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딥시크와 텀블러
2025-02-13 06:00:00 2025-02-13 06:00:00
시민에게 기후위기를 함께 막자는 기후행동 지침은 디지털 기술에 관해 뭐라 하지 않는다. 인공지능의 출현과 스마트도시, 스마트그리드 같은 기술이 기후위기를 완화할 거라고 전망할 뿐이다. 반면 디지털 정보의 이동과 고밀도 계산 등을 위해 배출되는 온실가스에 대해선 기껏해야 기술적 해결책을 보여주고 만다. 열정적인 젊은 기후운동가들도 스마트폰을 끼고 산다. 프랑스 환경 저널리스트 기욤 피트롱은 2021년 책 <‘좋아요’는 어떻게 지구를 파괴하는가>에서 “기후세대는 디지털 도구에 중독된 젊은 소비자들로 형성되었다”며 “앞으로 전 세계 배출량의 7.5%를 차지하는 디지털 업계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두 배 증가시키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될 것”이라고 지적한다.
 
일반적으로 문자열 기반의 구글 검색을 한 번 할 때마다 0.3킬로와트시(Wh)의 전력이 쓰인다. 반면, 챗GPT 검색은 2.9와트시의 전력을 잡아먹는다. 놀라지 마시라! 그 정도는 당신의 스마트폰 10%를 충전하는 전력량이다. 온실가스도 100g 배출한다. (미국환경보호청(EPA) 환산기 기준)
 
그런데, 왜 우리는 육류 섭취를 중단하고, 비행기를 타지 말자고 하면서 ‘불필요한 인공지능 사용 줄이기’ 같은 이야기는 하지 않는가? 어제 하루 종일 쏘다니다 텀블러에 향긋한 커피를 받으며 그런 의문이 들었다. 텀블러 가지고 다니는 것보다 인공지능 검색 한 번 안 하는 게 낫지 않을까? (인공지능에게 복잡한 상황을 알려준 뒤 어떤 그림을 그려오는지 보는 게 내 취미다.)
 
인공지능 ‘딥시크’의 중국발 ‘스푸트니크 충격’이 가라앉질 않는다. 딥시크의 강점은 챗GPT 최고 수준의 성능을 저비용으로 구현한 데 있다. 심지어 ‘설계도’ 격인 기술 자료도 과감하게 오픈소스로 공개했다. 이로써 좀 더 싸고 수준급인 인공지능 추론 모델이 앞으로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
 
딥시크는 단번에 실리콘밸리와 월스트리트의 통념을 뒤흔들었다. 이들은 인공지능 시장의 경쟁력은 ‘규모의 법칙’이 좌우할 거로 믿었다. 인공지능 모델을 개선하는 유일한 방법은 막강한 연산 처리 능력을 지닌 그래픽처리장치(GPU) 같은 인프라 그리고 인공지능을 학습시키고, 고밀도 계산을 수행하는 공간인 대규모 데이터센터와 이를 돌아가게 하는 막대한 전력을 얼마나 공급하느냐에 달려 있었다.
 
이러한 기대와 인공지능 경쟁 속에서 데이터센터는 몸집을 불리며 전기를 먹어치우기 시작했다.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의 지난 12월 미국 전력 소비량 중 데이터센터의 소비 비중은 2023년 4.4%에서 2028년 최대 12%에 이를 것으로 예상했다. 세계적으로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천연가스와 원자력이 부활했고, 소형모듈원자로에 투자가 쏟아졌다. 반대로 탄소중립으로 향한 여정에는 거대한 장애물이 솟아오르는 와중이었다.
 
그런데, 기존 모델 대비 전력 사용량을 최대 75% 낮춘 인공지능이라며 딥시크가 나선 것이다. ‘전기 먹는 하마’인 인공지능의 과식 성향을 한층 줄인 딥시크 충격으로 소형모듈원자력(SMR) 개발에 뛰어든 스타트업을 포함한 글로벌 원자력업계 그리고 전력업계의 주가가 곤두박질친 것은 어쩌면 당연했다.
 
딥시크는 기후위기에서 인류를 구원하는 시발점이 될까? 값싸고 똑똑한 인공지능의 출현을 반가워해야 하는 걸까? 안타깝게도 증기기관의 효율성을 개선했더니 오히려 석탄 소비가 늘어난 19세기 영국의 ‘제본스의 역설’의 길로 갈 가능성도 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딥시크 충격은 인간의 일상과 인공지능 산업 그리고 지구의 미래에 분기점이 될 것이다. 텀블러에 담긴 커피를 홀짝이며 인공지능으로 검색하는 아이러니한 상황도 어떻게든 정리될 것이다.
 
남종영 KAIST 인류세연구센터 객원연구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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