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탄핵이 휩쓴 '연말 특수'…소비심리 '최악'
소비자심리 하락폭, 코로나19 이후 '최대'
"제발 모임 그대로" 정부·민간 내수 진작 독려
대내외 불확실성에 내수 부진 고착화 우려
2024-12-26 15:07:11 2024-12-26 15:07:11
[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12·3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 여파로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되면서 내수가 급속도로 얼어붙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연말 특수는 사라지고 소상공인·자영업자의 타격이 커지고 있는데요. 정부를 비롯해 민간에서도 내수 살리기에 안간힘을 쏟고 있지만 소비자들의 닫힌 지갑을 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입니다. 서민경제가 벼랑 끝으로 내몰린 가운데, 내년 경기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면서 내수 부진 고착화 우려가 더욱 커지고 있습니다.
 
소비자심리 하락폭, 코로나19 이후 '최대'
 
26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88.4로 전월보다 12.3포인트나 하락했습니다. 지난달 1포인트 하락에 이어 2개월 연속 소비자심리가 위축했는데요. 문제는 하락 폭입니다. 12월 하락 폭은 코로나19가 한창 유행하던 팬데믹 때인 2020년 3월(-18.3포인트) 이후 최대 낙폭입니다. 지수 자체도 2022년 11월(86.6) 이후 2년1개월 만에 최저치입니다.
 
CCSI는 소비자동향지수(CSI)를 구성하는 15개 지수 가운데 현재생활형편·생활형편전망·가계수입전망·소비지출전망·현재경기판단·향후경기전망 6개 지수를 이용해 산출한 지표입니다. 지수가 100보다 크면 소비자의 기대 심리가 장기평균(2003∼2023년)과 비교해 낙관적이라는 뜻이고, 100보다 작으면 비관적이라는 의미입니다. 
 
소비자심리지수는 지난달까지는 100.7을 기록했으나, 12월 12포인트 이상 하락하며 공식적으로 경기 비관 국면에 들어섰습니다. 이 같은 하락은 12·3 비상계엄 사태에 이어 탄핵 정국까지 이어지면서 소비심리가 급격히 얼어붙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문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됐던 8년 전보다 소비심리가 더 빠르게 얼어붙고 있다는 점입니다. 실제 박 전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시발점인 '태블릿 PC 논란'이 불거진 2016년 말 CCSI는 102였습니다. 이후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이 급속도로 퍼지면서 박 전 대통령을 탄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같은 해 11월 CCSI는 95.7까지 떨어졌습니다.
 
연말연시에도 서울 시내의 식당 골목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민경제 벼랑 끝…"내년 더 안좋다"
 
소비심리 위축은 곧바로 소상공인·자영업자 매출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지난 10일부터 사흘간 소상공인 163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8.4%는 비상계엄 사태 이후 매출이 감소했다고 답했습니다. 매출이 50% 이상 감소했다는 소상공인이 36.0%로 가장 많았고 '30∼50% 감소'가 25.5%, '10∼30% 감소'가 21.7%, '10% 미만 감소' 5.2%로 조사됐습니다.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외식 사업장 신용카드 매출도 감소했습니다. 한국신용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이달 2일부터 9일까지 전국 소상공인 외식업 사업장 신용카드 매출은 작년 동기 대비 9.0% 줄었습니다.
 
서민경제가 벼랑 끝으로 몰리자 정치권과 정부를 비롯해 민간에서는 내수 진작 독려에 나섰습니다. 앞서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14일 '윤석열 탄핵소추안' 가결 후 "취소했던 송년회를 재개하시길 당부드린다"며 "자영업, 소상공인 골목 경제가 너무 어렵다"고 호소했습니다.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지난 15일 긴급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당초 계획했던 모임과 행사를 진행해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들을 응원해 달라"고 했고, 대한상공회의소는 24일 전국 73개 상공회의소와 서울 소재 25개 구상공회에 긴급 공문을 발송해 침체된 내수시장 활력제고를 위한 공동 캠페인에 착수했습니다.
 
정부·민간의 내수 진작 독려에도 침체된 내수 경기 살리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특히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내년 경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요. 내년 1%대 저성장이 예고되면서 서민경제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기존 물가가 오른 수준이 너무 높고, 금리도 여전히 높은 상황이어서 어떤 소비 진작 대책이 나와도 사실 효과가 크진 않다"며 "현재로선 비상계엄 사태 이후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 여파를 미칠지 전망하긴 어렵다. 사태가 장기화하면 성장률은 더 내려갈 것이고 내수 모멘텀 확보도 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연말연시에도 서울 시내의 한 음식점 골목 식당 앞에 의자와 테이블이 쌓여 있다. (사진=뉴시스)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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