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불안에 경기 부진…다시 시작된 기름값 눈치전
전쟁 불안에 유류세 환원까지 재고 늘려야 하지만
폭락한 두바이유가…경기침체 우려 급증
정유사도 주유소도 관망세 짙어
2024-08-05 14:35:23 2024-08-05 15:55:53
 
[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8월말 재차 유류세 환원을 앞둬 정유사와 주유소 등 석유 재고를 두고 눈치전이 재개될 전망입니다. 정유사가 스폿물량(현물)을 잠궜던 지난 6월말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집니다. 다만 중동 전쟁 불안이 고조돼 그 때보다 변수가 많아졌습니다. 경우에 따라 주문량이 한꺼번에 몰리며 6월말처럼 정유사와 주유소 간 분위기가 험악해질 수도 있습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유류세 환원으로 기름값이 오를 것을 고려하면 미리 재고를 확충해야 하지만, 글로벌 경기 부진 탓에 국제유가가 폭락하면서 정유사와 주유소 모두 고민이 깊어졌습니다. 주유소 관계자는 “8월말에 세금을 환원하면서 6월말과 똑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인데 지금 하마스 분쟁으로 유가를 예측하기가 애매해졌다”며 “재고를 비워두고 변수를 주시하는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주유소 가격표시판. 사진=연합뉴스
 
중동 전쟁이 발발하면 유가가 올라 미리 확보해둔 재고는 이익을 봅니다. 하지만 최근 긴장 상태 속에도 두바이유가는 폭락했습니다. 미국과 중국 등지에서 경제 지표가 부진해 경기둔화 혹은 경기침체가 벌어질 우려가 더 크게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전쟁이 터져 기름값이 오르면 정부가 유류세 환원을 미룰 수도 있습니다. 6월에는 지금쯤 주문량을 늘릴 수요가 뚜렷했지만 현재는 관망세가 짙습니다.
 
근래 실적이 부진한 정유사도 유가가 급등락해 재고 관리에 긴장하고 있습니다. 1분기 두바이유가는 분기 내내 꾸준히 올랐습니다. 반면 2분기엔 급등했다가 분기 말로 갈수록 폭락했습니다. 급등할 때 미리 사둔 재고가 많았다면 이득이 크지만 반대의 경우 손실이 큽니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2분기 석유사업 영업이익이 전분기보다 4469억원 감소했습니다. 재고자산에 평가손실이 발생하면 매출원가에 반영돼 영업이익을 줄이게 됩니다. 1분기 전체 매출은 18조8551억원에 6247억원 영업흑자를 봤습니다. 2분기엔 매출 18조7991억원에도 458억원 영업손실로 전환했습니다. 매출은 560억원 감소한 데 비해 영업이익은 6705억원이나 줄었는데, 매출원가가 커진 탓입니다.
 
중국은 제조업구매관리자지수(PMI)가 기준선인 50을 한회한 지 3개월째 됐습니다. 이에 따른 석유수요 둔화 우려가 유가를 누르고 있습니다. 미국 역시 50을 하회한 데다 실업률이 상승하는 등 고용 지표도 부진합니다. 미국 내 석유시추기수가 늘어나 공급량이 커진 점도 무겁게 작용합니다. 미국 내 공급확대는 과거 국제유가가 20달러까지 폭락했던 유인이 됐던 바, 전쟁 불안에도 재고를 쌓기 어렵게 만듭니다.
 
정유사 관계자는 “중동 전쟁이 발발할 분위기면 유가 인상이나 수급 문제 때문에 글로벌 단위에서 재고 확충 수요가 늘어난다”며 “하지만 시황은 거꾸로 움직여 경기침체 신호가 더 크게 작용하고 있다. 재고 타이밍을 잡기가 어렵다”고 전했습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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