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보다 예측 불가능한 국가가 돼야 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016년 공화당 대선 경선 토론회에서 했던 말이다. 9년 전 트럼프 대통령의 입에서 이 말이 나왔을 때만 해도 이 정도의 미치광이 형태를 보일 줄 몰랐다. 그는 집권 1기 때보다 더 독해졌고, 더 매워졌다.
최근 전 세계는 트럼프 대통령의 '미치광이(madman·매드맨) 전략'을 톡톡히 맛봤다. 그는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관세 부과를 발표했다가 하루 만에 유예하는가 하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장악할 것"이라고도 선언했다. 전 세계를 들었다 놨다 하는 트럼프의 '말·말·말'에 정신을 차리기도 힘들 정도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지구 점령 주장은 전형적인 매드맨 전략으로 꼽힌다. 그는 가자지구를 미국이 장악해 소유하고, 주민들을 강제 이주시킨 뒤 지중해 휴양지로 개발하겠다는 구상까지 밝혔다. 기존 국제 질서를 뒤흔드는 발언은 물론, 중동뿐만 아니라 자국 내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트럼프 스타일을 고려할 때, 이번 발언은 고도로 계산된 전략적 행위일 가능성이 높다.
미국 정치사에서 매드맨 전략은 리처드 닉슨 집권기에 본격 거론됐다. 1970년대 베트남 전쟁 당시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은 "모스크바에 핵을 투하하겠다"라고 공언하자, 서방세계는 그를 "미쳤다"고 비난했다. 닉슨은 스스로를 미친놈처럼 인식시켜 소련의 전쟁 개입을 차단하기 위한 속내를 감추고 있었다. 닉슨 스스로 이름을 붙인 이 '미치광이 전략'은 언제 무슨 일을 벌일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이 가장 난점이다.
닉슨의 미치광이 전략이 군사적인 대외정책의 개념이라면,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와 교역 분야에서 이 전략을 쓰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전략이 언제든 한국을 향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는 이미 지난 2018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과정에서 우리 정부를 향해 '재협상이 아니라면 FTA를 종료하길 원한다'며 압박 수위를 끌어올린 뒤 유리한 조건들을 다수 관철한 바 있다.
미국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는 나라 중 하나인 한국은 언제든지 트럼프의 타깃이 될 수 있다. 유럽연합(EU)을 향해 관세 폭탄을 예고했듯, 지난해 대미 무역수지 흑자 규모 8위인 한국을 향해 방위비 분담금 인상과 기업들의 대미 투자 확대 등을 노리고 관세로 압박할 가능성도 있다.
핵심은 어떠한 형태로든 트럼프의 매드맨 전략에 마주했을 때, 우리는 '지피지기 백전불태'여야 한다는 것이다. '자신과 상대방의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으면 백번 싸워도 위태로울 것이 없다'라는 손자병법의 이 구절처럼, 우리로서는 '지피지기'가 급선무다. 정치적 혼란 속에서도 우리만의 '거래의 기술'을 만들어 현명하게 대응해야 한다. 외교·안보 최고사령탑 부재라는 악조건 속에서 트럼프의 매운맛에 어떻게 대응할지 지혜를 모아야 할 때다.
박진아 정책팀장 toyouj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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