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 ‘GDP 살인자’와의 결별
노동자 파업 손실 따지던 보수언론·재계
내란 사태엔 더없이 차분하거나 이성적
수백조원 손실 끼친 '시장주의자 윤석열'
2025-01-02 16:42:03 2025-01-02 16:42:03
“노동자들은 단 하루만 파업해도, <조선> <한경> <매경> <연합> 등에 ‘(불법) 파업으로 인한 생산 차질, 영업 손실’ 따위가 계산되어 보도됩니다. (…) 언론과 전경련 들은 왜 이번 윤석열의 (불법) 계엄으로 야기된 환율 폭등, 내수 침체, 관광업계 부진 등등의 부정적 경제 효과와 그로 인한 손실액을 보도하지 않습니까?”
 
천정환 성균관대 교수가 지난달 27일 페이스북에 올린 포스팅 이다. 천 교수 지적대로 12·3 내란사태가 내란범들에 대한 보수언론과 경제지들이 논조는 더없이 이성적이다. ‘이 가뭄에 웬 파업’이냐며 노동자들 파업으로 한국경제가 망할 듯 우려와 비판을 쏟아대던 모습은 간데없고, 계엄령이 한국경제에 미친 영향을 건조하게 숫자로만 다루고 있다. 자나 깨나 한국경제를 걱정하던 마음이 진심이었다면 ‘엎친 데 불황, 덮친 데 계엄’ 정도의 제목으로 기획기사를 쏟아 냈어야 하는데 말이다.
 
입만 열면 “경제가 어렵다”던 국내 경제단체들도 불법 계엄과 내란 사태엔 ‘침묵 모드’로 일관했다.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직후 정부와 국회에 경제 혼란 최소화를 위해 노력해달라고 주문한 것이 전부다. 특히 한국경영자총협회의(경총) 성명 가운데 “노동계도 우리 사회의 책임 있는 경제주체로서 사회 안정과 경제위기 극복에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는 대목은, 사회 안정과 경제위기 극복에 지금 가장 앞장서야 할 사람이 대통령이라는 점에서 뜬금없다. 경총이 유독 노사문제에 총대 메는 것을 모르지 않지만, 경제를 파탄낸 내란범에게 먼저 책임을 물을 일이다.
 
이처럼 보수언론과 재계가 차분한 사이, 되레 미국에서 한국경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경제보수지 <포브스>는 지난달 6일 “이기적인 계엄령 사태가 초래한 값비싼 대가는 한국인 5100만명이 시간을 두고서 분할해 지불하게 될 것”이라며 윤석열씨를 ‘GDP 살인자’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20일에도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2025년 심각한 위험에 빠지게 할 이유’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윤석열) 취임 후 954일 동안 △국가 경쟁력 강화 △기록적인 가계부채 경감 △평균 소득 증가 등의 어떤 일도 하지 않은 게 큰 문제”라며, “한국은 31개월 동안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을 보냈다”고 뼈를 때렸다. 재계를 대변한다는 국내 보수지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지적들이다.
 
내란 이후 연말까지 주가 하락으로 시가총액 100조원이 증발했고, 원·달러 환율은 계엄 발표 전 1425원에서 2일 현재 1467.20원까지 폭등했다. 내란 충격으로 성장률이 1.0%포인트 하락할 경우 GDP 감소 규모는 2025년도에만 23조원 정도가 될 것으로 추정도 나온다. 결국 수백조원의 손실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누구보다 자유시장경제를 운운한 윤씨가 한국경제에 던진 청구서다. 이제 재계와 보수언론도 반시장주의자, 반자본주의자와 손절할 때가 됐다.
 
오승훈 산업1부장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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