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 게임 박물관, 온가족 다시 올래요"
초기 콘솔부터 게임 역사 한곳에
기술과 상상력이 놀이 문화 바꿔
부모는 추억을, 아이는 진로 찾아
2025-03-06 16:51:03 2025-03-07 08:57:42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지난 5일, 엄마는 세 살짜리 아들과 시간여행을 떠났습니다. 1950년대 초기 게임기부터 어린 시절 즐긴 PC 게임 '심즈', 지금은 콘솔의 대명사가 된 플레이스테이션의 첫 세대까지. 300평짜리 타임머신을 타고 비디오 게임의 역사를 둘러본 엄마는 결심했습니다. 다음엔 남편과 아이 손을 잡고 '넷마블 게임 박물관'에 찾아오겠다고.
 
넷마블(251270)이 이달 4일 국내 게임사 최초로 게임 박물관을 열었습니다. 세계 비디오 게임의 역사를 한눈에 살펴보게 함으로써 게임의 사회·문화적 가치를 재조명하고 확산하기 위해섭니다.
 
6일 넷마블 게임 박물관을 함께 둘러보는 한 모자를 만날 수 있었는데요. 추억과 놀이, 교육을 한데 묶은 또 하나의 거대한 게임 같은 공간 속에 푹 빠져든 모습이었습니다.
 
넷마블 게임 박물관에 들어서면 1950년대 초기 게임기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사진=이범종 기자)
 
연구실에서 시작된 게임
 
처음 박물관에 들어서면, 넷마블 캐릭터들이 인류 초기 놀이 문화와 비디오 게임의 탄생, 오늘날 모바일 게임에 이르는 시대 흐름을 간략히 보여줍니다.
 
이후 장막을 열고 들어선 전시장은 디지털 게임의 탄생과 발전 과정을 시대별로 보여줬습니다. 우선 초기 게임 '테니스 포 투' 복각판이 어마어마한 크기를 자랑하며 관람객을 반깁니다. 이 게임은 미국 물리학자 윌리언 히긴보덤이 국립 브룩헤이븐 연구소(미국 원자핵 물리학 연구소) 방문자를 위해 1958년 만들었습니다. 전기 신호 측정 장비에 간단한 전자회로를 조합해 만든 2인용 게임인데, 다이얼로 각도를 바꾸고 버튼을 누르면 공을 치게 됩니다. 네트에 공이 걸리면 각도가 불규칙하게 바뀌어, 마치 테니스 하는듯한 느낌을 주죠. 이 복각판은 본래 크기의 두 배로 만들어져, 관람객이 좀 더 자세히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처럼 연구소에서 시작된 게임의 역사는 기술의 진보와 맞물려 흘러갑니다. 그 첫 단계가 TV에 연결하는 콘솔 게임기입니다. 콘솔은 1970년대 처음 대중과 만났습니다. 놀란 부쉬넬이 세운 아타리의 아케이드 게임 '퐁(1972년)'이 인기를 끈 이후, 1975년 가정용 퐁 등 후속기가 시장을 주도했습니다. 퐁은 두 사람이 긴 막대로 점 하나를 탁구공처럼 주고받으며 치는 게임인데요. 전자음을 도입한 최초의 게임이기도 합니다.
 
박물관에선 1973년 출시된 최초의 상업용 아케이드 게임 '컴퓨터 스페이스' 원본도 볼 수 있습니다. 이 게임기 역시 아타리 설립자 놀란 부쉬넬이 시지지 엔지니어링을 창립해 출시했습니다.
 
1977년 출시된 아타리 VCS(아타리 2600)는 경쟁사들이 먼저 시도했던 카트리지(게임 팩) 방식을 대중화했습니다. 이때부터 사람들은 게임 팩을 바꿔 끼워 여러 게임을 즐기는 데 익숙해지게 됩니다. 대표작은 닌텐도의 1981년작 '동키콩'입니다. 동키콩에게 납치된 공주를 구하는 콧수염 주인공은 훗날 '마리오'로 불리게 됩니다.
 
