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경영권 방어를 위해 추진했던 2조5000억원 유상증자를 철회하고, 임시 주주총회의 표 대결에서 캐스팅보트를 쥔 국민연금 설득에 총력을 펼 칠 전망입니다. 최 회장 측은 현재 백기사로 꼽히던 주주들이 추가 이탈할 확률도 있어 수세에 몰린 상태로 풀이됩니다.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영풍-MBK파트너스(MBK) 연합과 최 회장-우군의 고려아연 지분율 격차는 약 5%p 차이가 납니다. 현재 영풍·MBK 연합 측의 지분율은 39.83%이고, 최 회장 측은 약 34.65%로 추산됩니다.
당초 양 측의 지분율 격차는 약 3%p에 불과했는데, 영풍·MBK 연합 측의 장내 매수, 최 회장 측의 우호 세력 이탈에 따라 격차가 벌어졌습니다. 영풍·MBK 연합은 고려아연 공개매수 종료 후 장내 매수로 고려아연 지분 1.36%를 추가로 취득해 지분율이 더 늘었습니다. 반면, 최 회장 측은 우군으로 불렸던 한국투자증권의 고려아연 지분 0.8% 매각으로 지분율이 더 줄었습니다.
고려아연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일반공모 유상증자 계획 철회' 등의 내용을 포함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고려아연)
임시 주총이 열리기 전까지 영풍·MBK 연합 측은 고려아연 지분을 계속해서 사들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반대로 최 회장 측의 우군의 추가 이탈이 있을 확률도 있습니다. 현재 우군들의 고려아연 각 지분율 현황은 △한화(7.75%) △현대차(5.05%) △LG(1.89%) 수준입니다.
업계에서는 한화를 제외하고, 현대차와 LG의 지지 여부는 확실치 않다고 여기는 중입니다. 특히 이번에 진행됐었던 고려아연 유증 추진 결의 이사회에 현대차 인사는 불참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최 회장 측 입장에선 임시 주총 개최 전 약 세 달 동안 공시상 7.83% 지분이 있는 국민연금 설득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영풍·MBK 연합 측이 서울중앙지법에 요청한 임시 주총 소집 허가 사건의 심문 기일은 오는 27일입니다. 임시 주총은 법원 결정에 따라 이르면 12월 말 열릴 수 있습니다. 이때는 MBK 측이 임시 주총 날짜를 정하게 됩니다.
그러나 법원의 허가 전에 고려아연이 임시 주총을 열겠다고 받아들이면 상황이 달라지는데 이 경우 고려아연 측에서 개최 날짜를 정할 수 있어 정기 주총 직전인 내년 1월 말까지 시간을 끌 수 있습니다.
한편, 금감원은 고려아연의 유상증자 철회 결정에도 회계감리 및 불공정거래 조사 등은 별개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금감원은 지난달 31일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주관사이자 유상증자 모집주선인인 미래에셋증권에 대한 현장검사에 착수, 위법행위를 살펴보고 있습니다. 또 지난 4일에는 KB증권 현장검사를 시작했습니다.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이 지난 13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일반공모 유상증자 계획 철회' 등의 내용을 포함한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고 있다. (사진=고려아연)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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