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삼성과 LG가 대화형 AI 비서를 앞세워 스마트홈 플랫폼 경쟁을 벌입니다. 양사는 독일 IFA 2024에서 자체 AI 비서의 언어인식 능력이 한층 개선됐음을 강조했습니다. 삼성은 자사 고유 거대언어모델(LLM, 가우스)을 쓰고, LG는 호환이 가능한 모델(퓨론)을 택해 출발점은 다릅니다. 삼성은 플랫폼 충성고객을, LG는 생태계 확장에 좀 더 신경쓰는 전략입니다. 사용자가 특정 AI 비서에 익숙해지면 갤럭시와 아이폰처럼 사용습관을 바꾸기가 힘들어집니다. 때문에 삼성과 LG도 AI 시장 선점에 열을 올립니다. 기존 스피커에 그쳤던 음성비서는 생활가전으로 확장한 모습입니다. 스마트홈 AI를 제어할 핵심 디바이스가 로봇이 될 가능성도 IFA에서 확인됐습니다.
IFA 관람객이 삼성전자 AI TV를 보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9일 독일 IFA에 참가한 삼성, LG 등에 따르면 앞으로 생활가전 구매 시 AI 비서가 중요한 구매 유인이 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제조사가 지향하는 지점이 그와 같습니다. 스마트홈 가전 연결성은 패키지 판매 가능성도 열었습니다. 아무래도 동일 브랜드 제품 간 AI 연동이 더 잘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연동의 핵심이 될 AI 비서 역시 중요해졌습니다.
AI 비서가 음성을 인식해 제품을 자동 제어하는 식입니다. 삼성은 스마트싱스라는 플랫폼 안에 기존 음성비서 빅스비를 씁니다. 빅스비의 LLM은 삼성 고유의 가우스입니다. 삼성만의 플랫폼 생태계를 키우기 위해 폐쇄형 전략을 썼습니다. 물론 타사 제품과 연동도 고려되겠지만 시작은 독자 노선입니다.
이와 달리 LG는 오픈형 전략을 구사합니다. LG전자는 씽큐온 AI 플랫폼 안에 음성비서 퓨론을 사용합니다. 퓨론은 다양한 LLM을 결합할 수 있다는 게 LG 설명입니다. 이번 IFA 시제품엔 오픈AI의 최신 LLM인 GPT-4옴니를 적용했습니다. LG전자는 향후 엑사원 등 고유 LLM과 결합할 가능성도 내비쳤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폐쇄형은 한번 사용해 편의성을 경험하면 사용자가 충성고객으로 자리잡는 데 도움이 된다”며 “오픈형은 사용자를 확대해 생태계를 넓히는 데 유리하다. 생성형 AI의 학습능력을 기르는 데도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삼성전자 AI 로봇 볼리를 시연하는 모습. 사진=삼성전자
빅스비는 음성으로 AI 가전을 제어합니다. 또 기기 관련 궁금증도 음성으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는 앞으로 모든 가전에 스크린을 내장할 방침입니다. 이를 통해 빅스비의 연동기능도 확장됩니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스마트폰, 스마트TV 다음에 생활가전”이라며 “내년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까지 라인업을 바꿀 계획”이라고 했습니다. 삼성은 AI 컴패니언 로봇 ‘볼리’를 이번 IFA에서 시연했습니다. AI 비서 기능을 탑재한 볼리가 앞으로 무궁한 발전 가능성이 있다고 한 부회장은 언급했습니다.
LG전자도 기존 가전을 AI가전으로 업그레이드한다는 방침입니다. 와이파이가 탑재된 가전에는 LG 씽큐온이 연동 됩니다. 볼리에 맞설 LG 기기는 ‘AI홈 허브’입니다. LG전자는 허브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집을 순찰하는 등의 기능을 시연했습니다. 볼리에 비해 반려로봇 콘셉드를 부각시켰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능들은 차후 로봇들이 상용화될 때쯤 서로 비슷해질 전망입니다. 아직은 AI 기능이 확장할 선택영역이 넓지 않아서입니다. 류재철 LG전자 사장은 “생성형 AI와 친구나 가족처럼 소통할 수 있다”며 “AI가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고 고객을 케어하는 AI 홈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습니다. LG전자는 연내 씽큐온이 탑재된 제품을 내놓겠다고 했습니다. 먼저 경험한 AI에 익숙해지기 쉬운 만큼 출시경쟁도 불 붙었습니다.
LG전자 IFA 부스 내 AI 홈 전시관. 사진=LG전자
AI 제품의 가격 수준이 상용화 시 관건입니다. 현재 이미 AI 기능이 탑재된 삼성과 LG 등의 세탁기, 냉장고 가격은 모 온라인쇼핑몰에 표시된 기준, 일반제품보다 300~400만원 정도 비쌉니다. AI 기능이 아직은 세탁기나 냉장고 본연의 필수 기능처럼 인식되진 않기 때문에 가격 수준이 적합한지 판별하기는 어렵습니다. 이제 막 출시되기 시작한 AI 신제품은 시행착오를 거치기 때문에 구매 수요 내 관망세도 만듭니다.
이처럼 높은 가격은 AI 제품 상용화나 대중화의 걸림돌이 됩니다. 중국은 벌써부터 이 부분을 파고들어 가격공세를 벌이고 있습니다. 앞서 알리바바 등이 AI 서비스 가격을 대폭 낮추며 치킨게임도 한창입니다. 하반기 출시할 아이폰16은 갤럭시폰처럼 온디바이스 AI(애플 인텔리전스)를 탑재하지만 가격은 기존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 될 전망입니다. 경기 부진 탓에 소비자의 지갑이 얇아진 사정이 작용합니다. AI 개발에 막대한 비용이 들고 있지만 시장 선점을 위해 가격을 올리기 어려운 상황이 녹록지 않습니다.
LG전자 AI 홈 전시관에 관람객이 북적인다. 사진=LG전자
LG전자 IFA 전시장. 사진=LG전자
삼성전자 IFA 프레스컨퍼런스 모습. 사진=삼성전자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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