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3·1절에도 쪼개진 대한민국…"탄핵 인용" 대 "탄핵 기각"
사흘 동안 국론 분열…서울 곳곳서 집회·시위 열려
탄핵 반대 시위 참여자, 취재진에게 와 "당장 가라"
삼일절 광화문·여의도 '탄반'…안국역·경복궁 '탄찬'
2025-03-03 16:14:23 2025-03-04 11:12:24
 
[뉴스토마토 안창현·신태현·차종관 기자] 일본 제국주의에 항거해 대한독립을 외쳤던 3·1절이었지만, 윤석열씨 탄핵 국면에선 결국 나라가 둘로 갈라졌습니다. 3·1절을 전후한 사흘 동안 광화문·안국역·경복궁·여의도·용산 등 서울 곳곳에서는 윤씨 탄핵에 찬성하는 시들과 탄핵에 반대하는 집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습니다. 국론이 분열된 현장이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3·1절을 전후해 지난달 28일부터 3월2일까지 서울 곳곳에서 열린 탄핵 집회를 취재했습니다. 먼저 지난달 28일은 3·1절 탄핵 관련 집단행동의 '사전 행사' 격의 모임들이 있었습니다. 자유통일당은 종로구 안국역 근처에서 '탄핵반대 국민대회'를 진행했습니다. 윤씨 지지 모임인 '대통령 국민변호인단'도 같은 날 오후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탄핵을 반대하는 시위를 진행했습니다.
 
'대통령 국민변호인단'이 2월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진행한 윤석열씨 탄핵 반대 시위에서 참여자들이 성조기를 들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태극기·성조기·이스라엘 국기를 들고 있던 강모(57·여)씨는 "잘못된 계엄이면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갔을 것"이라며 "작년 우리나라 소득이 일본 앞서고 수출은 사상 최고"라고 말했습니다.  한 시위 참여자는 <뉴스토마토> 취재진에게 다가와 "당장 가라"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습니다.
 
시민단체 모임 '촛불행동'은 오후 종로구 송현공원 앞에서 탄핵을 촉구하는 촛불문화제를 열었습니다. 이들은 "내란정범 모조리 단죄하자" 등 구호를 외쳤습니다.
 
2월28일 시민단체 '촛불행동'이 서울 종로구 송현공원 앞에서 촛불문화제 후 영화 상영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3·1절 당일도 서울은 윤씨 탄핵 찬반을 두고 두쪽으로 갈라졌습니다.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이끄는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대국본)는 오후 1시 광화문에서'국가정상화를 위한 천만 광화문 국민대회'를 열었습니다. 전 목사는 "자유통일당의 승인 없이는 누구도 대통령이 될 수 없다"라고 했습니다.
 
부산에서 온 70대는 "5·18이 폭동인데 전한길씨가 민주화운동이라며 왜곡을 한다"며 "(그리고) 전 목사가 지금까지 열심히 태극기 집회를 이끌어왔기 때문에 여의도가 아닌 광화문으로 왔다"고 했습니다.
 
다른 70대는 취재진에게 자신이 전한길에게 쓴 손편지를 건네기도 했습니다. '헌법재판관들이 종중·종북인사이니 감시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었습니다.
 
1일 오후 대한민국바로세우기운동본부(대국본)가 '국가정상화를 위한 천만 광화문 국민대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이끄는 세이브코리아는 여의도공원 남쪽에서 오후 1시 '국가비상기도회'를 진행했습니다. 국회 앞으로 행진도 했습니다.
 
송모씨(30대·여)는 "부정선거 밝히는 방법이 계엄 밖에 없었다고 한다"며 "여의도로 온 건 전한길 (강사), (유튜버) '그라운드 C', 국민의힘 의원 등 영향력 있는 사람이 와서, 그리고 국회 행진 순서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습니다.
 
대국본과 세이브코리아 시위에는 경찰 추산 각각 6만5000명, 5만5000명이 집결했습니다. 주최 측 추산으로 각각 600만명과 30만명입니다.
 
1일 오후 '세이브코리아'가 셔울 여의도 국회 앞으로 행진하고 있다. 왼쪽 앞부터 국민의힘의 장동혁·조배숙·김기현 의원과 세계로교회의 손현보 목사. (사진=뉴스토마토)
 
안국동사거리에서는 윤씨 탄핵 촉구 집회가 연이어 열렸습니다. 오후 2시부터 시민단체 촛불행동이 '129차 전국 촛불문화제'를 주최했고, 뒤이어 민주당 등 야5당이 '윤석열 파면 촉구 범국민대회'를 열었습니다. 행사에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 등이 참석했습니다.
 
이들은 '내란 종식, 민주 수호', '윤석열 파면, 국힘당 해산' 등의 손팻말을 들고 "윤석열을 탄핵하라"고 외쳤습니다. 박모씨(53·여)는 "3·1절을 맞아 집회에 꼭 참석하고 싶었다. 집권 초기부터 이해하기 힘든 일들이 많았는데, 결국 비상계엄 사태까지 벌어진 것”이라며 “빨리 탄핵 결정이 나오고 혼란이 지나갔으면 한다"고 말했습니다. 옆에 있던 남편도 "최상목 권한대행이 오늘 3·1절 기념사에서 국민통합 얘기를 했다”며 “근데 국민통합도 우리 민주주의를 위기에 빠뜨린 이번 사태 책임을 묻고 나서 가능한 얘기"라고 했습니다.
 
안국동 집회는 오후 4시30분 기준 경찰 비공식 추산 1만8000명(주최측 추산 10만명)이 참가했습니다.
 
탄핵 찬성 집회는 오후 5시 경복궁 앞 사직로 일대에서 '윤석열 즉각 퇴진·사회 대개혁 비상행동'이 개최한 범시민대행진으로 이어졌습니다. 참여 인원은 경찰 비공식 추산 2만1000명(주최측 추산 20만명)입니다.
 
차별금지법 제정을 요구하는 인쇄물을 시민들에게 배포하던 오모씨(27)는 "윤씨가 헌법재판소 최후진술에서 내란을 평화계엄이라고 했다. 평화계엄이 말이 되는 거냐"며 "내란을 옹호하는 세력들은 반페미니즘·반동성애·반차별금지법을 선동하면서 혐오와 적대를 조장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여성과 소수자, 이주노동자 차별은 윤씨 함께 사라져야 한다"며 "차별금지법 제정이 내란을 옹호하는 극우세력 청산의 핵심"이라고 했습니다.
 
 
3·1절 다음날인 지난 2일에도 서울에서 탄핵 반대 시위와 탄핵 촉구 집회는 계속됐습니다. 사랑제일교회는 오전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전국 주일 연합 예배'를 진행했습니다. 전 목사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여의도 세이브코리아 가보니깐 후줄근하거든. 다 여기 와서 연설시켜 달라고 난리였다"고 주장했습니다.
 
오후에는 대통령실이 있는 용산구의 효창공원역 인근 공원에서 시민단체 용산시민연대가 ‘윤석열 탄핵, 국힘당 해체’를 요구하는 용산시민문화제를 열었습니다.
 
용산시민연대가 2일 서울 용산구 효창공원역 인근에서 '윤석열 탄핵, 국힘당 해체'를 촉구하는 용산시민문화제를 열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이태원 참사 유가족인 최정준씨는 "윤씨가 (헌법재판소) 최후변론에서 참사에 대해 북한 지령 운운하는 말을 듣고는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희생자들을 없는 것 취급하던 행태가 국민에게 총을 겨루는 내란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차종관 기자 chajonggwa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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