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한결 기자] 산업은행 법정자본금 확대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12·3비상계엄 사태 이후 혼돈이 계속되며 관련 논의는 내년으로 미뤄질 전망입니다. 현재 산업은행 자본금은 법정자본금 한도인 30조원 턱밑까지 차오른 상태라, 산은의 자본금 증액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9일 산업은행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 산은 자본금은 26조3166억원입니다. 한국산업은행법에서 명시한 법정자본금 한도인 30조원 중 87.7%를 소진한 상태입니다. 산은의 정책금융 공급 강화를 위해 산은법 개정을 통한 법정자본금 한도 확대가 필요한데요. 현재 국회에선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두고 여야가 갈등이 극에 달한 상황이라 산은법 개정이 논의되기 힘든 상황입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법정자본금 한도 확대가 필요하지만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습니다.
22대 국회 개원 이후 산은 법정자본금 확대 내용을 담은 산은법 개정안은 총 3건이 발의됐습니다. 지난 7월 민주당 김태년 의원이 가장 먼저 산은 법정자본금 한도를 30조원에서 40조원으로 늘리는 개정안을 대표발의 했습니다. 이후 지난달 국민의힘 권성동, 윤한홍 의원이 각각 한도를 50조원, 60조원씩 확대하자는 내용의 개정안을 냈습니다. 세 법안 모두 이달 2일과 3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제1소위에 안건이 상정됐지만 양일간 대부업법 개정안에 대해서만 논의 됐을 뿐, 산은법 개정안은 논의테이블 조차 오르지 못했습니다.
전문가들은 산업은행이 자본금을 늘려 규모를 키워야 기업 대출 등 정책금융의 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정권이 들어오는 등 경제 환경이 불안해지고 기업에 대한 대출을 강화시켜야 할 때는 은행의 자본금을 늘리는 것은 좋은 전략"이라며 "인플레이션으로 돈의 가치가 떨어진 상황에서 과거와 비슷한 실질 가치의 금액으로 대출을 해주려면 은행의 규모가 커져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산은 법정자본금 한도는 지난 2014년 12월 산은법 개정을 통해 20조원에서 30조원으로 늘어난 후 10년 간 제자리입니다. 1953년 4억환에서 1981년 1조원으로 확대된 산은 법정자본금은 1995년 5조원, 1998년 10조원, 2009년 20조원, 2014년 30조원으로 확대됐습니다.
산은의 법정자본금 증액이 이뤄지지 않으면 산은의 반도체 저리대출 공급에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입니다. 산은은 정부가 추진하는 반도체 생태계 종합지원 방안의 일환으로 반도체 등 첨단산업 저리대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는 2027년까지 총 17조원을 지원하며 산은 일반대출에 비해 최대 1.4%포인트 금리를 우대해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산은은 향후 3년 간 17조원 대출을 공급하기 위해 정부에선 최대 2조원 가량을 출자할 예정입니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에서 산업은행에 2500억원을 투입할 계획입니다. 법정자본금이 현재와 같은 수준으로 유지되면 반도체 저리대출 프로그램으로 인해 3년 내 자본금은 28조원을 넘어서게 됩니다. 여기에 혁신성장펀드, 지역활성화투자펀드 등 산은 사업에 정부가 출자하는 금액을 포함하면 자본금은 30조원 한도를 채울 것으로 보입니다.
국회에서 산은 법정자본금 한도 확대 논의가 이뤄지려면 먼저 윤 대통령 탄핵정국이 일단락 돼야할 것으로 분석됩니다. 산은 관계자는 "법안은 논의가 시작됐을 때 개정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다만 상황이 안정된 이후 내년에 개정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습니다.
산업은행 법정자본금 확대 관련 법안들이 국회에 발의됐지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정국으로 논의는 내년으로 미뤄질 전망이다. (사진=산업은행)
김한결 기자 always@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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