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이 나와 소리쳤다. “길에 호랑이가 나타났다.” 사람들은 반응하지 않았다. 뒤이어 다른 사람이 외쳤다. “길에 무서운 호랑이가 돌아다니고 있소.” 길거리 사람들은 긴가민가했다.
세 번째 사람이 고함을 질렀다. “길에 호랑이가 나와 공격하고 있다.” 사람들은 혼비백산해 달아났다. 물론 호랑이는 나타난 적이 없었다.
삼인성호. 세 사람이 같은 말을 하면, 거짓말도 진실로 만들어버린다는 고사성어다. 중국 전국시대 이야기를 엮은 전국책 한비자편에 나온다.
비슷한 고사성어로 ‘증삼살인’이 있다. 증자는 공자의 제자로 중국 전국시대의 유가 사상가다.
증자의 본명은 증삼이다. 증자의 어머니는 증자가 사람을 죽였다는 소리를 들었다. 처음과 두 번째까지는 믿지 않았는데, 세 사람이 같은 말을 하자 담을 넘어 달아났다. ‘효행’으로 유명해 효의 대명사로도 꼽히는 증자조차 세 명이 입을 모으면, 그 어머니가 자식도 믿지 않고 도망갔다는 것이다..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1월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 열린 정권 퇴진 촉구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비상계엄 선포는 '팩트'
2024년 12월3일 오후 10시23분쯤. 윤석열씨는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특수전사령부와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군인들이 국회로 헬기를 타고 진입해 아수라장을 만들었다. 군인 일부는 선관위로 출동했다. 다른 한 무리의 군인들은 체포조를 가동해 ‘반체제인사’ 검거에 나섰다.
국회의 계엄해제안 가결이 윤씨의 선포 2시간만인 12월4일 자정에 이뤄졌지만, 군인들은 새벽 내내 활개치고 다녔다.
이후 전개는 진행형이다. 세세하게 말하지 않더라도, 변하지 않는 것은 ‘대통령 지위에 있던 윤석열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친위쿠데타를 모의했다 실패했다는 것’이다.
생중계되는 방송을 통해 계엄을 선포하고, 국회에 내린 헬기에서 총을 든 군인들이 줄지어 창문을 깨며 진입하고, 국회의사당 밖에서 시민들과 대치한 것은 변할 수 없는 ‘팩트’다. 국민 모두가 밤을 새워가며 가슴 졸이며 생생하게 목격했다.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에서 1월13일 전술복과 헬멧을 착용한 경호처 공격대응팀(CAT) 대원들이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계엄포고문처럼 '처단'
법에 따라 심판받겠다던 윤씨는 적법절차에 따라 발부된 체포영장도 거부하며 경호처의 호위에 숨어있다. 절차적 하자가 수두룩한 비상계엄 선포도 아랑곳하지 않고, 적반하장식 법절차를 변호인단과 더불어 주장한다.
상식선에서 바라보면 분명 국헌을 뒤흔든 죄를 저질렀는데, 변호인단은 복잡한 법적 용어와 법리를 앞세워 상식적 판단을 헷갈리게 만들고 있다.
한번 두 번 들을 때는 그냥 웃고 마는데, 세 번 이상 주장하니 말도 안 되는 것이 말이 되는 것처럼 느껴져 불안감만 엄습한다.
윤씨는 관저 앞 지지자들에게 “끝까지 싸우자”는 메시지를 보내 본격적인 내란을 선동하는 모양새다. 더 이상 삼인성호가 판치기 전에 공수처와 경찰은 윤씨를 '처단'해야 한다. 계엄포고문에 윤씨가 내세웠던 단어처럼.
오승주 공동체부 선임기자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병호 공동체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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