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인공지능(AI)의 일상 침투가 가팔라지고 있다. 챗GPT로 AI를 전 지구적 화두로 끌어올린 오픈AI가 여전히 대중 일반을 대상으로 한 AI 전도사 역할을 감당하는 중이다. 지난 5일부터 진행한 '12일간의 오픈AI' 온라인 행사는 이를 확인시키기에 충분했다. 오픈AI가 공개한 동영상 AI '소라', 검색 AI '챗GPT 서치' 등으로 이른바 범용인공지능(AGI)의 향방이 한층 선명해졌다.
여러가지 신기능들 중에서도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단연 '챗GPT 전화 서비스'다. 챗GPT 번호로 전화를 걸면 챗GPT '어드밴스드 보이스' 기능이 작동해 질문에 답을 하는 방식이다. 어릴 적 인기 TV프로그램 '무엇이든 물어보세요'처럼 궁금한 것은 무엇이든 15분간 무료로 물어볼 수 있다. 실시간 번역도 가능하다. 아직은 미국 한정이긴 하나, 누구나 전화 한 통으로 원하는 답을 얻어낼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할 날도 머지 않은 듯 싶다. 생성형 AI가 진화하면 할수록 더 정확하고 근사한 답이 제공될 것이다.
AGI의 의미가 '모든 상황에 일반적으로 두루 적용할 수 있는 AI'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찌보면 전화 서비스와 AI의 접목은 당연한 수순이다. 아마도 이번 챗GPT 전화 서비스는 AGI에서 말하는 범용성 혹은 일반성(Generality)을 가장 직관적으로 분명하게 보여준 사례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특히나 이 서비스가 스마트폰이 아닌 일반 유선전화까지도 아우르고 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복잡한 단계를 거쳐 기기를 작동시키지 않아도 누구나 자기 근처의 전화를 활용하면 AI로 접근이 가능하다. 혁신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내 주변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점, 기술은 누군가가 배제되지 않도록 힘씀으로서 비로소 대중화의 길을 걷게 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시킨 셈이다.
은행 업무와 택시 호출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이뤄지고, 음식점 주문은 키오스크를 거쳐야 하는 시대다. 알게 모르게 고령층은 기술로부터 하나둘 배제되고 있고, 젊은 층마저도 끊임없이 적응해나가야만 기술 사용에 뒤처지지 않는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언젠가는 나에게도 디지털 장벽이 현실화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디지털 격차에 대한 걱정을 AGI가 조금은 덜어주게 될까. 기억해야 할 점은 모두를 아우르는 AGI가 되기 위해선 조건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바로 기술의 안전성이다. 각종 보안에 대한 우려 때문에 스마트폰을 단순히 전화기 용도로만 쓰는 노년층이 적지 않다. 오픈AI가 이번에 공개한 '챗GPT 전화 서비스'는 음성 데이터를 학습하지는 않는다고 한다. 다행스런 일이다. 기술의 속도전 속 부디 AGI가 지름길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정도를 걸으며 '모두의 AGI'로 발전해나가길 바란다.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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