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글로벌 빅테크의 무혈입성은 비단 한국에서만 발생하고 있는 현상은 아닙니다. 해외에서는 빅테크로부터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디지털서비스세 도입이 대표적입니다. 미국 기업 독점을 우려하는 캐나다는 최근 디지털세 부과를 밀어붙이고 있는데요. 국내에서는 통상문제를 우려하며 주저하고 있습니다. 이에 자율적 기금 조성을 포함, 글로벌 빅테크가 국내 투자를 확대하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디지털세' 도입 논의 솔솔
캐나다는 자국민들로부터 연간 2000만캐나다달러 이상을 벌어들이는 정보기술 기업이면서 전세계 수익이 일정액을 초과하는 기업에 한해 캐나다에서 발생한 매출의 3%를 부과한다는 내용의 디지털세 적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구글과 페이스북이 타깃입니다. 캐나다에서 구글은 검색엔진의 90.8%를, 페이스북은 SNS 시장 45.9%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이 반발하고 있지만, 캐나다는 이들의 깜깜이 세금전략에 맞서는 차원에서 디지털세를 2025년부터 부과할 방침입니다.
오는 11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디지털세 도입 논의가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디지털 기업의 본사가 어디에 있든 수익을 낸 국가에 과세권을 부여하는 필라1이 논의선상에 있습니다. 연매출 200억유로 이상이고 이익률이 10%를 넘는 기업이면 초과이익의 25%에 해당하는 금액을 매출 발생국에 디지털세로 내는 방안입니다. 다만 미국은 이에 반대하는 입장입니다. 필라1 대신 디지털기업의 소득에 최소 15%의 법인세율을 일괄 적용하는 방안에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G20 정상회의 이후 유럽연합(EU)에서 디지털세 관련 논의에 힘이 실릴 가능성이 큰데요. 지난 2월 디지털서비스법(DSA)을, 6월부터는 디지털시장법(DMA)을 적용하며 빅테크 견제에 나서고 있는 EU는 안정적 디지털산업 발전을 위한 디지털네트워크법(DNA)을 추진 중입니다. 앞서 EU는 2030년까지 모든 지역 인구가 기가급 연결에 접속하고, 기업의 75%가 클라우드 또는 인공지능(AI)에 원활하게 연결되도록 하는 등 디지털전환을 목표로 기가비트인프라법을 제정한 바 있는데요. 디지털네트워크법을 통해서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이 인프라 투자에 기여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다는 계획입니다.
빅테크 향한 정부의 '시정 요구권' 강화 목소리
국내에서 디지털세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통상 문제가 우려되는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한 로펌 관계자는 "글로벌 일부 국가에서만 시행하는 정책을 국내에 도입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며 "통상문제를 벗어나기 쉽지 않다"라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공정경쟁을 위한 판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는 계속 이어지고 있는데요. 조성동 인하대 정책대학원 초빙교수는 지난달 말 열린 미디어3학회 공동 기획세미나에서 "글로벌 빅테크가 국내에서 사업을 영위하면서 국내 미디어 사업자에 대한 적정 수준의 지불을 하고 있는지 국익 차원에서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며 "이들이 국내 투자를 확대하고, 자율적 펀드·기금 조성, 제작 분야 보상 체계 확립 등 협조 방안도 지속해 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10월7일 열린 국회 과방위의 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사진=뉴스토마토)
글로벌 빅테크에 대해 정부가 시정을 요구할 수 있는 정책 마련도 요구됩니다. 일본에서 시행 중인 플랫폼 투명화법이 대표적인 예인데요. 일본은 시장영향력이 큰 거대 플랫폼을 대상으로 이용자보호·공정거래 유지, 이용약관 등을 담은 자기평가보고서를 매년 제출하도록 하고, 문제를 발생시킬 경우 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국내에선 올해 국정감사를 계기로 부가통신사 이용약관 신고제를 도입하자는 제안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이를 실행하기 위한 법개정에도 무게가 실리는 모습인데요. 이상휘 국민의힘 의원은 시장지배적 사업자를 지정하고 이용약관 신고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고, 이해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부가통신사가 상품·서비스 출시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이용약관을 신고하도록 하는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나볏 테크지식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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