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현대차가 22일 확정된 인도법인 상장 공모가로 4조4000억여원의 구주매출을 확보했습니다. 자본시장 활황인 인도 상장으로 거액의 투자금을 확보한 성과입니다. 비록 국내 상장법인인 모회사와 이중상장 이슈가 생겼지만 자본시장제도나 환율 등 양국의 차이점을 고려하면 국내 이중상장하는 것보다 자본유치라는 장점이 더 부각됩니다. 중국에서 쫓겨나다시피했던 현대차가 인도서 새로운 생산기지를 구축하고 지속가능 성장 전망을 밝힌 측면은 국내 시장과 산업에도 긍정적으로 평가받습니다.
엄격한 인도 규제 아래 놓이는 자회사
이날 현대차는 인도법인(현대모터 인디아) 구주매출로 4조3924억원을 확보했다고 밝혔습니다. 구주매출 후 현대차의 보유 지분은 82.5%가 됩니다. 이중상장 문제가 생겼지만 모회사가 보유한 지분율이 다른 사례에 비해 비교적 높은 편입니다. 무엇보다 해외시장에 상장함으로써 국내 증시에 이중상장하는 것과는 구분됩니다.
더욱이 국내 소액투자자는 현재 인도 증시에 직접투자가 불가합니다. 국내 증권사들 중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아직 없습니다. 인도 ETF 등 지수 투자만 가능합니다. 그런 인도 증시는 성장시장으로 인식되고 있어서 추후 현대차가 자회사를 통해 자본을 조달하기 수월한 측면도 있습니다. 이는 모회사의 자산가치에도 긍정적입니다.
다만, 인도 정부는 증권시장 소득 부분에 대해 과세를 강화하는 기조입니다. 이는 인도 역내에서도 증시에 대한 접근성을 떨어뜨릴 것을 우려해온 부분입니다. 인도엔 자본소득세가 이미 존재합니다. 주식 소유자가 12개월 장기보유 하면 처분소득 중 10%의 세금을 적용받습니다. 그 이하 단기 보유 시엔 15%를 매깁니다. 인도는 이를 각각 12.5%, 20%로 상향하는 세법개정안도 올해 내놨습니다. 2024년 회계연도부터 상향된 세금이 적용될 전망입니다.
이와 비교해 국내서는 금융투자소득세가 내년부터 적용됩니다. 국내 금투세는 연간 5000만원 이상 소득을 거두면 최소 20% 세금이 부과됩니다. 장기 보유 시 감면 혜택은 없습니다. 현대차와 인도법인간 서로 다른 증시 과세제도가 투자자 입장에선 고려될 부분입니다. 물론 내년 금투세 시행을 앞두고 당정은 예정대로 시행할지 치열하게 논의 중입니다.
현대차의 인도법인이 국내 자본시장과는 다른 엄격한 규제 아래 놓일 것도 관심입니다. 인도는 대표적으로 소수주주다수결(MOM) 제도를 도입해 정립한 국가입니다. MOM은 외부주주의 이익에 반할 수 있는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내부주주(지배주주 또는 대주주)의 의결권을 제한하는 제도입니다. 인도판 엔론 사태로 불리는 사티암 회계부정 사건이 2009년 발생한 이후 이 제도가 도입됐습니다. 인도는 그 이전에도 비교적 상장제도와 회계기준이 엄격하다고 평가받아왔습니다. 그럼에도 소수주주의 가족중심 경영 관행 등으로 인해 회계부정이 발생했습니다. 때문에 자본시장 규제도 엄격해졌습니다. 이는 현대차가 자회사를 통해 지배구조 투명성을 제고해야 할 유인으로 지목됩니다. 한편으론 현대차가 인도법인에 대한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지분을 추가적으로 줄이기 어렵다는 관측도 낳습니다. 비슷한 맥락에서 노사분규가 잦은 인도 노동시장에서의 경험이 국내 법인에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립니다.
인도 상장 전날인 21일(현지시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인도 델리에 위치한 총리관저에서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사진 오른쪽)를 만난 모습. 사진=현대차
자본시장 활황인 인도 자본유치
무엇보다 인도시장 상장의 장점은 현지 자본시장 활황의 수혜를 누리는 부분입니다. 인도 증시가 활황인 데는 미중갈등 이후 포스트 차이나로 주목받는 반사이익이 작용했습니다. 중국이 견제받는 사이 인도가 중국을 대체할 신흥 생산기지로서 해외 빅테크들의 관심을 모았습니다. 인도 정부도 이에 발맞춰 시장 부양 정책을 내놨습니다. 인도 시가총액은 지난 1월 홍콩을 제치고 세계 4위에 올랐습니다. 국내 증시에 이중상장한 경우 한정된 파이를 나눠먹는 식이 되지만, 이번 현대차 사례는 인도에서 증가하는 해외자본을 흡수할 수 있습니다.
현대차는 이날 인도 뭄바이 국립증권거래소에서 정의선 회장 등 경영진이 참석한 가운데 증시 상장 기념식을 열었습니다. 정의선 회장은 기념식에서 “현대차 인도법인은 인도 진출 이후 인도의 일부로 자리 잡았다”며 “인도가 곧 미래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인도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R&D 역량을 확장, 25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또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이어 “앞으로도 현대차 인도법인은 최고 수준의 거버넌스 표준을 지속적으로 수용하고 이사회를 통해 신중하고 투명하게 시의적절한 의사결정을 내릴 것이며, 협력과 동반성장의 정신에 기반해 현지화에 대한 헌신도 지속하겠다”면서 “미래 기술의 선구자가 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이곳 인도에서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현대차는 중동, 아프리카, 남아시아 및 동남아시아, 중남미 등 신흥 시장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인도 권역을 전략적 수출 허브로 육성한다는 방침입니다. 이를 위해 현대차는 IPO 이후 인도법인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신제품, 미래 첨단 기술 및 R&D 역량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계획입니다. 현대차는 ▲인도 하이데라바드에 위치한 인도기술연구소와 경기도 화성의 남양기술연구소 간 지속적인 협력 ▲전기차 모델의 현지 출시 ▲배터리 시스템 및 셀, 구동계 등 전기차 공급망 현지화 ▲인도 전역의 전기차 인프라 구축 등의 투자계획도 밝혔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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