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 수도권 쏠림)②정책금융기관 이전, 실효성 의문
2014년 캠코·주금공·HUG·신보·중진공 지방 이전
중소기업 절반 이상 수도권 분포
"지방 이전 시 인력 유출 늘어나"
2025-01-14 15:07:35 2025-01-15 00:37:20
[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지난해 말 기준 정책금융 잔액은 1900조원으로 10년 새 2.5배나 증가했지만, 그 혜택은 주로 수도권에 집중돼 있습니다. 반면,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은 여전히 금융 공급 부족으로 인해 성장의 동력을 잃어가고 있는데요. 이러한 불균형은 지역 소멸 위기를 가속화하고, 국가의 균형 발전을 위협하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뉴스토마토>는 3회에 걸쳐 정책금융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면밀히 진단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금융의 역할과 방향성을 모색합니다. (편집자주)
 
지역균형발전을 명분으로 정책금융기관 본사가 지방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실효성 논란은 여전합니다. 정책금융의 수혜를 받는 중소기업이 수도권에 대다수 포진해 있기 때문입니다. 지방 이전 논의가 이뤄지는 국책은행의 경우 인력 유출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기관의 지방 이전을 논의할 때 이전할 지역과의 연계성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합니다.
 
정책금융 수요자 '수도권' 집중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뉴스토마토 K-정책금융연구소가 평가하는 13개 정책금융 기관 중 본사를 지방으로 이전한 기관은 자산관리공사(캠코)·주택금융공사·주택도시보증공사(HUG)·신용보증기금·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등 5개입니다. 캠코와 주금공·HUG는 부산, 신보는 대구, 중진공은 진주로 내려갔습니다.
 
몇몇 기관이 지방으로 본사가 자리를 옮겼음에도 불구하고 정책금융의 수도권 집중 해소는 아직까지 어려운 형국입니다. 기관의 노력과는 별개로 정책금융 수요자 분포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정책금융의 수혜를 받는 중소기업들이 수도권에 집중돼 있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중소기업 기본통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중소기업 수는 총 804만2726개입니다. 이 중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 소재 중소기업 수는 420만6779개로 전체 중소기업 중 절반 이상인 52.3%입니다. 비수도권 중소기업은 383만5947개인데요. 전년 대비 증가율을 보면 수도권이 4.7%, 비수도권이 3.8%로 수도권의 증가폭이 더 큽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경기 지역이 211만760개로 가장 많았고 서울이 166만6401개로 2위입니다. 부산과 경남은 각각 49만3459개, 48만2366개로 50만개가 되지 않습니다. 부산, 경남보다 중소기업이 3, 4배 많은 서울, 경기 지역이기 때문에 정책금융은 자연스럽게 수도권에 집중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한 정책금융기관 관계자는 "공공기관이 독립적으로 사업을 하는 곳은 많지 않다"며 "전후방 민간산업과 연계돼 있고 연계된 생태계가 어디에 있는지가 굉장히 중요한데 지방으로 이전했을 때 출장 비용 등 제반 사업비 지출이 늘어나거나 직원들이 실제적으로 느끼는 무형의 고통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 지역 액셀러레이터(AC) 관계자는 "정책금융기관이 기업에 지원해주는 자금은 단순히 호의성 자금이 아니라 회수와 일자리 창출을 염두한다"며 "그런 역량을 가진 기업이 지역보다 수도권에 훨씬 많은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습니다.
 
국책은행 '인력 유출' 우려
 
지방 이전에 따른 인력 유출도 실효성 논란이 불거지면 빠지지 않는 이슈입니다.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본사를 옮기면 많은 직원이 기관을 떠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입니다. 최근 정부는 지난해 말 2차 공공기관 이전 추진 일정을 올해 말로 연기했는데요. 수도권에 있는 정책금융기관 중 2차 공공기관 이전 대상으로 오르내리는 곳은 국책은행 3곳입니다. 
 
국책은행 중 가장 많이 언급되는 곳은 산업은행입니다. 지난 3년간 산은 부산 이전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로 추진됐습니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조직 개편을 통해 인력을 부산으로 내려보내는 등 부산 이전에 몰두했는데요. 정치권에서는 여당이 앞장서고 있습니다. 22대 국회에선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발의한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에 산은 본점의 위치를 서울특별시에서 부산광역시로 변경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산은 노조는 부산 이전을 강하게 반대했습니다. 강 회장 취임 이후 산은 자체적인 부산 이전이 강행되자 산은을 떠나는 직원 수가 급증했는데요. 산은 노조는 지난 2022년, 2023년 퇴사자 중 80%가 부산 이전 이슈로 퇴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산은 뿐 아니라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도 지방 이전 관련 법안이 등장했습니다. 이성권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해 6월 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한다는 내용의 중소기업은행법, 한국수출입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도 비슷한 상황이겠지만 현재 인건비 등으로 인해 국책은행의 취업 경쟁력이 많이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본점까지 지방으로 이전한다면 (인력 유출은)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부산 금융중심지 육성 "재검토해야"
 
국책은행들의 본점 행선지는 모두 부산입니다.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부산의 위상을 공고히 하려는 목적인데요. 일각에선 금융중심지 지정 15년이 지났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지난 2009년 서울과 부산은 금융중심지로 지정된 바 있습니다.
 
정혜진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은 "글로벌 금융중심지로서의 경쟁력이 아닌 국내의 지역균형발전 논리만을 강조한 금융 중심지 정책은 오히려 금융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지역 간 갈등까지 일으키고 있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현재의 금융중심지 정책은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정책금융기관의 지방 이전이 정치적인 견해보다는 이전 지역과의 연관성, 기여도 등을 고려하는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언했습니다. 홍형득 강원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방자치단체장이 특정 기관을 유치하겠다고 공약하는 등 정치적으로 기관을 미리 선점하듯이 뽑아가는 지방 이전 논의는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전하는 지역과 연관된 산업, 유사 기관과의 시너지 등을 고려해서 지역을 선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산업은행 노동조합 조합원들이 지난해 10월3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산업은행 본점 부산 이전 반대 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산업은행 노동조합)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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