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종관 기자] 다음주 윤석열씨 탄핵 선고가 임박한 가운데 아스팔트 보수들은 주말에 다시 집결했습니다. 이들은 폭력성 발언과 선동 수위를 대폭 높였습니다. 아스팔트 보수들은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하면 대한민국은 전쟁이다"라고 했고,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목숨 걸고 국민 저항권을 이뤄내야 한다"고 선동하기도 했습니다.
2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에서 자유통일당 주최의 '대통령 탄핵반대 광화문 국민대회'가 열렸다. (사진=뉴스토마토)
토요일인 2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에서는 자유통일당이 주최한 '대통령 탄핵반대 광화문 국민대회'가 열렸습니다. 광화문역부터 시청역 남측까지 아스팔트 보수들이 모인 겁니다. 주최 측은 이날 오후 2시 기준으로 350만명의 인파가 몰렸다고 추산했습니다.
광화문역 6번 출구 근처에서는 지난달 개봉한 영화 '힘내라 대한민국'의 포스터를 나눠주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애국시민이라면 꼭 봐야 한다"며 지나가던 학생들에게 적극 영화 관람을 권했습니다. '선관위 서버까'라는 가사가 담긴 노래가 곳곳에서 흘러나왔고, '대통령의 계엄은 통치행위'라고 적힌 현수막도 내걸려 있었습니다. 예비역 학군사관(ROTC)·3사관학교·해병대 등으로 이뤄진 '애국기수단'의 깃발도 나부꼈습니다.
아스팔트 보수들은 주최 측이 틀어주는 노래에 맞춰 "대통령 우리가 지킨다", "뭉치자 싸우자 이기자" 등의 구호를 외쳤습니다. 사회자는 "우리는 이겼습니다", "헌재는 탄핵을 기각, 각하하라"를 반복적으로 강조하며 호응을 유도했습니다.
2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 반대 시위에서 아스팔트 보수가 환호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날 자유통일당 집회의 연단엔 박대출 국민의힘 의원이 올라왔습니다. 박 의원은 "대통령 탄핵 '기각'과 '각하'를 말하는 건 오늘이 마지막이다. 다음 주엔 '만세'를 외칠 것"이라며 "절반의 주권자가 대통령을 믿고 있는데 누가 감히 탄핵을 한다는 말이냐"라고 주장했습니다. 박 의원은 "'탄핵이 기각되면 나라가 망한다'는 이재명은 틀렸다. 탄핵세력이 대통령이 되면 나라가 망한다"고 덧붙였습니다.
한 국민의힘 당협위원장도 "북한의 지령을 받은 민주노총과 민주당이 대한민국을 공산체제로 만드려 하고 있다. 헌재에 경고한다. 국민의 뜻을 거스르고 간첩들의 편에 선다면 재판관들을 비롯한 반국가세력들을 반드시 응징할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대학생 고수연씨는 "12·3 계엄 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내란이라고 했다. 그 결과 민주당이 내란 프레임을 짰고 국정의 핵심 인물을 차례로 탄핵시켰다"며 "집권 여당의 대표라면 대통령이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이해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런데 한동훈 전 대표는 친한계를 만들며 당을 분열시키고 대통령 탄핵에 앞장섰다. 그는 배신자이자 기회주의자다"라고 말했습니다.
50대 남성은 "헌재는 법과 원칙에 입각해 각하 결정을 내려야 한다. 대통령이 돌아오면 반란에 동참했던 이재명 민주당 대표, 오동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국가수사본부 등을 다 감옥으로 보내야 한다. 반국가세력 민주당도 해산시켜야 한다"면서 "그동안 최상목 권한대행은 압력에 굴하지 마라"고 강조했습니다.
70대 남성은 "헌재가 이번 탄핵을 막지 못하면 제2의 이완용이 되는 것"이라며 "빨갱이 정당 진보당이 3석을 가져가게 만든 내란수괴, 공산주의자 이재명을 처단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22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 인근에서 열린 대통령 탄핵 반대 시위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전광훈 목사는 "대통령이 돌아와도 공수처, 선관위, 국회를 해산시킬 수 없다. 결국 우리가 목숨을 걸고 대통령의 남은 임기 안에 국민의 저항권으로 이뤄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는 "만약 국회가 대통령을 재탄핵하면 우리는 생명을 내놓고 대한민국을 위해 싸워야 한다"고 선동했습니다. 군중들은 "전광훈 목사님 만세", "목사님이 대한민국을 살리고 있다"며 우상화했습니다.
대통령 변호인단에 속해있는 석동현 변호사는 "대통령의 직무복귀 시간이 늦어지고 있지만, 시간은 우리 편이다. 야당의 줄탄핵을 헌재가 하나하나 기각하고 있다. 대통령이 사기탄핵을 이겨내고 직무에 복귀하면 국민을 믿고 많은 일을 해낼 것이다"라고 했습니다.
이날 시위에서는 극우매체 '자유일보'가 국민기자단 모집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사회자는 "'독립신문'을 자유일보 지원하는 통신사로 바꾸기로 했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우리 기자가 생겨난다면 언론개혁을 해내고 조중동을 박살 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국민기자단이 국회, 도의회, 시의회, 시청, 도청 등 주요 기관을 모두 출입할 수 있게 될 것이다"라고도 했습니다.
사랑제일교회는 이튿날인 23일 같은 위치에서 예배를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인원은 소수에 불과했습니다. 전날에 비해 인파가 많이 적어진 겁니다. 전날 설치된 연단도 철거된 상태였습니다.
차종관 기자 chajonggw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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