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수출 비중이 높은 중견·중소기업들이 사업 지장 우려에 노심초사 하고 있습니다. 계엄 이후 탄핵 정국까지 이어지면서 해외에서 우리나라를 보는 시선이 부정적으로 바뀌었기 때문인데요. 척박해진 영업 환경 속 당장 예정된 출장이나 행사 등을 어떻게 소화할지부터 부담인 상황입니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해외 판로를 확보하기 위해 출장을 떠났다가 현지에서 비상계엄 소식을 들었습니다. 이 대표는 "해외에서 식사를 하다가 계엄 소식을 듣고 깜짝 놀랐다. 현지에 있는 이들도 다 놀랐다"며 "'서울의 봄'을 보는 기분이었다"고 전했습니다. 사업에 지장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아직은 두고 봐야 할 것 같다"고 했습니다. 비상계엄 사태가 빠르게 종료되면서 이 대표는 다시 출장을 이어갔는데요. 9일 일본에 도착해 오는 10일부터 다시 일정을 이어나갈 예정입니다. 일본은 비상계엄 사태 직후 한국 여행 주의를 당부하는 등 부정적인 의견을 내왔던 나라 중 한 곳인데요. 이 중소기업 대표는 예정된 스케줄이어서 소화를 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상황을 봐야 한다"는 말을 되풀이하며 낙관하기 쉽지 않은 상황임을 시사했습니다.
보편적인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이 적정수준으로 오르면 수출 기업의 경우 가격 경쟁력을 얻게 돼 이득을 보는 구조입니다. 하지만 정세가 불안해지며 환율이 오르락내리락하자 수출 기업도 속앓이를 하고 있습니다. 시시각각 변하는 환율은 곧 국내 상황이 안정적이지 않음을 의미해서인데요. 한국과 거래하고 있는 외국 기업의 눈에 불안한 신호로 비춰질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 11월 29일 부산항 신선대·감만·신감만부두에 수출입 화물이 쌓여있다. (사진=연합뉴스)
한 중견기업 관계자는 지금과 같은 환율 흐름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이 관계자는 "회사에서 사업계획을 짤 때 기준 환율을 보수적으로 잡는다. 1280원으로 놓고 계획을 세운다"며 "고환율이 되면 환차익 효과가 있지만 적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공급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기업이 완제품을 생산할 때 모조리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즉, 협력업체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요.
협력업체의 경우 해외에서 원자재를 수입해서 만드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환율은 협력업체를 거쳐 결국에는 완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가뜩이나 경기 불황이 장기화한 상황에서 자금 여력이 부족한 협력업체의 경우 고환율로 인한 부담이 생산 차질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연쇄작용으로 완제품 생산 업체도 생산 차질이 빚어질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바로 이런 점 때문에 해외기업은 국내 수출 기업을 향해 생산 차질 우려가 없느냐는 질문을 해오기 시작한 상황입니다.
실제로 이 중견기업 관계자는 "정세가 불안하면 해외에 있는 딜러들도 공급 차질을 우려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정세가 불안하면 공장이 셧다운 될 수도 있다"며 "경기 악화가 길어지면서 실제로 협력업체 가운데 도산한 곳이 나오기 시작했다. 협력업체들이 도산되면 우리도 차질이 생긴다. 고환율은 이런 협력업체의 위기에 기름을 붓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한 중소기업은 내년부터 수출을 본격화하기 위해 지난 6일 혁신제품에 대한 조달청의 해외 시범 운영사업에 참여했으나 걱정을 감추지는 못했습니다. 이 중소기업 관계자는 "수출에 지금 국내 정세가 걸림돌이 되는 것은 당연하다. 미국을 포함해서 전 세계가 우리나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도 "일부 영향이 있을 수 있겠지만 묵묵하게 가던 길을 계속 가는 수밖에 없다. 하나하나 해결하면서 나아갈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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