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첫발 뗀 대체거래소, 갈길 멀다
2025-03-05 15:52:27 2025-03-05 15:52:27
국내 첫 대체거래소(ATS)인 넥스트레이드(NXT)가 첫 발을 뗐다. 퇴근길을 비롯해 하루 12시간 주식 거래를 할 수 있게 됐다. 대체거래소 운영 첫날 예상대로 장 마감 후 퇴근 시간 거래가 활발했던 것으로 집계됐다. 첫날 애프터 마켓에서 거래량은 와이지엔터테인먼트(122870)(9.8%)가 1위를 기록했다. 나머지 종목들은 0.1~0.3% 수준에 머물렀다. 다올투자증권은 ATS 도입으로 증권사 국내 부문 위탁매매(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정규마켓보다는 프리, 애프터마켓 중심으로 거래가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증권업계에서는 '장사 안되는 국밥집이 24시간 오픈한다고 손님이 모여들겠냐'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해외주식 거래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거래시간을 늘린다고 국내를 떠난 투자자들이 돌아오겠냐는 자조섞인 비아냥이다.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추가인력을 뽑지 않고, 장마감 후에도 전산 대응에 투입되는 등 ATS 도입으로 '일이 늘었다'는 푸념도 들려온다.
 
특히 자본시장법에 의해 ATS의 거래 점유율이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ATS 6개월 일평균 거래량이 한국거래소(KRX) 해당 종목의 30%를 초과할 경우 다음 거래일부터 ATS에서 해당종목 거래는 불가능해진다. 또한 ATS 6개월 일평균 거래량이 KRX 시장의 15%를 초과할 경우 다음 거래일부터 ATS 시장 전체 거래가 중단된다. NXT는 매월 말일 기준으로 법령상 한도를 초과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법률에 따르면 NXT는 KRX 거래량의 15%를 넘길 수 없다는 뜻이 된다. 이를 두고 공정거래위원회가 민간기업인 KRX의 독과점 구조가 아닌지 검토를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정부가 거래소 간 경쟁을 통한 투자자 거래환경 개선이라는 목적을 위해 NXT를 도입하면서도 이같은 거래량 규제를 둔 점이 쉽사리 이해되지 않는다. 규제를 빌미로, 금융위원회 등 금융당국이 NXT에서도 영향력을 공고히 하려는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증권업계에서는 NXT 탄생을 두고 기획재정부 및 금융위 퇴직공무원 자리가 하나 늘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NXT의 김학수 대표는 ATS 도입을 추진했던 당시 금융위원회 실무자 출신이다. 
 
이외에도 두 거래소 간 호가 차이를 이용한 '차익 거래'에 따른 시세조종과 함께 KRX 대비 상대적으로 수수료가 저렴한 ATS 특징을 활용한 '고빈도 매매'가 늘어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있다. 우리나라보다 ATS를 먼저 도입한 선진국에서 ATS가 활성화될수록 차익거래가 확대됐으며 이는 곧 고빈도 매매 출현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청산 기능까지 겸하는 외국의 ATS와 다르게 NTX에는 청산 기능이 없다는 점도 향후 정비가 필요한 부분으로 보인다. 
 
한국의 ATS와 가장 유사하다고 평가 받는 일본의 PTS(Property Trading System)는 2000년 도입 이후 5% 점유율을 기록하기까지 약 12년이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출범 초기에는 거래량이 부진했지만 각종 규제 철폐 이후 점유율이 상승해 2024년에는 11%를 넘어섰다고 한다. 현재 NTS에서 거래할 수 있는 종목은 제한적이고, 상장지수펀드(ETF) 등의 거래도 불가능하며 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도 적지 않은 것 같다. NTS와 KRX의 경쟁이 투자자 편익 증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관련 제도 정비에 나서야 할 때다.
 
이보라 증권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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