닌텐도 NES(사진 가운데 왼쪽)와 현대 컴보이. (사진=이범종 기자)
 
기술과 상상의 결합
 
마리오의 탄생은 1980년대 기술의 진보와 상상력이 결합해 놀이 문화를 바꿔놓은 사건이기도 합니다. 1985년 닌텐도가 패밀리컴퓨터(패미컴)용으로 출시한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는 평범한 배관공 마리오와 루이지가 피치 공주를 구하는 이야기를 다뤘는데요. 마리오 IP(지식재산권)는 이후 TV 애니메이션과 영화 등 다양한 미디어로 확장됐습니다. 경쟁사 세가는 1991년 제네시스용 '소닉 더 헤지혹'으로 강력한 미디어 IP를 구축했습니다. 이렇게 개성 있는 등장인물과 줄거리, 조작 환경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한 편의 이야기를 완성하는 콘솔 게임의 구조가 성립됐습니다.
 
이 시절 한국에선 대기업이 닌텐도와 세가 게임기를 각각 수입해 경쟁하는 대리전을 시작했습니다. 조기현 '게이머즈' 기자 등이 쓴 '한국 게임의 역사'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1989년 4월, 세가와 계약해 8비트 게임기 '세가 마스터 시스템'을 국산화한 '삼성 겜보이'를 출시했습니다.
 
같은 해 12월, 현대전자는 닌텐도와 손잡고 패미컴(북미판 NES)을 국산화한 '현대 컴보이'로 맞불을 놓았습니다. 두 게임기가 국내 기업 이름을 붙인 OEM으로 출시된 이유는, 당시 일본 대중문화에 대한 규제가 강했기 때문입니다. 넷마블은 박물관에 NES 원판과 현대 컴보이를 나란히 전시해, 당시를 기억하는 중·장년 게이머의 향수를 자극하고 있습니다.
 
오늘날 소니 인터랙티브 엔터테인먼트를 만든 플레이스테이션(사진 위). (사진=이범종 기자)
 
닌텐도와 세가의 양강구도는 소니가 깼습니다. 1994년 소니가 CD롬 기반의 3D 그래픽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PS)'을 출시하자, 게임 시장이 격변했습니다. 같은해 남코가 이 게임기로 발매한 3D 대전 격투 게임 '철권'은 지금까지 후속작이 출시되는 대표 IP로 자리잡았습니다.
 
PS의 한국 진출은 1억5000만대 넘게 팔린 2세대 제품부터 시작됐습니다. 소니 컴퓨터 엔터테인먼트(SCE·현 SIE)가 한국 법인(SCEK·현 SIEK)을 통해 PS2를 정식 출시한 날은 2002년 2월22일입니다. 월간 '게이머즈'는 한국 정치가 1987년 체제라면, 게임은 2002년 체제라고 평했는데요. 이때 완성된 국내 패키지 게임의 유통 구조가 지금도 유지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PC 운영체제 윈도우즈에 다이렉트 X 기술로 게임 시장을 키운 마이크로소프트(MS)도 2001년 엑스박스(Xbox)로 콘솔 경쟁에 가세했습니다. 2004년 출시된 FPS '둠3'는 원작의 매력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으며 엑스박스의 구매 요인을 높였습니다.
 
그 사이 PC 게임 시장은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의 '워크래프트'와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 시리즈가 지배했습니다. 특히 스타크래프트의 인기로 PC방 창업과 e스포츠 열풍이 불었고, 1990년대 말 신주영과 이기석이 1세대 프로게이머로 활동했습니다.
 
