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부가 10·15대책 등 각종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시장 불안은 오히려 깊어지고 있다. 수요자들의 집값 상승 기대는 4년 전 문재인 대통령 집권 당시 이래 최고치까지 오르고 상승 폭은 3년 6개월 만에 최대를 기록했다. 또 갭투자 논란으로 사퇴한 이상경 전 국토교통부 차관의 "돈을 모아 집을 사라"는 발언도 민심의 역풍을 불렀다. 시장 신뢰보다 규제 강화에 기대는 선택은 역대 민주당 정부가 반복해온 악순환의 고리를 다시 여는 모습이다. 
 
서울 전역을 규제지역으로 묶어 갭투자를 원천 차단했지만, 그것이 전세 공급의 한 축을 이루는 현실은 외면됐다. 실제 10·15 대책 이후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수도권 아파트 월세 상승률이 최근 10년래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갭투자가 차단된 데다가 기존 전세 계약을 갱신하는 사례가 늘면서 전세 물건 공급이 줄어든 탓이다. 시장을 도덕의 잣대로만 재단하니 주거 이동의 연쇄 고리가 끊기고 전·월세난이 심화한 셈이다. 
 
주택은 '사는(live) 곳'일까, '사는(buy) 자산'일까. 둘 다 맞다. 효과적인 정책은 이 이중성을 인정하고 투자 수요를 공급 확대로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그러나 정부는 여전히 서울의 주택가격이 과도하게 높다는 인식에 갇혀 있다. 상위 아파트 중심의 통계에 과도하게 반응한 결과가 지금의 정책이다. 국제 비교를 하면 수도권의 PIR(소득대비 주택가격비율)은 뉴욕이나 도쿄보다 높다고 단정하기 어렵다. 
 
특히 풍선효과를 없애겠다는 규제 강화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압력을 억누를수록 시장의 반격은 커진다. 서울 노원·수원·광명 등이 강남과 같은 규제를 받게 되면 선호 지역의 집값 안정은 오히려 멀어진다. 갭투자 억제보다 전·월세 공급 축소가 먼저 나타나고, 청년층의 도심 접근 기회는 사라진다. 정작 정부·여권 인사 상당수는 서울 노른자위에 살면서 말이다. 
 
또한 공급 확대 없이 집값을 잡겠다는 건 공허한 얘기다. 괜찮은 지역에 괜찮은 집이 꾸준히 공급될 것이란 믿음을 줘야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킬 수 있다. 당장은 불가능하다.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2만8885가구에 그친다. 이는 최근 10년(2014~2023년) 평균 입주 물량(3만5797가구)보다 약 20% 적다. 최근 3년간 이어진 건설 경기 침체의 여파인데, 시장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때문에 단기 공급 대책을 마련하는 등 실수요자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시장은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이해와 설득의 대상이다. 집값은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흐르게 해야 한다. 이 단순한 원리를 외면하면 정부 정책은 시장의 역풍을 맞기 마련이다. 구체적인 공급 일정과 실행 계획을 담은 네 번째 대책의 연내 발표를 기다린다. 
 
강영관 산업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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