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SK텔레콤(017670)이 인공지능(AI) 헬스케어 사업을 본격 추진합니다. 음성과 거대언어모델(LLM)을 활용해 신체와 정신 장애를 진단하는 서비스를 묶어 플랫폼으로 내놓을 계획입니다. 통신 외로 사업 범주를 넓히고 있는 SKT는 앞서 14년 전 헬스케어 사업에 진출했지만, 그간 규제의 벽에 가로막혀 뚜렷한 성과를 내진 못했는데요. 바야흐로 AI 시대를 맞아 시장성이 유망한 AI 헬스케어 사업에 재도전, 불명예 지우기에 나섰습니다.
SK텔레콤은 AI 의료진단 보조서비스 'AI 보이스 장애진단(AI Voice Disorder Diagnosis)'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음성데이터를 AI가 분석해 연축성발성장애, 성대결절, 후두암 등 진단을 보조하는 음성학적 지표를 만드는 서비스입니다. 회사 관계자는 "녹음된 음성 파일을 AI서버로 보내 타깃팅한 질환에 대한 진단 결과를 보여준다"며 "연축성발성장애의 경우 희귀질환 중 하나인데, 임상케이스가 많지 않다 보니 진단을 내리는 데 AI가 보조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AI 보이스 장애진단 서비스는 이달 3~6일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5에서 공개됐습니다. 외부에 공개된 것은 MWC 무대가 처음입니다.
MWC2025에서 공개된 SK텔레콤 AI 보이스 장애진단 서비스. (사진=뉴스토마토)
MWC2025에서 공개된 '유쾌한프로젝트'의 정신건강 진단서비스. (사진=뉴스토마토)
국내에서 AI 의료진단 보조서비스는 의료기기로 분류됩니다. 이에 AI 보이스 장애진단 서비스는 임상을 마무리한 후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인허가 단계를 밟고 있습니다. 연내에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음성을 통한 장애진단 서비스와 함께 SK텔레콤은 정신건강을 진단하는 서비스를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제공하는 것도 모색 중입니다. 정신건강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유쾌한프로젝트'와 협업을 추진하는데요. 유쾌한프로젝트는 음성, 얼굴 표정을 기반으로 정신 상태를 분석해 우울, 불안, 스트레스, 무기력 등 정신건강 상태를 점수로 알려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점수에 따라 심리상담사, 전신과건강의, 피지컬전문가와 연결시켜 줍니다.
헬스케어사업은 SK텔레콤이 일찍이 신사업 발굴 차원에서 추진하던 분야입니다. 하지만 규제가 쉽게 풀리지 않으면서 진출한 사업마다 고배를 마셨습니다. 2011년 서울대학교병원과 손잡고 합작사 헬스커넥트를 설립했지만, 의료민영화 논란, 원격의료 금지로 사업 안착이 쉽지 않았습니다. 코로나 이후 원격의료가 한시적 허용됐지만 제도화가 미뤄지면서 2022년 9억원, 2023년 22억원 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이후 디지털헬스케어 기업인 인바이츠헬스케어를 2020년 설립했지만, 2023년 말 투자금을 전액 손상 처리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헬스케어 사업은 꽉 막힌 규제로 성공이 쉽지 않다"며 "기업들이 국내에서 연구를 하고 서비스 론칭은 해외에서 하려는 추세"라고 말했습니다.
잇따른 고배에도 SK텔레콤이 헬스케어 시장에 계속 눈독을 들이는 것은 시장성 때문입니다. 시장조사 기관 글로벌마켓인사이트는 헬스케어 분야의 생성형 AI 시장 규모가 2023년 18억달러였는데, 2032년에는 202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연평균 33.2% 성장할 것으로 본 것인데요. 헬스케어 AI에 대한 투자와 개인 맞춤형 치료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기술의 속도만큼 시장 규모 급성장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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