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국내 해양 방산업계가 올해 미국을 대상으로 준비해온 함정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시기에 탄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국내 대형 조선사 가운데 한화오션은 최초로 미 해군 함정 정비사업을 수주하며 시장을 열며 새로운 경쟁 무대를 마련했습니다. HD현대중공업도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함정 MRO 시장에 진출할 전망입니다. 특히 트럼프 당선인이 최근 한미 조선업 협력을 공식적으로 언급하면서 미군과의 MRO 사업 기회가 한층 커질 것이란 기대도 나옵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미 대선에서 승리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최근 윤석열 대통령과 "미국의 조선업은 한국의 도움과 협력이 필요하다"며 "이 분야에서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나누길 원한다"라는 통화를 나눠 미국이 한국 조선업체에 함정 MRO 뿐만 아니라 함정 건조까지 맡길 수 있음을 시사했습니다.
현재 미국 조선업은 높은 인건비와 설비 노후화 등으로 인해 사실상 쇠퇴했습니다. 미국 조선산업은 과거 1975년까지 세계 생산 능력 1위였으나 현재 19위로 추락한 상태입니다. 전 세계 상선 4만4000여척 가운데 미국 상선은 200여척 수준입니다. 따라서 글로벌 우방국이자 조선업 강국인 한국의 도움이 필요한 겁니다.
우리 업계가 특히 관심을 갖는 분야는 미 해군의 MRO 사업입니다. 시장조사업체 모도 인텔리전스에 따르면 글로벌 해군 함정 MRO 시장 규모는 올해 약 77조8200억원에서 오는 2029년 85조8200억원 수준으로 커질 것으로 예측됐습니다. 이 중 미국 시장 규모만 연간 약 20조원을 차지합니다.
이를 공략하기 위해 우리 업체들은 올해 미군과 차근차근 협력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지난 7월 미 해군 보급체계사령부와 함정정비협약(Master ship repair agreement·MSRA)을 체결했습니다. 이 협약으로 향후 5년간 미 해군이 규정한 함정에 대한 MRO 사업 입찰에 공식 참여할 수 있는 자격을 획득한 겁니다.
이후 미 해군의 수상함 MRO 총괄 책임자인 윌리엄 그린 소장 등 해군의 여러 관계자가 지난 9월 한화오션 '시흥R&D캠퍼스'와 HD현대 '글로벌 R&D센터'를 각각 방문하면서 함정 건조 역량을 확인, 협력 가능 분야를 위해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지난 9월 토마스 앤더슨 소장 등 미 해군 고위관계자들이 경기도 판교의 HD현대 글로벌R&D센터를 방문, 함정 분야 협력방안에 대해 논의한 모습. (사진=HD현대중공업)
더군다나 한화오션은 지난 8월 첫 미 해군 MRO 사업으로 4만톤(t)급 군수지원함(윌리 쉬라함)을 수주하고, 내년 1월 미 해군에 인도할 예정입니다. 앞서 이 군수지원함의 창정비 과정 확인차 지난달 미국 해군 태평양함대 사령관인 스티븐 쾰러 제독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방문한 바 있습니다.
이때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직접 스티븐 쾰러 제독에게 미국 함정의 MRO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높여가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한화오션은 지난 6월 지분 100%를 인수한 미국 필리조선소를 미국 함정시장 진출과 함정 MRO 수행을 위한 사업장으로 활용할 전략입니다. 사업에 유리한 기회를 마련한 겁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트럼프 당선인의 한미 조선협력 요청 발언은 미국의 조선산업 경쟁력이 현재 19위로 추락하면서 최대 경쟁국인 중국에 비해 함정 건조 및 유지보수 역량도 크게 저하된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며 "소형 MRO 부터 시작해 상호 신뢰를 쌓아나간다면 군함 및 상선 공동 건조, 연구개발, 대형 전투함 MRO 수주 등 우리나라 조선산업 전후방에 큰 결실을 가져다줄 좋은 기회가 생길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습니다.
한화그룹 김동관 부회장(오른쪽)과 미국 해군 태평양함대 사령관 스티븐 쾰러 제독(가운데)이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에서 정비 중인 ‘월리 쉬라’함 정비 현장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사진=한화오션)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