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주인 바뀐 초록뱀미디어…첫 과제는 '초록색깔 지우기'
1800억원에 큐캐피탈과 주식매매계약
초록뱀그룹 지분 정리, 엑시트 성공 첫걸음
2024-08-19 06:00:00 2024-08-19 06:00:00
이 기사는 2024년 08월 14일 17:00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최윤석 기자] 드라마 '나의 아저씨', '나의 해방일지' 등을 제작한 초록뱀미디어(047820)가 드디어 새 주인을 찾을 전망이다. 대주주가 씨티프라퍼티(옛 초록뱀컴퍼니)에서 사모펀드(PEF) 큐캐피탈파트너스(이하 큐캐피탈)로 바뀌게 된다. 하지만 큐캐피탈 입장에서는 초록뱀미디어에서 초록뱀그룹 지분 정리 등 과제가 산적하다.  
 
큐캐피탈, 초록뱀미디어 인수
 
14일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초록뱀미디어는 최대주주 씨티프라퍼티(구 초록뱀컴퍼니)가 보유한 초록뱀미디어 주식 961만6975주를 큐캐피탈파트너스의 '2021 큐씨피 제15호 사모투자 합자회사'에 1800억원에 양도하는 내용의 주식양수도 계약이 체결됐다고 공시했다.
 
앞서 지난 6월4일 초록뱀미디어는 최대주주 지분 매각을 위한 본입찰을 진행했다. 당시 큐캐피탈을 포함해 캑터스PE-KG컨소시엄과 NEW·래몽래인 등의 인수 후보자가 본입찰에 참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체결에 따라 큐캐피탈은 초록뱀미디어 지분 39.33%를 보유한 최대주주가 될 예정이다. 예상되는 거래 종결 일자는 11월29일로 경영권을 확보하면 한국거래소가 의결한 초록뱀미디어의 상장폐지 사유도 해소될 전망이다.
 
지난해 10월 한국거래소는 원영식 전 초록뱀그룹 회장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조세, 자본시장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자 상장폐지를 의결했다. 올 1월에는 12개월의 개선기간을 부여했다. 초록뱀미디어가 상장폐지를 면하고 정상화하기 위해선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매각이 이뤄져야 하는 상황이다. 
 
초록뱀그룹 지분 정리, 엑시트 위한 첫걸음
 
초록뱀미디어가 상장폐지 위기에 처한 것은 원영식 전 회장의 사법 리스크 때문이다.
 
원 전 회장은 본래 서울 명동 사채시장에서 고리대금업을 하다 인수·합병(M&A) 시장에 발을 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스닥 시장의 큰 손이자 기업사냥꾼으로 불린다. 국내 2위 가상자산 거래소인 빗썸 관계사에 대한 횡령 등의 혐의(자본시장법 위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지난해 구속됐다가 보석으로 풀려났다. 당시 검찰은 원 전 회장이 배우 박민영의 전 연인인 빗썸 실소유주 강종현을 앞세워 빗썸을 활용한 관계사들의 주가 조작에 관여한 것으로 판단했다.
 
금융당국은 원 전 회장이 자녀 소유 법인에 초록뱀미디어 전환사채(CB) 콜옵션을 무상으로 부여한 혐의로 구속되자 상장폐지 의결까지 일사천리로 진행시키기도 했다. 원 전 회장을 자본시장에서 퇴출시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사진=초록뱀미디어)
 
큐캐피탈은 이에 초록뱀미디어 정상화 첫 번째 과제로 원 전 회장 지우기에 나설 전망이다. 우선적으론 복잡하게 얽힌 초록뱀그룹 관련 지분 정리가 떠올랐다. 실제 초록뱀미디어는 초록뱀그룹의 사실상 중간지주사 역할을 해왔다.
 
초록뱀그룹 지배구조에서 원 전 회장일가가 지분 100% 보유한 오션인더블유가 씨티프라퍼티의 21.19%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최근까지 씨티프라퍼티가 초록뱀미디어의 대주주로 있으며 초록뱀미디어의 자회사인 에스메디(현재 매각됨)와 티엔엔터테인먼트가 씨티프라퍼티의 지분 11.62%, 10.59%를 보유하고 있다.
 
이와 함께 그간 원 전 회장과 관련해 이름을 올린 계열사 매각도 큐캐피탈이 풀어야 할 숙제다. 지난 2023년 사업보고서상 초록뱀미디어가 출자한 법인은 매각이 완료된 에스메디를 포함해 23곳, 장부가액만 1281억원에 달한다. 이어 주요 자회사인 티엔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출자한 곳까지 합하면 총 32개 법인에 1336억원이 출자된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가운데 19곳은 정확한 사업 내용을 확인하기 어려운 투자조합 형태 법인이다. 앞서 원 전 회장은 이들 조합을 통해 주식 지분을 취득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만큼 출자금 정리가 시급한 상황이다.
 
콘텐츠 제작사 핵심은 결국 '본업'
 
오너 리스크로 곤욕을 치르기는 했지만 초록뱀미디어는 사실 본업인 콘텐츠 제작에 있어선 국내 대표 기업 중 하나다. 드라마 '올인'과  '불새', '주몽', '추노'도 초록뱀미디어 작품이다. 
 
(사진=초록뱀미디어)
 
최근에는 종합편성채널 MBN를 통해 새 금토미니시리즈 '나쁜 기억 지우개'도 선보였다. 동방신기의 전 멤버 김재중이 출연해 화제를 모았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초록뱀미디어의 흥행 성적은 기대에 못 미쳤다는 평가다. ‘펜트하우스’ 김순옥 작가의 신작 ‘7인의 탈출 시리즈’는 제작비 470억원이 투입됐지만 평균 시청률은 3% 대에 머물렀다.
 
MBC에서 방영된 ‘열녀박씨 계약결혼뎐’은 평균 시청률 7%대로 흥행에 성공했지만 국내 지상파에서만 머물러 수익성에는 한계가 있었다는 평가다.
 
장지혜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방송 광고 시장이 올해에도 전년 대비 1.8% 축소되고 드라마 제작 물량도 전년에 비해 감소하거나 유지될 것"이라며 "콘텐츠 제작사의 수익성은 해외 판매 개척에 달렸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주제와 규모의 작품 위주로 제작이 필요하다"라고 진단했다.
 
최윤석 기자 cys5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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