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은행 'GCF 인도네시아 사업', 2년째 '표류'
2022년 GCF 이사회 승인 뒤 1년 9개월째 '제자리'
인도네시아 현지 진출 기업 "사업 진행 어려워"
국감 조직보강 지적 받았지만 GCF 소속만 바꿔
산은 "이해관계자 조율 필요…시기 알 수 없어"
2024-07-30 06:00:00 2024-07-30 09:23:39
 
[뉴스토마토 임지윤 기자] KDB산업은행이 2022년 10월 국제기구 'GCF' 로부터 인도네시아 산업계 환경 개선 사업을 위해 1억500만달러 규모(약1451억원)의 기금을 유치했지만, 2년 가까이 해당 기금을 집행하지 않아 사업이 표류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사업을 조속히 진행하라는 지적을 받았음에도 조직만 옮기는 등 시늉에 그쳤습니다. 인도네시아에 진출, 기금 집행을 기다리는 국내 중소기업들의 속은 타들어갑니다. GCF는 기후변화로 인한 개발도상국의 경제적·비경제적 손실과 피해 지원을 목적으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산하에 설립된 기후위기 관련 최대 규모의 기금입니다.
 
29일 금융업계 등에 따르면 산업은행은 지난 2022년 10월 인천에서 열린 녹색기후기금(GCF) 34차 이사회에서 '인도네시아 산업계 에너지 효율 개선 사업(FP196 시리즈)' 목적으로 1억500만달러 규모의 기금을 유치했습니다. 해당 프로젝트는 인도네시아 중소기업의 낡은 산업시설 에너지 효율 개선에 필요한 자금을 저리로 조달할 수 있도록 현지 금융기관 대출에 보증을 지원하는 사업입니다. 당시 산업은행은 "국내 최초 GCF AE이자 국내 유일의 GCF 사업 승인 실적을 보유하게 됐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했습니다. 
 
AE는 GCF에 기후변화 대응 관련 사업제안서를 제출하고 이사회 승인이 이뤄지면 개발도상국에서 관련 프로그램을 실행하는 역할을 맡습니다. 국내 GCF AE로는 산업은행, 한국국제협력단(KOICA), SK증권 등 3곳이 있는데, GCF로부터 자금을 유치한 곳은 산업은행이 유일합니다. 
 
한국산업은행 전경. (사진=산업은행)
 
현지 한국기업들 "자금 집행 늦어져 어려워"
 
문제는 GCF가 인도네시아에 진행하는 다른 사업과 비교해 진행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입니다. GCF가 기금을 투입해 진행하고 있는 인도네시아 사업 17개 가운데 이사회 승인 이후 1년 9개월이 지나도록 집행되지 않은 프로젝트는 산업은행이 AE를 맡고 있는 FP196 시리즈가 유일합니다. 통상 이르면 1달, 1년 내외로 집행이 완료되는 게 보편적입니다.
 
이를 지켜보는 현지 기업들의 속은 타들어만 갑니다.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한 국내 기업 관계자는 "GCF 이사회로부터 1억달러(1382억원) 규모의 자금을 승인받은 지 1년9개월이 지났는데, 지금까지 사업이 전혀 진척이 안 되고 있다"며 답답해했습니다. 
 
현지 기업인들은 산업은행이 인도네시아 사업 이외에도 GCF에서 유치한 타 국가 기금까지 합치면 3억달러 이상 되는 기금을 유치했음에도 관리 담당이 4명에 불과한 것에 대해서도 "산업은행이 대규모의 GCF 기금을 유치해놓고 전혀 일을 하지 않고 있다"며 분통을 터트리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2년 가까이 사업 진행이 지지부진함에도 불구, 산업은행은 관련 기금 유치를 대대적으로 홍보하며 자화자찬만 했습니다. 지난 3월 '캄보디아 기후 금융 지원 프로그램' 승인 당시엔 "GCF 이사회가 찬사와 함께 만장일치를 했다"며 1억달러 유치 소식을 전했습니다. 이달 동남아시아 5개국 대상 '기후 테크기업 해외 진출 지원 프로그램'으로 2억2000만 달러를 승인 받았을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산은, 국감 지적에도 조직 소속만 바꾸고 조직원 보강 안해 
 
상황이 이런데도 산업은행은 느긋합니다. 지난해 산업은행은 국정감사에서 'GCF AE'로서 관련 조직과 기능을 강화하라는 지적을 받은 바 있습니다. 당시 강석훈 회장은 "전 은행 협조를 받아 하는 구조로 돼 있다"며 "GCF 발전 속도에 따라 인원도 보완하는 방법을 추가 검토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도 산업은행은 국회 지적에 '시늉'만 했을 뿐, GCF 기금 집행이 속도를 낼 수 있는 실질적인 조치를 하지 않았습니다. 산업은행 등에 따르면 GCF 업무를 담당하는 기후변화사업팀은 팀장 1명, 팀원 3명으로 총 4명입니다. 해당 팀은 지난 1월 조직개편을 통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센터에서 해외 사업실 산하로 이동했을 뿐, 국회 지적 이후에도 조직원은 보강되지 않았습니다. 
 
기획재정부도 산업은행의 GCF 사업이 지연되는 것과 관련해 상당한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3월 캄보디아 기후 금융 지원 프로그램에 이어 7월 기후 테크기업 해외 진출 지원 프로그램까지 GCF 이사회로부터 자금이 승인된 상황이라 산업은행은 일거리가 본격적으로 많아질 것"이라며 "3억달러 넘게 집행해야 할 상황이라, 인원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산업은행 측은 GCF 기금 집행이 늦어진 것을 인정하면서도 시기에 대해 확정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현지 파이프라인 등을 개발할 예정인 8곳 실행기구 선정에 대한 GCF 승인까지 완료한 상태"라며 "GCF가 요구하는 추가 조건 달성 등 민간분야의 일반적인 GCF 사업 추진 단계를 진행하고 있다"고 해명했습니다.
 
인도네시아 현지에 진출한 국내 중소기업의 기후 탄력 농업 현장. (사진=뉴스토마토)
 
임지윤 기자 dlawldbs20@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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