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전 세계 거시충격이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국내 금융시장에서도 트럼프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원·달러 환율이 2년여 만에 최고치(12일 종가 기준 1403.5원)를 기록하고, 증시는 위축되는 등 출렁이고 있는데요. 문제는 내년입니다. 내년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보편관세 부과 등 보호무역주의가 한층 강화되면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는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때문에 국내 주요 기관들은 '트럼프 리스크'에 따른 경제 불확실성이 커졌다고 판단,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물론 내년 전망치도 속속 낮춰잡고 있는데요. 대다수 기관들은 내년 우리 경제가 수출 증가세 등이 꺾이면서 잠재성장률 부근인 2.0%를 턱걸이하는 수준으로 성장세가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KDI, 내년 2.0% 성장 전망…"관세인상 땐 더 추락"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날 'KDI 경제전망(2024년 하반기)'을 통해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5%에서 2.2%로 0.3%포인트 하향 조정했습니다. 지난 8월 '수정 경제전망' 당시 2.6%에서 2.5%로 소폭 내린 후 또다시 3개월 만에 끌어내린 것입니다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잡은 것은 상반기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세를 이어갔으나, 2분기 이후 건설경기가 크게 후퇴하면서 성장 동력이 많이 약해졌다는 판단이 뒤따랐습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내수회복이 생각보다 더 지연되고 있다"며 "0.3%포인트 하향 조정은 전적으로 내수 요인에 의한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내년 경제 성장입니다. 민간소비를 비롯한 내수 회복이 더딘 데다가, 높았던 수출 증가세가 둔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은 잠재성장률 수준인 2.0%에서 그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기존 전망치 2.1%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한 수치입니다. 김지연 KDI 경제연구실 연구위원(전망총괄)은 "2025년 우리 경제는 내수 부진이 점차 완화되겠으나,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2024년 2.2%보다 낮은 2.0% 성장할 전망"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주목해야 할 점은 KDI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일단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인상이 없다는 점을 전제로 했다는 점입니다. 바꿔 말하면 관세 인상이 이뤄지면 2.0% 전망치보다 더 추락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요. 정 실장은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워낙 커서 특정 시나리오를 상정하기 어렵다"며 "일단 내년에는 관세 인상이 없다고 상정하고 성장률을 전망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통상정책 전환에 따른 직접적인 영향은 2026년에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관세 인상이 조금 더 빠르게 진행된다면 수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더 커져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도 여전히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김지연 KDI 경제연구실 연구위원(전망총괄·왼쪽)과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이 12일 정부세종청사에서 'KDI 경제전망(2024년 하반기)'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KDI)
'트럼프발 리스크'에…커지는 둔화 경고음
국내 주요 기관들의 판단도 KDI와 비슷합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으로 국내 경제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내년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 수준의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잇따르고 있는데요. 한국금융연구원은 지난 11일 '2025년 경제 및 금융 전망 세미나'를 통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올해 2.2%에서 내년 2.0%로 둔화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금융연구원은 "트럼프 재집권 등 세계 교역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총수출 증가율이 올해 7.2%에서 내년 2.3%로 둔화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트럼프 정부의 관세부과 등 통상갈등 관련 하방 위험이 현실화할 가능성이 고조되고 있다"고 꼬집었습니다.
한국은행 역시 오는 28일 경제전망 수정치를 내놓을 예정인데요. 한은도 올해와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할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합니다. 일각에서는 내년 우리 경제가 2%대 성장 달성도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시각도 나옵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트럼프 재집권으로 내년 국내 성장률이 많게는 1.14%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정 실장은 "내년도 수출 증가율은 2.1%로 보고 있다"며 "현재 우리 수출이 중국에 많이 의존하고 있다. 만약 관세 인상으로 중국 경기가 안 좋아진다면 한국에도 어려움이 전이될 것"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면서 "다른 나라보다 중국에 대한 관세 조치가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클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박진아 기자 toyouja@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최신형 정치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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