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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인공지능(AI) 시대이다. AI는 방대한 데이터를 학습해 인간의 일상과 경제활동에 큰 영향을 미치며, 생산성과 효율성을 현저하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세계 각국은 AI 역량을 키우고 경제성장의 구심점으로 활용하고자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국가인공지능위원회’를 출범시키는 등 총력전 체제를 갖추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 더하여 AI가 사회 전반에 미칠 영향이나 부작용에 대해서도 체계적으로 점검하고 대비할 필요도 있다. 당장 직면하고 있는 사례들 중 하나로 소비자 가격차별 문제를 들 수 있다.
기업들은 이윤 극대화를 위해 최적의 상품 가격과 수량을 결정한다. 가격차별은 동일한 상품의 가격을 소비자에 따라 다르게 책정하는 행위인데 불공정 행위는 아니다. 2급 가격차별은 소비자가 구매량에 따라 다른 가격을 지불하도록 유도하는 것으로 ‘1+1’이나 ‘2+1’과 같은 할인 행사 상품이 이에 해당한다. 3급 가격차별은 연령, 직업 등 소비자의 특성에 따라 가격을 다르게 설정하는 방식이다. 영화관에서 학생과 성인의 티켓 가격이 다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가장 강력한 1급 가격차별은 소비자의 개별적인 최대 지불가능 금액을 파악해 각각 다른 가격을 설정하는 것이다. 기업 입장에서 가장 좋은 선택지겠지만 현실에서는 소비자의 정확한 지불의사를 알기 어렵고, 소비자 간 구매 대행 등에 따라 실현하기 어렵다. 그러나 최근 소비자의 검색 기록, 방문 이력, 구매 패턴, 나이, 직업 등 다양한 데이터를 인공지능으로 분석하여 개별 소비자에게 최적화된 가격과 거래 조건을 제시할 수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인공지능을 이용한 항공권 및 호텔 숙박료의 변동 가격 설정이 있다.
AI 시대의 가격차별은 같은 상품에 대해 소비자마다 다른 가격을 제시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소비자의 검색 결과를 조정하는 형태로도 나타난다. 예를 들어 가격이 저렴한 상품을 주로 찾는 고객 A에게는 검색 결과에서 저렴한 상품이 우선적으로 표시되는 반면, 검색을 자주 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상품을 구매하는 고객 B에게는 검색 결과에서 저가 상품을 뒤쪽으로 배치하여 비싼 상품을 먼저 노출하는 것이다.
최근 온라인 쇼핑에서는 상품의 사양이 세분화되는 경향이 있다. 성능 차이가 거의 없는 상품이라도 구성 요소를 조금씩 다르게 하여 수십, 수백 개의 옵션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넓히는 긍정적인 효과도 있지만, 실제로는 가격차별을 더욱 용이하게 만드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특히 전자기기 같은 경우, 사양이 너무 다양해지면 소비자가 혼란을 느끼고 결국 인공지능 추천에 의존하게 될 가능성이 커진다.
소비자는 자신이 다른 소비자보다 높은 가격을 지불한 경우 불공정하다고 느끼겠지만, 인공지능 기반 가격차별은 공정거래법으로 규제하기 어렵다. 경쟁 제한성을 입증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대신 해외 주요국에서는 소비자 프로파일링 절차를 규제하는 방식으로 접근하고 있다. 한편 상품 사양이 지나치게 다양해지는 현상이 지속될 경우, 소비자들은 선택의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농수축산물보다는 전자기기 등 공산품에서 이러한 문제가 두드러질 수 있으며, 이는 결국 인공지능이 제시하는 추천 상품에 의존하게 만들 수 있다. 또한 다양한 가격 옵션과 사양으로 인해 물가 동향을 파악하기 어려워지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다양한 문제들에 대해서도 정책당국의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대학 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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