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올해부터 재개발, 재건축 등의 토지등소유자 동의서를 징구 받는 과정에서 전자서명동의서를 도입하는 등 정비사업에서 디지털 전환이 본격화합니다. 이러한 전자적 방식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관련 업체 선정 과정도 중요한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ICT 규제 샌드박스' 제도의 실증 규제 특례 서비스 승인과 사업 개시 통보를 받은 업체만이 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경기 부천시 심곡 3-1구역 공공재개발을 추진하는 부천도시공사가 실증 규제 특례 승인은 받았지만 이후 사업 개시 통보를 받지 못한 업체를 전자투표 업체로 선정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부천도시공사, 심곡 3-1 공공재개발 전자서명동의 업체 선정 과정 '허술'
18일 업계에 따르면 부천도시공사는 지난해 12월 2일 공사 홈페이지 공지사항에 심곡3-1구역 공공재개발사업 주민준비위원회의 후보자단 공고 및 동의서 제출 관련 안내를 게시했습니다.
부천도시공사는 주민준비위원회의의 후보자단 공고를 한국프롭테크의 업무 자동화 서비스인 '얼마집' 앱과 우편 등을 통해 할 수 있다고 게시문에 안내했습니다. 또 주민동의서를 징구하는 과정도 전자동의서 또는 서면동의서 중 선택해 제출할 수 있다고 안내했는데, 이 전자동의서를 얼마집을 다운로드 시 언제 어디서나 제출 가능하다고 안내했습니다.
부천도시공사가 지난해 12월 2일 '얼마집' 서비스를 통해 전자적 방식으로 동의서 징구를 할 수 있다고 안내한 게시문. (사진=부천도시공사 홈페이지 캡쳐)
그런데 전자투표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는 관계 기관인 과기부의 규제 샌드박스 규정을 통과해야하는데, 부천도시공사가 얼마집을 서비스 업체로 선정하면서 이 같은 과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규제 샌드박스(Regulatory Sandbox)는 신기술과 신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제품, 서비스를 내놓을 때 일정기간 동안 또는 일정지역내에서 기존의 규제를 면제 또는 유예 시켜주는 제도입니다. 규제 샌드박스는 규제신속확인 절차 후 규제 적용이 필요하다면 안전성 입증을 위해 임시허가 혹은 안전성 검증이 필요할 시 실증특례를 마쳐야 합니다. 실증특례를 받은 후에는 법령 정비 후 허가 획득 시 시장에 출시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과기부 ICT 규제샌드박스 심의위원회는 지난해 말 심의를 통해 얼마집을 도시정비 전용 토지 등 소유자 본인 전자 서명을 통한 동의서 징구 서비스 실증 규제 특례 서비스로 지정했습니다. 그런데 얼마집은 실증 규제 특례는 받았지만 이후 사업 개시 통보를 받았다는 내용이 확인이 안 되는 겁니다.
과기부 신사업제도과 관계자는 "규제 샌드박스 제도 상 실증 특례 지정을 받은 후 지정 받은 당시 과기부가 부과한 조건을 충족했는지와 책임보험 등에 가입했는지에 대해 과기부와 국토부 등 규제부처가 현장 점검을 하는 절차가 있다. 이게 적합한다는 판단이 나와야 해당 기업이 사업 개시를 할 수 있다"며 "그런데 해당 업체의 경우 실증 특례 지정은 됐는데 이 같은 현장 점검은 아직 안 된 상황이다"고 말했습니다.
입찰·비교 견적 산출 과정도 빠져
이외에도 부천도시공사가 전자투표 업체 선정을 위한 적절한 입찰·비교 견적을 산출하는 과정도 빠졌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한 프롭테크 업계 관계자는 "규제 샌드박스 규정을 모두 준수한 업체들과 얼마집 간의 비교 견적 절차가 빠진 것으로 보인다"며 "부천도시공사가 실증특례와 사업개시 등에 대한 관련 서류를 꼼꼼히 검토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부천도시공사는 이처럼 실증 특례 지정은 됐지만 이후 사업 개시 통보 절차를 생략한 채 전자투표 업체와 계약해 후보자단 공고와 주민 동의서 징구를 지난해 12월 3일부터 9일까지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경기 부천시 심곡 3-1 공공재개발 구역 전경. (사진=송정은 기자)
이와 관련해 법조계에서는 계약 절차 상의 하자는 있지만 계약 자체를 무효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다만 공공기관인 부천도시공사가 추진한 사업인 만큼 좀 더 엄격한 기준이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합니다.
김예림 법무법인 심목 변호사는 "공공기관인 부천도시공사가 전자투표 업체를 선정하는 절차 상의 하자가 있다면 이를 다시 고치고 갈거냐에 대해 엄격한 기준이 적용 될 수 있다"며 "다만 주민동의서 징구 등 의결권 행사 자체는 이 정도 하자로 인해 결과가 왜곡됐다고 보기는 어려워 절차를 완전 무효화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부천도시공사에 심곡 3-1 공공재개발의 전자적 동의서 징구 과정에서 해당 업체 선정 관련 절차적 문제를 인지했는지를 문의했지만 공사 측의 공식적인 입장은 들을 수 없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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