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그램 창업자 파벨 두로프가 프랑스서 체포됐습니다. 국내에서도 N번방에 이어 딥페이크까지 텔레그램을 경유했던 범죄가 사회적 이슈였던 만큼 관심이 쏠립니다. 창업자가 직접 범죄를 자행한 것은 아니지만 플랫폼 사업자가 감시나 당국 협조에 소홀했단 이유로 체포된 것입니다. 사회적, 인륜적 가치를 무시하고 IT서비스, 플랫폼 비즈니스의 과도한 발달이 이뤄지고 있습니다. 제동이 필요한 시점에서 텔레그램 사례가 시사점을 줍니다.
마약 청정국이었던 한국에 불현듯 클럽 등 유흥문화와 섞인 마약 범죄가 자리잡게 됐습니다. 마약이 들끓기 시작한 시점은 코인과 메신저, 플랫폼, 스트리밍서비스 사업의 부흥과 연결됩니다. 마약 유통이 수월해졌기 때문에 늘어난 것이란 합리적 의심을 낳습니다. 범람하는 코인과 스트리밍서비스는 각종 범죄의 돈세탁 수단이 되고 있습니다.
신종 범죄 수법에 규제가 따라가지 못하는 과도기에서 극악한 범죄들이 자행되는 게 아닌가 우려됩니다. 보안성을 내세워 시장을 확대했던 텔레그램입니다. 창업자는 범죄 온상이 된 텔레그램 메신저를 방치했단 혐의를 받습니다. 구체적으로는 당국이 범죄 수사 협조 요청을 했으나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용자에게 어필하기 위해 보안성을 내세운 비즈니스 방침을 고수한 것이겠지만 기업윤리를 저버린 문제입니다.
국내선 최근 딥페이크 문제로 텔레그램 이슈와 연결됩니다. 국내 수사당국이 텔레그램 측에 협조를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애초 딥페이크는 무슨 목적으로 기술을 개발한 것인지 저의가 의심됩니다. 딥페이크가 대체 인류에 어떤 이로움을 주는 걸까요. 물론 단순히 오락을 위해서도 개발할 수는 있지만 범죄 이용 가능성이 농후했습니다. 그런데도 기술을 만든 개발자나 범죄가 충분히 예상됨에도 미리 제재하지 않았던 국가와 제도가 허술합니다.
그런 허술함 때문에 많은 양심 없는 사업가들은 또다른 돈벌이 수단을 강구할 것입니다. 인공지능(AI) 발달로 더욱 다양한 기술의 상업화가 예견됩니다. 그 속에 또 얼마나 많은 신종 범죄가 출현할지, 또 그래서 무수한 피해자를 만들지 두렵습니다. 사업가는 텔레그램처럼 사용자 편의를 내세워 상업성을 높이겠지만 기업이윤을 위해 기업윤리를 저버리는 사업행태는 지탄받아야 합니다.
요즘 글로벌하게 강조되는 ESG가 왜 중요한지 텔레그램 사례로 입증됩니다. 소비자의 인지가 중요합니다. 기업윤리가 없는 주체의 서비스는 소비자가 거부해야 합니다. 여느 메신저가 그렇듯이 주변에서 쓰면 안 쓸 수가 없게 됩니다. 다같이 쓰지 않도록 사회 인식이 개선돼야 합니다. 텔레그램 창업자가 구속된 것에 대해 창업자를 지탄하는 여론은 딱히 감지되지 않습니다. 되레 의아해하는 반응만 매스컴을 통해 전달됩니다. 그런 무관심이 N번방, 딥페이크 같은 범죄를 양산하고 있습니다. 사회가 나서 윤리가 없는 기업 서비스는 거부해야 합니다.
이재영 산업1부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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