벌였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파면 이후 청와대에 머무르다 이틀 후인 12일 강남구 삼성동 사저로 이동했는데요. 당시 사저 보일러 수리 등 정비가 마무리되는 대로 이동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많은 이들이 이에 납득하지 않았죠. 일각에서는 국정농단 사태 관련 재판에서 증거인멸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는데요. 당시 노동당은 탄핵 직후인 11일 박 전 대통령을 건조물침입(퇴거불응), 업무방해, 군사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형사고발하기도 했습니다. 윤석열의 경우 내란죄 수사 때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해 한남동 관저에서 나오지 않는 등 이상 행동을 보인 바 있지만, 이번엔 별 수 없이 관저를 비우게 됐습니다. 관저 퇴거 후 별도 사저에서 지내던 다른 대통령들과 달리 윤석열은 사저는 주상복합아파트인데요. 경호 인력 배치 등 여러 골치아픈 문제가 생길 것으로 보입니다.
검찰 조사, 이후 구치소로
박 전 대통령은 사저로 돌아간 뒤 서울중앙지검에 소환돼 본격적으로 수사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박 전 대통령은 뇌물수수와 직권남용, 강요 등 13개 혐의를 받았는데요. 첫날 14시간에 걸친 조사를 받다가 열흘 후 구속수감됐습니다. 윤 전 대통령은 한 차례 구속됐다가 현재 풀러난 상태인데요.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지만, 향후 검찰이 추가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도 있고, 법원의 직권구속도 가능하기 때문에, 윤석열이 사저에 계속 머무를 수 있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3명→1명, ‘일극’ 민주당
2017년 민주당에서는 박 전 대통령 탄핵이 기정사실화 되면서 후보들이 난립했습니다. 당시 최종 경선 후보는 문재인 전 대통령과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 그리고 이재명 현 민주당 대표였는데요. 이번에도 김경수 전 경남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동연 경기지사 등이 하마평에 오르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이 대표의 일극체제라는 게 공통된 평가입니다. 지난달 선거법 2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조기 대선의 유일한 걸림돌이었던 사법리스크에서도 자유로워진 게 결정적이었습니다. 민주당의 후보 경선은 이변 없는 밋밋한 이벤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023년 11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대구 달성군 박근혜 전 대통령 사저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뉴시스)
극우 색 두드러진 국힘
2017년 당시 여당이던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에서도 김관용·김진태·안상수·원유철 등 여러 후보가 나왔는데요. 홍준표 현 대구시장이 경선에서 과반으로 대선 후보로 선출됐습니다. 다만 당시엔 바른정당이 떨어져 나간 상태였고, 대선 판세가 안철수 당시 국민의당 후보와 문재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양강구도로 점쳐지면서 아예 조명도 받질 못했습니다. 오히려 ‘패전투수를 뽑는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였죠. ‘탄핵당한 대통령을 선출한 당’이라는 리스크가 컸기 때문인데요. 반면 이번에는 당선 가능성과는 상관 없이 당내 경선이 민주당보다 치열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윤 대통령이 일찌감치 극우 노선을 타면서 탄핵 결과와 무관하게 극우 지지층으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받고 있고, 그 결과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유력 주자로 발돋움한 형편입니다.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고 주장하는 한동훈 전 대표, 애매한 스탠스인 오세훈 서울시장 등이 어느 정도 힘을 쓸 수 있을지가 변수입니다.
이번엔 ‘제3지대’가 없다
지난 19대 대선에서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 정의당 등 여러 당에서 후보를 냈습니다. 선거 초기 자유한국당이 아예 기도 못 펴는 상황이 되면서 민주당과 제3지대의 승부로 점쳐졌는데요. 하지만 늘 그렇듯 거대 양당은 힘이 셌습니다. 홍준표 시장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2위까지 바짝 추격했습니다. 이후 현재까지 모든 선거는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양강구도로 흘러가게 됐죠. 올해는 정의당이 아예 원외로 밀려났고, 대부분 군소정당은 민주당의 빅텐트 아래에 있는 실정입니다. 유일한 제3지대라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정도가 있지만, 현재로선 유의미한 지지율 확보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2017년 사드, 2025년 관세
8년 만에 펼쳐지는 조기 대선인데 하필 미국 대통령이 동일인물이라는 점도 이색적입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인데요. 2017년 조기 대선 직전인 4월말 사드가 주한미군 성주 기지에 반입됐습니다. 여기에 중국이 분개, 보복을 가하면서 본격적으로 ‘한한령’이 시작됐죠. 당시 대선에선 남북관계, 그리고 중국과의 관계 개선 등이 주요 이슈가 됐습니다. 올해는 사드를 뛰어넘는 관세 폭풍이 휘몰아치고 있는데요. 아마도 이번 대선에선 미국발 경제위기 극복 등이 핵심 화두가 될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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