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고려아연(010130)의 자사주 공개매수 종료일에 주가가 오르면서 공개매수 신청자가 소폭 감소했을 것으로 예상돼 향후 귀추가 주목됩니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고려아연은 전일보다 소폭 하락한 87만원으로 장을 출발했으나 곧바로 88만원을 돌파, 오후 2시 현재 85만원까지 올라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근처에 바싹 다가섰습니다.
이날은 고려아연이 자사주 공개매수 접수를 마감하는 날입니다. 이 주식을 보유 중인 일반 주주 상당수는 이미 공개매수 청약에 응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날 고려아연 주가가 투자자들이 거둘 수 있는 실질 차익을 넘어선 수준으로 오르면서 청약을 취소하는 경우도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가 자사주 공개 매수 종결을 하루 앞둔 22일 서울 소재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MBK·영풍의 인수합병 시도에 대한 입장을 말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고려아연이 제시한 공개매수가격은 주당 89만원입니다. 하지만 투자자들로서는 본인이 매수한 가격과 공개매수가의 차액에 적용되는 의제배당소득세를 감안할 필요가 있습니다. 차익에서 15.4%의 배당소득세가 공제됩니다.
그런데 고려아연 주가는 80만원 미만에서 많이 거래됐고, 이 가격대에 매수한 투자자라면 주당 1만4000원 이상 세금을 낼 것으로 보입니다. 즉 89만원에 공개매수가로 고려아연 측에 넘기는 것보다 지금 88만원에 시장에서 매도하는 것이 더 유리한 상황이 펼쳐진 것입니다.
고려아연 주가는 공개매수 사실이 알려진 지난달 13일 급등했으나 고려아연과 최윤범 회장, 이에 맞선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공방으로 인해 공개매수가 정상적으로 진행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어 주가가 공개매수가 부근까지 오르지는 못했습니다.
MBK파트너스의 공개매수 기간 중엔 공개매수가 83만원보다 훨씬 낮은 70만원대에 거래됐습니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기간에도 영풍과 MBK 측이 법원에 공개매수 중지 가처분 신청을 낸 이유로 최종 기각 판결이 나올 때까지 80만원 근처를 오가는 정도였습니다.
덕분에 이 시기에 매수한 투자자들은 적지 않은 차익을 거둘 수 있었지만 그만큼 차익에 비례해 세금도 불어나게 된 것입니다.
다만, 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에 청약한 투자자들이 다시 이를 취소하고 시장에 내다팔고 싶어도 바로 실행하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번 공개매수는 미래에셋증권이 주관했으며 나중에 KB증권이 추가됐습니다. 미래에셋증권은 공개매수 청약을 온라인이 아니라 지점에서만 접수받았습니다. 상당수 투자자들은 미래에셋 창구를 통해 공개매수에 응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를 취소하려면 다시 지점에 방문해야 합니다. 공개매수 접수 마감은 장마감과 동일하게 3시30분이므로 이때까지 지점을 방문해 신청하면 곧바로 매매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그러기는 쉽지 않습니다.
이와 달리 KB증권은 증권사 앱으로 신청을 받았고 취소 또한 앱에서 실시간으로 가능해 취소 후 매도할 수 있습니다.
이같은 실무 절차가 공개매수 청약자들의 변심을 막아주고 있는지 주가가 올랐는데도 이날 거래량은 오후 1시50분 현재 5만4000주를 조금 넘는 수준에 그치고 있습니다.
공개매수 마감일의 주가 상승이 향후 양측의 지분 경쟁에 어떤 영향을 주게 될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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