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준공 후 미분양, 아파트가 지어졌는데 입주자가 나타나지 않는 것으로 소위 불 꺼진 아파트라 불린다. 서울과 수도권에선 드문 일이지만 지방에선 심각한 문제가 된 지 오래다. 작년 11월 말 기준 전국 준공 후 미분양은 1만8644가구로 집계됐다. 이 중 대다수인 1만4802가구가 지방에 위치했다. 지난해 3.3㎡당 전국 아파트 평균 분양가가 2063만원이었고, 이를 국민평형이라고 부르는 전용 84㎡에 대입하면 6억원을 훌쩍 넘긴다. 지방 중소도시 아파트 혹은 나홀로 아파트여서 가격은 평균에 미치지 못하겠지만 불 꺼진 아파트에 묶여 있는 자금은 수조원 이상인 셈이다. 이에 따른 금융비용도 상당하다. 지난해 지방 건설사의 부도, 폐업이 잇따른 이유다.
준공 후 미분양은 건설사에겐 '부도 수표'와 같다. 다 짓고도 팔지 못하고 있으면 은행으로부터 공사를 위해 프로젝트파이낸싱(PF)한 돈을 갚을 시기가 불투명해지고, 매달 이자 부담까지 떠안아야 한다. 하청업체에게도 자금을 주지 못해 엄청난 피해를 준다. 실제로 지난해 폐업 신고한 종합·전문건설업체는 3675곳이며 이달 중순까지 219곳이 추가로 폐업한 상황이다. 신동아·대저건설을 비롯한 상당수의 중견 건설사들은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미분양을 털어내지 않으면 신규 사업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서서히 돈줄이 말라가는 것이다. 준공 후 미분양은 특히 중소 건설사에 치명타다.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2025년 1월 중소기업 경기전망조사에 따르면 1월 건설업 업황전망 경기전망지수(SBHI)는 64.2다. 이는 전년 동월 대비 9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준공 후 미분양 문제는 지역 경제에도 타격을 준다. 입주를 예상하고 계획된 학교시설, 공공시설 등 인프라를 비롯해 상업시설, 편의시설 등의 도입이 늦어진다.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 인테리어업체, 이사업체 등 부동산 후방사업도 어려움을 겪는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전국에서 신규 개업한 공인중개업소는 769곳으로 전월(806곳) 대비 37곳 줄어들었다. 반면 폐업·휴업 중개업소는 총 1119곳(폐업 999곳·휴업 120곳)으로 새로 문을 연 공인중개소보다 문을 닫은 공인중개소가 더 많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난해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자도 8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정부가 미분양 해소를 위해 세제 혜택과 주택 매입 등 여러 대책을 시행하고 검토 중이지만 노력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건설사의 분양가 할인, 분양조건 개선도 현 시장 분위기로는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동안 불 꺼진 아파트가 줄어들지 않은 것은 기존 방법으로는 해결이 어렵다는 의미다. 기존과 다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다주택자 과세 측면에서 도입된 양도세 등을 폐지 또는 인하, 취득세 감면 등 파격적인 대책도 검토해볼 만하다. 불 꺼진 빈 아파트를 곳곳에 내버려 두고는 지역경제 활성화를 논하기는 어렵다.
강영관 산업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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