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기관 여성임원 10%뿐…산은·기은 등 5곳 '전무'
산은·기은·무보·한벤투·주금공, 여성임원 0명
1~2급 여성 직원 비중 13.7%…3~5급 44.1%
"점진적 여성임원 확대 전망"
2025-03-17 14:21:55 2025-03-18 09:01:31
[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가 국내 주요 정책금융기관의 여성 임원 비율을 분석한 결과 여전히 유리천장이 견고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여성의 리더십 확대는 조직의 다양성과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중요한 요소로 꼽힙니다. 그러나 K-정책금융연구소의 평가 대상인 정책금융기관 13곳의 여성 임원 비중은 평균 10%에 불과했습니다. 특히 이 중 5곳은 여성 임원이 단 한 명도 없는 실정입니다. 정부가 공공기관의 성별 균형 강화를 위한 지침을 마련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서는 변화 속도가 더딘 상황입니다.  
 
임원·고위직급, 여성 비중 낮아
 
18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 알리오에 따르면 한국산업은행, 중소기업은행, 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벤처투자,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5개 기관에서는 여성 임원이 전무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13개 정책금융기관의 전체 임원 138명 중 여성 임원은 14명으로, 그 비율은 10.1%에 그쳤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정책금융기관 중 여성 임원을 가장 많이 선임한 기관은 기술보증기금과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으로, 각각 3명의 여성 임원이 재직 중입니다. 이어 신용보증기금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각각 2명의 여성 임원을 두고 있으며,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 한국해외인프라도시개발지원공사(KIND), 한국해양진흥공사는 각각 1명의 여성 임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정책금융기관의 임원은 상임과 비상임으로 나뉩니다. 상임 임원은 기관장, 감사, 이사 등으로 기관 운영에 상근으로 직접 참여하고, 비상임이사는 일상적인 경영에는 참여하지 않지만 이사회의 중요한 의사결정과 경영 감독의 업무를 맡습니다.
 
현재 여성 상임이사를 둔 기관은 신용보증기금과 캠코뿐입니다. 신용보증기금에는 염정원 상임이사가, 캠코에서는 민은미 상임이사가 각각 재직 중입니다. 이외 수은, 기보, 중진공, HUG, KIND, 해진공은 여성 임원을 비상임 이사로만 선임했습니다. 
 
기획재정부가 2019년 마련한 '공기업·준정부기관의 경영에 관한 지침'에서는 공기업 및 준정부기관이 임원을 임명할 때 여성 비율을 20% 이상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기준을 충족하는 기관은 기술보증기금이 유일합니다. 
 
이는 해당 지침이 강제성이 아닌 '노력' 조항에 불과해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기타 공공기관인 국책은행과 한벤투, KIND, 해진공은 기재부 지침 이행에 대한 부담이 없어 성별 균형 개선 속도가 더딘 실정입니다.
 
준정부기관 중 여성 임원이 없는 무역보험공사와 주택금융공사는 향후 여성 임원 비율을 높이겠다는 계획입니다. 무보 관계자는 "팀장, 부서장 등 책임자급의 여성 비율을 지속 확대하는 등 예비 여성 임원 풀을 확대하고 있으며 향후 여성임원 비율 20% 이상을 달성할 예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주금공 관계자는 "외부 임원을 뽑을 때 공모 지원자 중 여성 비중이 낮다"며 "내부적으로 여성 인재 육성을 위해 채용, 연수, 경력개발 지원 등을 강화하고 있으며 임원추천위원회에 여성위원 비율을 높였다"고 답했습니다.
 
여성 임원뿐만 아니라 고위직급에서도 여성 비율은 낮은 것으로 확인됩니다. 정책금융기관 13곳의 1~2급 직원(수은 G2, 한벤투 선임심사역 포함) 중 여성 비율은 13.7%에 불과합니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1급(부문장·부서장급 등 관리자 직급) 직원 434명 중 여성은 33명(7.6%), 2급 직원 1553명 중 여성은 239명(15.4%)에 그쳤습니다. 기보, HUG, 캠코, KIND, 해진공은 1급 직원이 전원 남성이었습니다.  
 
정책금융기관 내부에서도 임원이나 고위직급의 낮은 여성 비중을 체감하는 분위기입니다. 한 정책금융기관 관계자는 "남녀 직원 비율을 고려하더라도 여성 부서장이 그렇게 많지 않다"며 "육아휴직 등을 다녀온 여성 직원은 승진에서 다소 배제되는 느낌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아무래도 공공기관이다 보니 여성 임원 선임에 좀더 경직돼 있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위 직급 여성 비중↑…"여성임원 확대될 것"
 
다만 최근 과장·대리·사원급 등 하위 직급에서는 여성 인력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이고 있어 향후 유리천장에 차츰 균열이 생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정책금융기관 13곳의 3~5급 직원 중 여성 비율은 44.1%로 1~2급(13.7%)과 비교했을 때 여성 비율이 크게 높습니다. 특히 5급(수은과 한벤투는 임원 제외 직급이 3단계로 나뉘어 집계에서 제외)에서는 여성 비율이 50%를 넘어섰습니다. KIND(65.5%)와 무보(63.7%)는 60% 이상을 기록했고, 기은(59.6%)과 산은(51.2%)도 절반 이상의 비율을 보였습니다. 수은은 직급 구조상 G3가 가장 낮은데요. G3 직급의 여성 비율은 51.4%입니다.
 
전문가들은 현재 정책금융기관의 구성원에서의 남녀 비중을 살펴보면 미래가 예측 가능하다고 진단했습니다. 홍형득 강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여성의 진입 자체가 남자에 비해서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고위직에 갈수록 불균형이 심해지는 조직 현상이 나타났다"며 "현재 남녀 비중을 보면 미래를 예측할 수 있는데 조직에 따라 다르겠지만 앞으로는 빠르게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과거에 남성과 여성 노동에 대한 차별이 문화적으로 존재했기 때문에 여성 임원이 된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였다"며 "한국 사회는 변화와 혁신을 추구하기 때문에 환경 변화에 따라 여성도 임원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열릴 것이고 육아휴직, 출산 등에 대한 차별 감소와 일·가정 양립정책 등 환경이 개선되고 있어 점진적으로 여성임원이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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