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 대해 못마땅한 점도 있었습니다. 이 회장은 뉴라이트 사관을 실행하는 현 정부를 비판하면서도 그 과녁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뺐습니다. 대통령의 주변 인사들이 문제라는 것이었습니다. 주지하듯 현재 '뉴라이트 전면화'의 장본인은 다른 누구도 아닌 윤 대통령입니다. 이 회장이 아무리 아들(이철우 연대 교수)의 50년 지기인 윤 대통령에게 멘토 역할을 했다 하더라도 윤 대통령을 직접 비판하지 않는 것은 변죽만 울리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그에게도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은 마지노선이었던 듯합니다. 백선엽 장군 본인이 간도특설도에서 독립군을 토벌했다고 인정했는데도 이를 아니라고 하는 인물이 김형석 관장입니다. 이 회장은 이런 김 관장 문제와 관련해 세 번이나 윤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던 사실을 공개하면서 배신감을 공개 표출했습니다.
김형석 관장에 대한 비판이 최고조로 향하던 지난 12일 윤 대통령은 국가안보실장에 신원식 국방부 장관을 임명했습니다. 이완용을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감싸고,"대한제국이 존속했다고 해서 일제보다 행복했다고 확신할 수 있냐"고 식민지 근대화론을 설파한 그는 이 회장에 대해서도 "대한민국 정체성을 져버린 광복회장"이라고 했던 인물입니다. 국가안보실장은 대한민국의 외교·안보 전체를 관장하는 자리입니다.
윤 대통령의 '배신'과 이에 따른 이 회장의 독자적인 광복절 기념식으로 윤 대통령과의 관계는 파탄 난 듯합니다. 윤 대통령 쪽 인사들은 이 회장을 '일본 극우의 기쁨조'라는 막말까지 써가며 비난합니다. 막말의 강도는 이들의 위기감을 그대로 반영합니다.
"올해 제가 89세입니다. 운명인지 모르겠지만 이승만 대통령 시대부터 현재 윤석열 대통령 시대까지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역사를 지켜봐 왔습니다. 긴 역사 속에서 역사는 권력의 편이 아니라 정의의 편이었습니다. 절대 역사를 배반하지 않겠습니다."(8월 15일, 정부와 별도로 광복회가 주최한 광복절 기념식 중 공식 기념사 이후 발언)
이 회장의 답변입니다. 이명박정부가 처음 시도했다가 실패한 뉴라이트 전면화가 이 정부에서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국가정체성을 상징하는 독립기념관, 한국학중앙연구원, 국사편찬위원회, 동북아역사재단,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까지 이들이 장악했습니다. '참보수' 할 만한 인사가 별로 없는 우리 사회에서 그의 역할이 막중합니다.
황방열 선임기자 hb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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