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개인투자용 국채가 개인투자자들에게 철저히 외면받고 있습니다. 만기수익률은 양호한 편이지만 분리과세 혜택을 얻는 대가로 치를 것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에 비해 낮은 국채금리도 걸림돌입니다. 정부가 다음 달부터 선보일 5년만기 국채가 투자 매력을 끌어올릴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14일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개인용 국채 청약경쟁률은 이날까지 0.5 대 1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정부가 2월에 발행하는 개인투자용 국채 한도는 10년물 800억원, 20년물 200억원 등 총 1000억원 규모입니다. 하지만 17일 청약 마감을 하루 앞둔 이날까지 경쟁률이 부진해 이번에도 흥행에는 실패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것 안되고 저것도 안돼’…채권개미 외면
기획재정부가 지난해 6월부터 개인을 대상으로 매달 발행하고 있는 개인용 국채는 6월과 8월에만 실질적인 경쟁이 발생했을 뿐 그 이후로는 계속 미달을 기록 중입니다. 그나마 올해 1월엔 10년물 국채의 경쟁률이 0.92대 1로 조금 회복된 정도입니다. 투자자들이 개인용 국채를 외면하는 것은 얻는 것에 비해 잃을 것들이 많아서입니다.
개인용 국채는 현재 10년만기와 20년만기 두 종류로 발행되고 있습니다. 표면금리에 가산금리를 얹어주는 데다, 채권이자를 만기에 지급해 이자에 이자가 붙는 복리채로 운용, 실질수익률이 높아지는 특징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채권이자에 붙는 세금을 분리과세하기 때문에 금융소득종합과세 산정에 포함되지 않아 자산가들에게 큰 인기를 얻을 것으로 기대됐습니다.
하지만 채권 만기가 10년, 20년으로 길고, 가입 1년까지는 중도환매가 불가능하며 1년이 지나 중도환매를 하는 경우엔 가산금리가 빠지고 복리도 적용되지 않는다는 패널티가 걸림돌이 됐습니다.
또한 만기 전엔 채권을 매매할 수 없어 시장금리가 하락하는 시기에 일반적인 채권 투자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 즉 채권가격 상승으로 인한 매매차익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오직 처음 가입할 때 확정된 이율에 대한 권리만 갖습니다.
이같은 특성 때문에 ‘채권개미’가 증가해 증권사들이 앞다퉈 각종 채권을 상품화해 판매를 늘리는 와중에도 개인용 국채는 철저히 외면받게 된 것입니다.
36.8% 대 23.8%
그렇다고 개인용 국채가 먹을 것 없는 계륵은 아닙니다. 가입자의 형편과 사정, 가입 목적에 따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있습니다.
현재 미래에셋증권이 판매 중인 2월분 개인용 국채 금리는 10년만기가 표면금리 연 2.840%에 가산금리 연 0.350%를 더해 연 3.190%를 적용합니다. 10년 동안 이자를 지급하지 않다가 만기에 주기 때문에 그동안엔 복리로 운용해 만기수익률은 연 3.190%가 아니라 연 3.687%로 불어납니다. 10년 총수익률로는 36.87%에 달해, 최초 1억원을 예치하면 10년 후 3689만1380원의 이자가 발생할 예정입니다. 다만 이자소득세와 지방세는 그대로여서 15.4%를 뗀 세후 이자는 3121만원입니다. 세후수익률론 3.119%에 해당합니다.
20년만기 국채의 경우 예치기간이 두 배로 길기 때문에 복리효과도 크게 발생합니다. 표면금리 연 2.770%에 가산금리 0.500%를 더해 연 3.270%가 적용되는데, 만기수익률은 연 4.512%로 껑충 뛰어오르는 것입니다. 그대로 만기수익률은 세전 90.24%로 20년을 맡겨놔도 원금의 2배가 되지는 않습니다.
이렇게 국채수익률과 이자만 보면 실망하겠지만, 이를 은행 정기예금이나 보험사의 일시납 저축보험과 비교해 보면 생각이 변할 수 있습니다. 은행 예금은 만기가 길어야 3년이어서 10년을 운용하려면 만기 후 재가입을 반복해야 합니다. 다만 지금 금리로는 10년을 운용해도 국채 투자로 얻을 수 있는 이자보다 많이 받긴 어렵습니다.
일시납 보험도 마찬가지입니다. 일시납 저축보험은 1억원을 맡긴 후 10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을 받는다는 것이 큰 장점인데요. 비과세라서 종소세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이자를 얼마나 받느냐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2월 현재 보험사들의 저축보험 공시이율은 2%대 중반입니다. 연 2.45%를 내건 A 생명보험의 경우 1억원을 예치했을 때 10년 후 환급률은 23.8%에 그쳤습니다.
그래서 보험사들도 일시납 저축보험 가입을 추천하기보다 연금보험에 월납으로 가입해 5년 동안 적립한 후 5년을 더 예치해서 10년을 채우는 방법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 경우는 연금보험이라서 일시에 목돈을 받을 수는 없습니다.
이처럼 다른 금융권 상품들과 비교해 보면 개인용 국채의 메리트가 없는 것은 아니란 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가입시 10년이자 확정…‘지금은 좀’
결국 투자자의 형편과 목적에 따라 투자 메리트는 달라집니다. 처음부터 환매할 여지가 있는 경우라면 시작하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원금에 소정의 이자는 받겠지만 기회비용 측면에서 결코 이롭지 않습니다. 반대로 여유 있는 자금인 경우엔 괜찮습니다. 마치 교육보험에 가입하는 것처럼 초등학생 자녀의 대학자금용으로 목돈을 예치해 두는 것도 좋은 접근법입니다.
최소한 가입 후 10년을 기다려야 하므로 목돈을 나눠서 가입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1억원을 나눠 1년에 1000만원씩 가입하면 10년 후부터는 매년 만기 자금을 받을 수 있을 겁니다. 또 이렇게 가입 시기를 분산하면 가입 당시의 금리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습니다. 원한다면 더욱 잘게 나눠서 매달 가입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럼에도 현재로선 개인용 국채 투자를 망설일 수밖에 없는 것은, 장기간 확정될 금리 수준이 낮기 때문입니다.
국내 국채 금리는 지난 몇 달간 미국과 더 벌어졌습니다. 지난해 금리 인하 전망에 하락하던 미국 국채금리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던 9월부터 가파르게 다시 반등했습니다. 최근 들어 조정 양상이지만 아직도 4.5%(10년만기) 위에 머무는 중입니다. 반면 국내 국고채 금리는 미국 금리가 뛰어오르기 시작한 그 시점부터 동조화에서 벗어나 계속 약세를 보였습니다. 그로 인해 한미 간 금리 차는 더 벌어진 상태입니다.
이런 상황에선 이자 더 주는 미국채에 투자하는 것이 당연해 보입니다. 물론 환율이란 걸림돌이 있어서 실행하기는 어렵지만, 국채에 투자하더라도 최소한 지금보다는 높은 금리에서 시작하고 싶을 겁니다. 이런 니즈를 가산금리로 보전해 줘야 하는데 가산금리 수준이 높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지금 당장 개인용 국채에 청약하기보다는 당분간 기다려 보자는 의견이 많습니다. 특히 다음 달에 나올 것으로 알려진 5년만기 국채에 대한 관심이 큽니다. 정부는 금리 변동성 큰 상황에서 채권 만기가 너무 길다는 지적에 3월부터 개인용 국채에 5년만기를 추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표면금리와 가산금리 조건은 10년만기 등에 비해 낮겠지만, 진입 장벽을 낮추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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