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동박업계, 전기차 침체에 사업 다각화…AI 반도체로 돌파구
지난해 동박업계 모두 적자…전기차 캐즘 장기화 전망
AI 반도체, 고성능 서버 및 5G 통신 장비 등 진출
배터리 시장 회복 전까지 수익성 회복 기대감
2025-02-17 06:00:00 2025-02-17 06:00:00
이 기사는 2025년 02월 13일 14:58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배터리 동박업계가 전방산업인 전기차 업황 악화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면서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통해 실적 개선 작업에 나섰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020150)SKC(011790), 솔루스첨단소재(336370) 등 동박 3사는 전기차 배터리용 동박에 집중됐던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며 AI 반도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어 이에 대한 실적 가시화 시점에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AI 특화 반도체. (사진=연합뉴스)
 
동박 3사, 지난해 모두 연간 적자 기록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64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 전환했다. SKC도 276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적자 규모가 확대됐으며, 솔루스첨단소재 역시 54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2022년부터 연간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전방산업인 전기차 캐즘(수요 둔화)에 따라 배터리기업들이 재고를 조정하면서 동박업체들의 가동률이 하락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전기차 시장 정체가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커지면서 동박업체들은 대응 전략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의 전기차 배터리 소재 시장에서 벗어나 AI 반도체, 고성능 서버 및 5G 통신 장비 등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해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올해 4분기부터 엔비디아의 차세대 AI 가속기 ‘루빈’에 들어가는 초극저조도(HLVP) 동박을 공급할 예정이다. 최근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통과한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전북 익산공장에 연산 1800톤 규모의 AI 가속기용 HLVP 동박 양산 체제를 구축했다.
 
HLVP 동박은 전자 제품의 신호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 표면 거칠기를 0.6㎛ 이하로 낮춘 제품이다. 이는 AI 가속기, 5G 통신장비 등에 필수적인 기술인만큼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특히 AI 반도체 성능이 점점 더 고도화됨에 따라 전력 효율성을 높이고 신호 간섭을 줄이는 기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으며, HLVP 동박은 이러한 요구를 충족할 수 있는 핵심 소재로 부각되고 있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AI 가속기용 동박 등 신규 공급을 통해 올해 제품 판매량이 두 자릿수 이상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회사는 앞으로도 반도체와 통신 장비 등에 적용할 수 있는 첨단 동박 기술을 지속적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유리기판·HLVP 동박…실적 개선 '한몫' 기대
 
SKC는 자회사 앱솔릭스를 통해 유리기판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약 3400억원(2억4000만달러)을 투자해 미국 조지아주에 연간 1만2000㎡ 규모의 유리기판을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지난해 완공했으며, 올해 말부터 본격적인 생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유리기판은 기존 플라스틱 기판보다 열 발생이 적고 소비 전력을 30% 이상 줄일 수 있어 AI 반도체에 최적화된 부품이다. 특히 고성능 AI 칩들이 요구하는 높은 연산 처리량과 저전력 설계를 만족시키기 위해 유리기판의 채택이 점차 증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엔비디아와 인텔 등이 SKC의 유리기판 성능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조만간 납품 여부가 확정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유리기판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이지만, AI 반도체의 발전과 함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어 수년 안에 반도체 기판 시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솔루스첨단소재는 AI 가속기용 HLVP 동박의 납품 물량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엔비디아의 AI 가속기 ‘블랙웰’에 들어가는 HLVP 동박을 독점 공급 중이며, 인텔과 AMD에도 AI 가속기용 제품 공급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솔루스첨단소재는 AI 가속기 시장의 확대에 힘입어 올해 동박 사업 매출이 47% 이상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동박 사업 매출은 1963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2900억원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헝가리 공장을 포함한 글로벌 생산 거점을 적극 활용해 생산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동박 업계에서는 AI 반도체 시장이 엔비디아, 인텔, AMD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 확대와 맞물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통화에서 “글로벌 기업이 AI 반도체에 필요한 HLVP 동박과 유리기판을 적극 도입하고 있는 만큼 전기차 배터리 시장이 회복되기 전까지 AI 가속기용 소재 사업이 실적 개선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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