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 만에 뒤집힌 통상임금…커지는 '최저임금' 딜레마
재직자 조건부 정기상여금 통상임금 포함
바뀐 지침서에 노사 '동상이몽'…갈등 불가피
2025-02-11 18:05:21 2025-02-12 10:53:27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김태은 인턴기자] 정부가 11년 만에 통상임금 지침을 변경하면서 노사 간 혼란은 물론, 갈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말 대법원 판결로 변경된 통상임금 판례를 현장에 적용하는 통상임금 노사 지도 지침을 개정했는데요. 하지만 늘어난 수당에 사측은 인건비 부담을 호소하는 한편, 노동계 역시 통상임금을 줄이려는 사측과의 충돌을 예견하며 마냥 기뻐할 수 없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올해 상반기 최저임금 심의를 앞두고 노사 간 갈등이 불가피해지면서 최저임금 딜레마도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이 6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전국 기관장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명절상여금·휴가비도 통상임금 포함 
 
11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6일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전국 기관장 회의에서 명절 상여금, 휴가비, 체력단련비 등도 통상임금에 포함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을 발표했습니다. 
 
앞서 대법원 전합은 지난해 12월19일 기존 통상임금 요건으로 판시했던 정기성·일률성·고정성 중 일한 대가로 조건없이 지급되는 '고정성' 기준을 폐기하라는 요지의 판결을 내렸습니다. 대법원이 통상임금의 범위를 확대한 것은 2013년 12월 이후 11년 만입니다. 법원에서는 이번 판례를 판결 선고일 이후 산정하는 것부터 적용해 소급효를 제한했지만, 해당사건 및 이미 법원에 계류 중인 병행사건까지는 소급을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특정 시점에 재직할 때만 지급되는 금품인 명절귀향비, 휴가비 등은 원래 근로의 대가나 고정성이 없다고 여겨져 통상임금으로 산정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지난해 전합 판결로 이러한 '재직자 조건부 정기상여금'도 소정근로의 대가성이 인정되고 정기성, 일률성을 갖춘 통상임금으로 보게 됐습니다. 통상임금이란 '소정근로(근로자와 회사가 사전에 합의한 근로시간)'의 대가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금품을 뜻합니다. 통상임금은 근로자가 받을 수 있는 수당·퇴직금 등의 산정 기준이 됩니다. 
 
김문수 고용부 장관은 "통상임금의 부당한 축소를 막고 소정 근로의 가치를 온전하게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 이번 판결의 취지라 생각한다"며 "노사가 협력해 복잡한 임금구조나 연공급 중심의 임금체계를 변화하는 노동시장 환경에 맞게 개선해 나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고용부는 대법원 판례를 바탕으로 학계와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노사지도 지침으로 현장에서의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입니다. 
 
노사 갈등 격화…최저임금 '줄다리기' 예상
 
(그래프=뉴스토마토)
 
그러나 통상임금 범위 확대로 인정받는 임금이 늘어나면서 연동되는 수당도 증가해 기업들의 인건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실제로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이 높은 유통업계는 통상임금 범위 확대로 인한 인건비 증가 여파로 4분기 영업이익이 감소 폭이 늘어났습니다. 
 
특히 이 같은 임금 증가는 대기업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옵니다. 통상임금이 정하는 가산수당이 늘어나는 혜택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지 못하는 5인 미만 사업체와 무관하기 때문입니다. 
 
통상임금을 둘러싼 노사 간 입장 차이는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도 반영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재 최저임금위원회는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를 위한 준비 중입니다. 최임위는 최저임금을 심의 및 의결하는 고용노동부 산하 사회적 대화기구입니다. 고용부 장관이 매년 3월 31일까지 심의를 요청하면 위원회는 요청을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심의를 종료해야 합니다. 
 
노동계에서는 기업들이 통상임금 확대에 따른 임금인상 부담을 이유로 최저임금 인상폭을 낮추려고 할 것이라고 우려합니다. 현재 경영계는 올해 최저임금 1만원 시대가 열리면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 것을 이유로 최저임금 '동결'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반면 노동계는 올해 최저임금 인상률이 1.7%로 2021년 1.5%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낮아 내년도 고율 인상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올해 최저임금 심의 역시 노사 간 '줄다리기'가 격화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박진아 기자·김태은 인턴기자 xxt197@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