손노리의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정품에 들어있는 설명서를 읽어야 제대로 마법을 쓸 수 있었다. (사진=이범종 기자)
 
한국 게임 발전사 한 눈에
 
그렇다고 한국인이 외산 게임만 즐긴 건 아닙니다. 1990년대 중반 손노리의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소프트맥스의 '창세기전'이 한국 RPG의 문을 열었습니다. 이후 CD롬과 펜티엄 CPU, 윈도우즈 95 등의 영향으로 고사양 대작 PC 게임이 출시됐습니다. HQ팀의 '임진록'과 트리거소프트의 '장보고전', 동서게임채널의 '삼국지 천명' 등 개성 있는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RTS) 게임은 물론, 만화·영화·연예인 IP를 활용한 실험적인 작품들도 나왔습니다. 패키지의 로망은 2000년 HQ팀의 RTS '임진록2'와 손노리의 RPG '악튜러스'로 정점을 찍었습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와 '와레즈' 사이트를 통한 불법 복제, 게임 전문지의 번들 게임 경쟁 등이 맞물려 국내 PC 패키지 게임은 내리막을 걸었습니다.
 
기회는 온라인에 있었습니다. 1990년대 말 정부 주도로 전국에 초고속 인터넷망이 깔리면서 '리니지' 등 온라인 정액제 게임이 한국 게임 산업의 신성장 동력으로 주목받았습니다. 2007년 애플의 아이폰 등장 이후 모바일 게임이 급부상했고, 넷마블을 포함한 국내 주요 게임사가 모바일 플랫폼에서 역량을 키웠습니다. 국내 PC 게임의 역사는 박물관 내 '프레스 스타트, 한국 PC 게임 스테이지' 기획전 공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국내외 게임 역사를 마주하는 것 외에, '게임 직업 가이드'도 체험해 볼 수 있는데요. 몇 가지 질문에 대답하면 게임 분야에서 나에게 맞는 직업을 추천받을 수도 있고, 넷마블 개발자의 직군별 영상 인터뷰도 시청할 수 있습니다. 벽면을 가득 채운 영상에서 게임 제작 과정을 간략히 알아볼 수도 있습니다.
 
박물관이 이렇게 게임을 구성하는 그림과 음악, 프로그래밍에 대한 흥미를 자극하다보니 주변 학교의 단체 관람 예약이 늘고 있습니다.
 
이다빈 씨가 5일 넷마블 게임 박물관에서 아들과 1984년작 '쿵푸 마스터'를 하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게임에 대한 호기심, 교육에 도움"
 
관람의 마지막 순서는 가정용 콘솔과 1980~1990년대 아케이드 게임을 직접 할 수 있는 '플레이 컬렉션'입니다. 여기선 세가의 메가 드라이브 한국판인 삼성 슈퍼 알라딘보이II로 '소닉 더 헤지혹2' 등을 즐길 수 있습니다.
 
게임과 함께 자란 엄마 이다빈(30)씨는 이날 세 살짜리 아들과 함께 이곳을 찾았습니다. 이씨는 전시관에서 '심즈' 패키지를 보고 어린 시절의 추억에 잠겼다면서 박물관에 오길 잘 했다고 전했는데요.
 
아들과 함께 오락기 앞에 앉은 이씨는 "어린 시절 게임에서 배운 게 많다"며 "제 아이가 게임사에서 일하는 아빠가 어떤 일을 하는지 알아가고, 엄마 아빠가 어린 시절 어떤 놀이를 했는지도 배울 수 있어 좋다"고 말했습니다. 전시 영상과 전시물 품질이 뛰어나서 남편, 아들과 한번쯤 다시 오고싶다고도 했습니다.
 
특히 박물관이 주는 교육 효과가 적지 않다고 평가했는데요. 이씨는 "게임을 통해 협력도 배우고, '이 재밌는 게임은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 생각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게임 쪽이 아니더라도, '이 그림은 어떻게 그리지', '이 소리는 어떻게 나는 걸까' 궁금해할 수 있어서 교육적으로 도움될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넷마블은 매년 다른 주제로 기획전을 열어 관람객에게 색다른 경험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박물관에 전시된 소장품은 2100개가 넘는데, 지금도 소장품을 기증받고 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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