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근윤 기자] 윤석열씨 탄핵심판 선고기일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윤씨를 체포·조사했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 국가수사본부 분위기에도 온도차가 감지됩니다. 앞서 헌법재판소는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을 기각으로 결정했고, 윤씨의 선고에 대해선 장고에 빠졌습니다. 일각에선 윤씨의 탄핵 기각 가능성도 거론됩니다. 이에 윤씨가 석방된 이후 '존폐 논란'에 시달렸던 공수처는 사뭇 위축된 분위기입니다. 반면 국수본은 윤씨의 기각 가능성을 염두에 두지 않은 채 내란죄 관련해 남은 고발 건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윤석열씨 탄핵심판 선고가 임박한 지난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사진=뉴시스)
25일 오후 6시 기준으로 아직까지 헌재에서는 윤씨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통보하지 않았습니다. 애초 이번 주 초쯤엔 헌재에서도 윤씨 선고기일을 통보할 걸로 전망됐었습니다. 늦어도 27일~28일엔 헌재에서 윤씨 탄핵 사건에 대해 선고가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했던 겁니다. 하지만 헌재는 27일엔 헌법소원 등 일반 사건을 처리하는 '정기 선고'를 진행키로 했습니다. 이에 윤씨 탄핵심판 선고는 빨라야 28일, 만약 헌재가 정치적 상황 등을 고려한다면 선고는 4월로 넘어갈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윤씨 탄핵심판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봤던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심판은 기각으로 결정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헌재는 비상계엄 행위가 내란 행위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헌법과 법률 위배 여부 등을 구체적으로 판단하지도 않았습니다. 이런 탓에 윤씨 탄핵심판 선고기일마저 안갯속에 빠진 겁니다.
이에 윤씨를 내란수괴 혐의로 조사하던 수사기관들도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특히 2차례에 걸쳐 윤씨 체포영장 집행에 나섰던 공수처는 윤씨가 구속취소 결정으로 석방된 이후 내부적으로 침체된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한 공수처 관계자는 "(윤씨가) 석방된 이후로 아무래도 분위기가 좋지 않다"면서 "밀려있는 사건들이 많고, 안 그래도 적은 인력이라 사건들에 집중해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내부사정을 아는 한 관계자는 "윤씨 체포 이후 정치권 등에서 공수처 존폐를 두고 다투고 있는 상황인데, 윤씨가 구속취소 된 이후로 당연히 위축된 분위기가 있을 것"이라고 봤습니다.
지난 24일 윤씨의 내란 수괴 혐의에 대한 형사재판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도 윤씨 법률대리인단은 "(이번 재판은) 내란죄 수사권이 없는 공수처의 수사결과를 바탕으로 한 불법적 공소제기"라고 재차 주장했습니다. 정치권에서도 공수처 때리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공수처 폐지와 관련한 안건이 두 건이나 올라가 있는 상황입니다. 국민의힘과 개혁신당이 낸 폐지안에는 '(공수처가) 설립 취지·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성과 부족과 정치적 편향성 등을 문제로 삼고 있는 겁니다.
윤석열씨 2차 체포영장 집행이 진행된 지난 1월15일 과천청사 공수처 청사로 윤씨가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반면 경찰은 별다른 동요 없이 내란죄 수사와 관련해 남은 고발을 진행 중입니다. 비화폰 등 아직 수사할 것이 남아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앞서 경찰은 김성훈 대통령 경호처 차장과 이광우 경호본부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각각 세 차례, 두 차례 신청했으나 모두 검찰 단계에서 반려된 바 있습니다. 김 차장은 경찰이 네 번째로 영장을 신청한 끝에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 영장실질심사도 받았습니다. 하지만 구속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됐습니다.
국수본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내부 실무자들이 윤씨 기각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탄핵이 인용될 것이라는 전제 아래 그간 해오던 수사를 진행하는 분위기"라며 "내란 관련 수사는 거의 마무리되긴 했지만, 고발건이 많이 남아있어 차질 없이 후속 마무리 진행 중"이라고 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국수본 실무진들은 (내란죄를) 정말 '힘들게' 수사를 해왔기 때문에 지금도 '윤씨가 기각되면 어떡하지' 이런 분위기는 감지되는 바가 없다고 한다"고 했습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윤씨가 지난 8일 서울구치소에서 석방된 이후, 공교롭게도 일주일도 안 돼 대통령 경호처가 징계위원회를 열고 수사기관에 내부상황을 유출한 혐의로 한 경호처 간부를 해임 의결했다"며 "이와 같은 상황을 짐작컨대, 만약에라도 탄핵이 기각된다면 자신을 수사했던 기관들에 대해 불이익을 줄 가능성이 있을 수 있어 수사기관들이 불안해할 수는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유근윤 기자 9nyoo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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