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혐중 정서'에 화교 불똥…애들 학교 보내기도 무섭다"
중국대사관 인근 반중시위에 화교학교까지 안전 우려
'화교 특혜' 폐지 요구하는 국민청원 등장…5만명 동의
화교들 "한국에 토착한 4·5세대…나가서 화교라고 못해"
2025-03-06 14:56:48 2025-03-06 15:44:35
[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반중 데모들이 계속 열리고 있습니다. 화교 아이들이 다니는 근처 소학교에까지 피해가 갈까봐 경찰에 보호를 요청한 상태입니다. 다행히 아이들이 다치는 사고가 나진 않았지만, 어린애들까지 피해를 입는 건 아닐지 걱정이 됩니다."
 
서울 중구 한성화교협회에서 일하는 A씨는 6일 <뉴스토마토>와 만나 "중국대사관 바로 옆 화교 학교에서 학생들 등하굣길이 걱정되는 게 사실이다"라며 "요 며칠 새 데모는 없었는데, 지난달까지 크고 작은 시위가 계속됐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실제 주한 중국대사관 옆 한성화교소학교에서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근처에서 열리는 보수단체 시위를 조심하라고 안내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윤석열씨를 지지하는 극우단체들이 중국대사관 근처 서울중앙우체국 대로변에서 소학교 주변까지 반중국 시위를 열고 있는 점을 우려한 조치입니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이 이어지던 지난달에는 매주 금요일마다 중국 공산당을 규탄하는 '멸공 페스티벌' 등 시위가 함께 개최됐습니다.
 
서울 중구 주한 중국대사관 옆에 위치한 한성화교소학교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특히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지지자를 비롯한 극우단체들은 반중을 넘어 혐중 정서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중화권 출신 국내 거주민들 사이에서 불편과 두려움도 커졌습니다. 중국의 부정선거 개입설, 헌법연구관 중국인설 등 가짜뉴스가 퍼지면서 혐중 정서가 극에 달했습니다.
 
급기야 탄핵반대 시위에서는 '겟아웃 시진핑, 노 차이나'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중국대사관은 지난달 8일 이례적으로 "한국 내정 문제를 중국과 무리하게 연계시키는 것을 반대한다"며 "한국 국민이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것으로 믿는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중국대사관 일대를 관할하는 명동파출소와 인근 지구대들은 순찰을 강화하고 나섰습니다. 보수단체와 화교들의 충돌 등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명동파출소 관계자는 "헌재에서 윤석열씨 탄핵심판 일정이 마무리되면서 3월에 와서는 시위가 열리지 않고 있다"면서도 "중국대사관과 소학교 주변은 혹시 몰라 순찰과 안전점검을 계속 하는 중"이라고 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한성화교소학교 측의 이야기를 들어보려고 했으나 여의치 않았습니다. 보수단체의 반중 시위로 화교 학생들이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는 상황에서 자칫 언론과의 인터뷰 등 '외부 발언'이 또다른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판단, 조심스러워 하는 분위기였습니다. 소학교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 대해서 외부 인터뷰를 하지 않는다는 게 학교 방침"이라고 답했습니다.
 
지난달 27일 서울 중구 주한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윤석열씨 지지 단체들이 대통령 탄핵 인용을 반대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극우단체의 시위나 유튜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퍼지던 반중 선동은 이제 국회 국민청원 게시판에까지 등장했습니다. 지난 2월13일 국회전자청원엔 '화교 특혜 정책 폐지에 관한 청원'이란 제목으로 국민동의 청원이 올라왔습니다. 해당 청원은 이날 낮 12시 현재까지 5만4051명의 동의를 얻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안건으로 검토될 예정입니다. 국회 국민동의 청원은 30일 안에 5만명 이상 동의를 얻으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회부됩니다.
 
해당 청원의 작성자는 "특정 외국인 집단에게 제공되는 과도한 혜택은 헌법에서 명시한 평등권을 훼손하며 자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외국인 특혜 정책(화교 특혜)을 전면 폐지하고, 대한민국 국민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개편하길 요청한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청원글에 적힌 대학 입학이나 대출 지원 등은 외국인에 대한 포괄적 지원이지 화교에만 적용되는 특혜가 아닙니다
 
이에 대해 대구에 사는 대만 국적의 화교 B씨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한국으로 넘어온 중국계 외국인(신화교)도 있지만, 상당수는 한 세기 전인 조선시대 말기부터 한국에 정착해 생활하는 화교들(구화교)"이라며 "구화교는 국적만 다를 뿐 한국 사람들과 똑같이 생활하며 토착화된 경우라 할 수 있다. 국민의료보험도 똑같이 내고, 화교라도 특별한 혜택은 없다. 오히려 여러 차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인천화교협회 일을 하는 C씨도 "화교들을 공산주의자라고 하는데, 구화교는 오히려 대만 국민당의 반공주의자들과 그 후손이 대다수다. 더구나 한국에 정착해 이미 화교 4~5세대로 이어지면서 생활하고 있는 현실"이라며 "지금은 어디 가서 화교라는 말도 못 한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최근 인천 차이나타운에 순찰차도 많이 돌아다니고, 지구대에서도 더 신경 쓰는 것 같다며 “화교 사회가 많이 위축되고 있다 느낀다”고 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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