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지배구조 점검)①책무구조도 이달 마지노선
조기 안착위해 11월 시범운영
신한은행 가장 먼저 참여
2024-10-10 06:00:00 2024-10-10 06:00:00
[뉴스토마토 이종용 선임기자] 내부통제 부실에 따른 금융사고가 이어지면서 금융사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무게중심이 'E(환경)'에서 'S(사회)'와 'G(지배구조)'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금융지주사들이 ESG경영의 일환으로 책무구조도 도입을 통한 내부통제 강화에 주력하고 있습니다.
 
이달 말까지 시범 운영 신청해야
 
9일 금융권에 따르면 내년 1월 '책무구조도' 본격 도입을 앞두고 5대 금융지주 및 은행들의 책무구조도 준비에 속도가 붙고 있습니다. 최근 수백억 원대 횡령 및 부당대출 등의 금융사고로 은행권 내부통제 강화 요구가 커진 가운데 금융당국이 책무구조도를 미리 제출하는 금융사는 제재 감경 등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하면서 은행들도 시범 운영 참여를 서두르는 모습입니다.
 
신한은행은 지난달 23일 '내부통제 책무구조도'를 금융당국에 제출하고 책무구조도 시범 운영 참여를 시작했습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초부터 책무구조도 기반 내부통제 체계 구축을 위해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책무구조도를 준비해 왔습니다. 책무구조도는 금융사 임원이 담당하는 직책별로 책무를 배분한 내역을 기재한 문서를 말하는데요. 거액 횡령 등 금융사고가 잇따르자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을 개정해 도입됐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당국은 오는 10월31일까지 금융지주사와 은행으로부터 책무구조도 시범 운영 신청을 받고, 11월 초부터 내년 1월 초까지 시범 운영에 나서기로 했는데요. 특히, 당국은 제도의 조기 안착을 위해 10월까지 책무구조도를 미리 제출하는 금융사에 대해서는 시범 운영 기간 소속 임직원의 법령 위반 등을 자체 적발·시정할 경우 제재를 감경 또는 면제해주기로 했습니다.
 
은행권에선 그동안 책무구조도를 선제적으로 제출하면 대외적으로 내세우기는 좋지만, 그만큼 안 좋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판단에 눈치 보기 바빴습니다. 하지만 신한은행이 금융권 최초로 책무구조도를 제출하고 시범 운영 참여를 시작한 만큼, 나머지 시중은행 등도 시범 운영 기간에 맞춰 책무구조도 조기 제출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KB국민은행은 책무구조도 시범 운영 참여를 밝히고 책무관리 업무를 전담하는 ‘KB 책무관리실’을 신설하기도 했습니다. 하나은행도 이달 중 책무구조도 조기 제출을 준비 중이며, 우리은행도 시범 운영 참여를 위해 관련 컨설팅과 법률 검토를 마무리하고 시스템 개발에 속도를 올리고 있습니다.
 
자율적 내부통제 방법론 고심
 
은행 임원의 내부통제 책임과 제재 근거를 명확화하는 책무구조도 도입을 앞두고, 은행들이 내부통제 관리의무 위반시 제재와 관련해 이사회의 자체 징계권 부여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내부통제 및 위험관리에 관한 은행 경영진의 책임을 규정한 책무구조도가 도입되는 만큼, 관련 제재의 예측 가능성을 높일 필요가 있기 때문입니다.
 
금융감독원의 제재 운영지침에서는 은행에서 금융사고가 발생했거나 금융당국의 검사과정에서 경영진의 내부통제 관리의무 미이행, 임원의 지시·묵인 또는 조장·방치 등 중대한 위법행위가 있었다고 판단될 경우 제재를 가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경영진의 내부통제 관리의무 위반 발견시 이사회가 자체적으로 시정조치나 징계 요구를 할 수 있도록 이사회의 역할을 강화하는 내용입니다. 내부통제 관리의무가 법적 의무가 되기는 했지만 원칙적으로 내부통제는 금융회사의 자율규제 성격이 강한 만큼, 이사회 주도의 자체 징계·시정 노력을 우선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취지입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당국은 그간 금융사고 발생 후 제재를 통해 손실 규모를 확대하거나 내부통제 노력 여부에 따라 이를 경감하는 방식으로 내부통제의 유인부합성을 제고해왔다"며 "궁극적으로는 금융기관이 예방적 차원에서 내부통제 이행의 순기능을 체감하도록 유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오는 11월 초 '책무구조도' 시범 운영을 앞두고 금융지주 및 은행들의 제도 준비에 속도가 붙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지주회장과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종용 선임기자 y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산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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