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국내 금융기관이 녹색금융 관련 인프라 부족으로 금융배출량 감축에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전문간들은 금융권의 원활한 금융 배출량 감축을 지원하기 위해서는 녹색투자 유인책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원자력 등 특정 기술 쏠림
12일 녹색전환연구소, 강훈식·오기형·정태호·김영환 민주당 의원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실은 국회에서 '한국의 기후금융 어디까지 와 있나, 그 선결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기후금융' 활성화 방안에 대한 구체적인 역할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앞서 지난 3월 금융위원회는 2030년까지 452조원의 기후금융을 정책금융 형태로 지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2030년까지 정책금융 420조원을 공급하고, 신재생에너지 설비투자확대를 위해 은행권 출자를 통한 9조원의 미래에너지 펀드와 3조원 규모의 기후기술펀드 등을 통한 기후 프로젝트 투자 확대 계획이 포함돼 있습니다. 환경부는 녹색투자 촉진을 위해 K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 개정, 2027년까지 30조원의 민간 녹색투자 유치, 배출권거래제도 개선 등의 계획을 발표했습니다.
그러나 국내 산업은 제조업과 같은 탄소배출이 많은 산업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어, 금융 배출량을 단기간에 줄이는 것은 어려운 현실입니다. 이러한 여건 때문에 정책금융은 원자력이나 대규모 투자 프로젝트와 같은 특정 기후기술에만 집중될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김종대 SDG 연구소 소장은 "정부의 탄소중립 전략이 재생에너지 및 기후금융 시장의 발전에 관한 확실한 신호를 투자자들에게 전달하는 데 실패하고 있다"며 "국내외 투자 프로젝트 개발을 통한 크레딧 확보를 뒷받침할 제도적 지원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금융권에 따르면 20개 국내은행 중 13개 은행이 2050 금융 배출량 넷제로 달성을 선언했습니다. 이 중 11개사는 2030년까지 26~48%를 감축하겠다는 중간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대표적인 전략은 저탄소·무탄소 발전 전환 등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기울이는 기업에는 금융지원을 하고, 무대응 기업에는 여신 한도를 축소하는 방법 등입니다.
실제로 최근 국내은행의 금융 배출량은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설정한 중간목표(평균 35%) 달성에 필요한 연도별 금융 배출량을 상회했습니다. 지난해 기준으로 금융 배출량은 1억5751만톤인데, 목표 대비 초과 배출량은 1192만톤을 기록했습니다.
다만 우리나라는 서비스업 대비 탄소 배출량이 높은 제조업 비중이 다른 나라들에 비해 높은 편입니다.
월드뱅크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산업별 부가가치 비중은 우리나라의 경우 서비스업이 58%, 제조업이 25.6%로 제조업이 서비스업의 절반에 가까운 비중을 차지합니다. 반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은 서비스업(70.1%)이 제조업(13.4%)에 비해 5배 이상 높습니다.
녹색금융 분류 등 인프라 부족
여신 비중이 중소기업 중심인 것도 제약 요인으로 꼽힙니다. 금융 배출량 상당 부분이 중소기업과 연계돼 있지만 중소기업은 탄소배출 감축 유인이 적고 친환경기술 개발 역량도 부족한 현실입니다.
2022년 IBK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녹색음융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은 녹색전환 실천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응답이 85.9%를 차지했습니다. 그 이유는 관련 없는 업종(66.2%)이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고, 자금부족 및 조달 어려움(16.0%) 문제도 있었습니다. 기후위기 대응에 막대한 자본투자가 필요한데요.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기후위기 대응에는 연간 57조~82조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그러나 현재 녹색금융 분류 기준, 은행 내 성과지표 체계, 차주 탄소배출정보 등 인프라 부족 등으로 녹색금융 상품 취급을 통한 금융 배출량 감축 전략이 본격화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로 인해 은행들이 공시된 목표치와 실적치가 현격한 차이를 보이는 경우 은행들은 평판 리스크에 노출될 우려가 있습니다.
최기원 녹색전환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녹색금융 활성화를 위해서는 중앙은행의 시장조성자 역할이 중요하다"며 "중소기업의 탄소감축 투자와 그린리모델링에 대한 저금리 환경을 조성하고, 현재 부진한 녹색채권 거래 활성화와 수익률 프리미엄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안했습니다.
이대건 한국은행 지속가능성장실 지속가능성장연구팀장은 "공시목표 달성을 위해 단순 익스포저 축소로 대응한다면 오히려 저탄소경제 전환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관리지표 다양화, 기업의 녹색투자 유인 제고 방안 마련, 기후공시와 녹색금융을 표준화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12일 녹색전환연구소, 강훈식·오기형·정태호·김영환 민주당 의원실, 차규근 조국혁신당 의원실은 국회에서 '한국의 기후금융 어디까지 와 있나, 그 선결 과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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