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김유정 기자] 3월 첫날부터 대한민국은 '윤석열씨 탄핵 찬성·반대'로 두 동강 났습니다. 우리 민족이 한마음으로 "대한독립"을 외쳤던 3·1운동의 '통합 정신'은 온데간데없었는데요. 여야를 막론하고 광장에 나선 정치인들은 분열·선동의 언어를 쏟아냈습니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이후 3개월이 지났지만 상황은 오히려 악화하고 있습니다. 정치가 '갈등 조정'과 '문제 해결'이란 제 기능을 상실하면서 더 큰 혼란이 찾아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윤석열씨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사진=연합뉴스)
최대 화약고는 윤석열 탄핵…커지는 '불복' 우려
분열의 정치는 3일에도 계속됐습니다. 국민의힘은 이날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을 향해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해선 안 된다고 거듭 압박했습니다. 박수영 원내대변인은 임명을 반대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했고 권성동 원내대표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헌재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흔들릴 것"이라고 재차 경고했습니다.
당 지도부가 앞장서, 서부지법 폭도들의 명분이었던 '국민 저항권'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겁니다. 보수의 핵심 가치인 '헌정질서·법치주의'는 저버린 지 오래인데요. 이달 중 윤석열씨 탄핵심판 선고에서 '파면' 결정이 나오면 지난달 서부지법 폭동보다 더 큰 소요 사태가 일어날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3월 최대 화약고는 '윤석열 탄핵심판'입니다. 앞서 지난 3·1절에도 여당 의원들은 아스팔트 극우 지지자를 향해 극단적인 발언들을 쏟아냈습니다.
광화문 탄핵반대 집회에서 연단에 선 서천호 의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중앙선거관리위원회·헌법재판소를 향해 "모두 때려 부숴야 한다. 쳐부수자"고 했습니다. 현역 의원이 독립적 헌법기관인 선관위, 최고 사법기관인 헌재를 겨냥해 '타격'을 주문한 건 처음입니다.
이 자리에선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옥중편지가 낭독되기도 했습니다. "불법 탄핵 재판을 주도한 문형배·이미선·정계선 헌법재판관을 즉각 처단하자"는 극언이었습니다.
이날 여의도 집회엔 김기현·나경원·윤상현 등 국민의힘 의원 37명이 참석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나 의원은 '탄핵 반대'를 넘어 '계엄 지지'까지 나아갔습니다.
나 의원은 "대한민국은 '좌파 강점기'에 들어서고 있다"며 "이번 계엄·탄핵 사태로 입법·사법·언론에 좌파 세력이 암약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며 "이들을 척결하고 우리 안에 기회만 엿보는 기회주의자들을 분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날 극우단체가 주최한 탄핵반대 집회엔 국민의힘 의원 108명 중 3분의 1 넘는 이들이 참석했습니다. 사실상 '개인'이 아닌 '조직' 차원의 움직입니다.
20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땐, 지금처럼 다수 여당 의원이 극우와 손잡고 헌재 권위를 흔들지는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 탄핵날, 반대집회에서 5명이 사망했는데요. 현재의 탄핵반대 집회와 불복 시사는 당시보다 더 극렬하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여기에 이달 26일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2심 선고가 예정돼 있다는 점은 대한민국에 '악재'입니다. 윤석열씨 탄핵심판 선고 일정과 맞물려 혼란은 가중될 수밖에 없는데요. '화약고 속 화약고'인 셈입니다.
이 대표는 '당선무효형'을 선고받더라도 형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어 대선에 뛰어든다는 의지입니다. 여권이 총공세를 펴고 비명(비이재명)계 비판도 쏟아질 전망입니다.
1987년 8월 31일 민정·민주 양당 8인정치회담에서 민정당 권익현 대표(왼쪽)와 민주당 이중재 대표(오른쪽)가 개헌협상 합의문에 서명하고 있다. (사진=국회보 캡처)
1987년에 멈춘 체제…7공화국 '골든타임'
윤석열씨 탄핵심판 선고 결과는 '인용'으로 나올 거란 게 중론입니다. 이에 따라 3월 조기 대선 정국은 불가피한데요. '87년 체제'(1987년 구축된 헌법 체제) 극복이 정치권 최대 쟁점이 될 걸로 보입니다. 그 가운데엔 '임기단축 개헌'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현행 헌법은 1987년 제9차 개헌의 결과물입니다. 현행 대통령 '5년 단임제'는 박정희·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기집권과 군부 독재에 대한 반작용으로 탄생했습니다.
즉, 우리 헌법은 5공화국 종식의 결과물이지만 동시에 유신정권의 부정적 유산 역시 물려받았다는 분석입니다. 38년이 지났지만 우리는 여전히 1987년에 머물러 있는 셈입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08년부터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개헌을 논의하기 시작했지만 한 발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했습니다. 여야 입장차, 대통령의 의지 부족 등이 이유였는데요. 설령 개헌의 첫 관문인 국회를 넘더라도 국민투표 등의 복잡한 절차가 남아있습니다.
결국 대통령 1명에 의해 권력이 잘못 사용되었을 경우 국가 자체가 전복될 수 있다는 위험성을 온 국민이 목격한 지금이 '개헌의 마지막 골든타임'인 셈입니다.
현행 헌법은 제왕적 대통령제 이외에도 △지역으로 묶인 양당 체제 △총선·대선과 지방선거 주기 불일치 △사회·경제적 민주화 조항 부재 등의 문제점을 안고 있습니다.
실제 87년 헌법은 시대·민의 모두와 충돌하고 있습니다. 지난달 16일 공표된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1월13~14일 조사·신뢰수준 95%에 표본오차 ±3.0%포인트·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에 따르면, 국민 절반가량은 권력구조 개편 개헌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놨습니다.
'대통령 권한 집중을 막는 권력구조 개편 개헌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는 말에 전체 응답자의 47.4%는 "개헌이 필요하다"고 답했습니다. "필요하지 않다"는 응답은 33.0%에 그쳤습니다.
유지웅·김유정 기자 wisem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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