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김유정·김태은 인턴기자] 국회가 사상 첫 감사원장 탄핵안을 가결시켰습니다. 검사에 대한 탄핵은 12명째에 이르렀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들이 단초가 된 이들의 탄핵은 비상계엄을 선포했던 윤 대통령 탄핵으로 이어지면서 '시계 제로' 상태의 정국 혼란은 연말까지 계속될 전망입니다.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안,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조상원 4차장검사, 최재훈 반부패수사2부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통과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사상 첫 감사원장 탄핵…최재해 직무정지
국회는 5일 본회의에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상정해 총 투표수 192표 중 찬성 188표, 반대 4표로 가결시켰습니다. 민주당은 앞서 대통령 집무실 및 관저 이전 감사가 부실하게 이뤄졌다는 등의 이유로 지난 2일 최 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했는데요.
이날 본회의에서 최 원장의 탄핵안이 가결되면서 헌정 사상 처음으로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이 이뤄졌습니다. 최 원장은 국회에서 탄핵소추 의결서 송달 절차를 밟는 대로 직무가 정지됩니다. 감사원법에 따라 재직기간이 가장 긴 감사위원인 조은석 감사위원이 권한대행을 맡게 됩니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조상원 서울중앙지검 4차장검사, 최재훈 서울중앙지검 반부패2부장검사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도 이뤄졌습니다.
검찰이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불기소 처분을 내리는 과정에서 이 지검장 등이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민주당이 설명한 탄핵 사유였습니다.
이 지검장 탄핵안 개표 결과는 총 투표수 192표 중 찬성 185표·반대 3표·무효 4표로 가결됐습니다. 조 검사 탄핵안은 192표 중 찬성 187표·반대 4표·무효 1표, 최 검사는 찬성 186표·반대 4표·무효 2표로 통과됐습니다.
이날 국민의힘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로텐더홀에서 규탄대회를 열어 야당의 일방적인 탄핵 추진에 반발했는데요. 추경호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재명 대표 방탄에 방해가 되면 국가기관, 헌법기관, 수사기관 할 것 없이 탄핵으로 겁박하고 기능을 마비시키고 있다"며 "저열한 정치적 모략이자 헌정사에 유례가 없는 막가파식 횡포"라고 규탄했습니다.
대통령 탄핵·김건희 특검 재표결 '패키지' 처리
민주당의 강공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로 정점을 찍을 것으로 보입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 6당은 지난 4일 박찬대·조국·천하람·윤종오·용혜인·한창민 의원 등 191인의 이름으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발의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해 원천 무효인 비상계엄을 발령함으로써 헌법을 위반했다는 점이 탄핵소추의 주된 사유입니다. 탄핵소추안은 자정을 넘긴 직후 열린 본회의에서 보고됐는데요. 탄핵안은 보고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표결해야 합니다. 재적 국회의원 300명 중 200명 이상이 동의해야 가결할 수 있습니다.
민주당은 고심 끝에 표결 시점을 7일 오후 7시께로 잡았습니다. 표결은 6일 0시29분부터 가능하지만 국민들이 판단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필요한 데다, 무엇보다 표결에 동참해 줘야 할 국민의힘 의원들이 결단할 수 있는 충분한 숙고의 시간을 주려고 했다는 이유입니다.
동시에 민주당은 오는 10일 예정했건 김건희 특검법(윤석열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 재의결을 탄핵안 표결과 함께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대통령 탄핵안 표결에 불참할 것을 우려해 김건희 특검법을 본회의장까지 오게 하는 유인으로 삼겠다는 겁니다.
대통령의 거부권(재의요구권)으로 국회로 되돌아온 김건희 특검법은 재적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으로 찬성으로 가결이 되는데, 국민의힘 의원들이 표결에 불참한다면 민주당 등 범야권 의석만으로 통과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이 본회의에 출석해 김건희 특검법에는 반대표를 던지고, 윤 대통령 탄핵안에는 기권을 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민심의 역풍이 더 커질 수 있습니다.
조승래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최고위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여당이) 집단으로 (본회의장) 입장이나 투표를 하지 않는 식의 행위를 하지 않을까 싶다"면서 "전례가 없는 일이고 스스로 내부 균열을 자인하는 것이라 국민적 지탄을 받을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와 함께 민주당은 이번 비상계엄을 내란죄로 규정하고 상설특검을 요구하는 등 다각도로 윤석열정부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이날 오후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수사요구안'을 당론으로 발의했고, 이에 앞서는 윤석열 대통령 등 7명을 내란죄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습니다.
조국혁신당과 개혁신당도 개별적으로 윤 대통령 등을 내란죄로 고발했고, 개혁신당은 한 발 더 나아가 '윤석열발 위헌·위법 계엄사태 국정조사'를 촉구했습니다.
정치권에서는 이번 비상계엄과 대통령 탄핵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는데요. 친한(친한동훈)계와 친윤(친윤석열)계를 쪼갤 만한 임계점에 이르지 못했다는 이유로 탄핵안 가결이 쉽지 않을 것임에 무게가 쏠리고 있지만, 윤 대통령이 넘어야 할 산은 끊이지 않을 것이란 이유에서인데요.
이종근 정치평론가는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윤 대통령은 현실 인식을 국민 눈높이로 해야 하는데,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군대를 동원한 것이 합법적인 틀 속에서 했다라고 생각한다면 늪에서 헤어나올 수 없는 것"이라 꼬집었습니다. 이어 그는 "민주당은 이번에 부결되더라도 명태균 게이트 등 다른 건을 합쳐서 또 (탄핵안을) 넣을 것"이라며 "또 다른 사유가 더해진다면 시너지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김진양 기자·김유정·김태은 인턴기자 jinyang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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