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출범한 <뉴스토마토> 정책금융연구소는 '1사 1법'으로 되어있는 각 기관에 근거법을 바탕으로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공개 질의하는 기사를 연재하고 있습니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중소기업은행 등 11개 정책금융기관에 지난달부터 질의서를 전달했고, 답변을 요청했습니다. 지난 18일 '한국산업은행'편을 시작으로 총 6개 기관의 질문지를 지면에 실었습니다. 다음 달 1일까지 나머지 5개 기관에 대한 질의서를 차례로 게재할 계획입니다.
각 기관의 목적을 명시한 근거법 제1조 문항과 재원 마련 및 업무 등의 내용에 대해 물었습니다. 기관 이사장이 이사회 의장이 된다는 이사회 관련 조항에 대해서는 다수 기관에 공통적으로 질의했습니다. 이는 기관장이 이사회 의장이 된다는 내용을 담은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기반하고 있지만 최근에 대두되고 있는 ESG 경영과 배치되기 때문입니다. '타 기관과 업무 중첩'이나, '지분 인수 기업의 구조조정 실패 책임' 같이 까다롭고 어려운 질문도 있었습니다. 이 때문에 다수의 기관이 질의에 답하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다만 기술보증기금을 비롯한 일부 기관이 답변지를 작성해 보내왔습니다. 기보의 경우 출연금보다 자체 재원을 마련할 수 있는 형태인 공사 전환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도 있었어요. 기보 측은 이에 대해 "타 공사 혹은 정책금융기관과의 중복성이나 각종 비용 회수 방안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구조를 설계할 필요가 있다"는 답변을 내놓았습니다. 중소벤처기업부 산하기관으로서 답변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었을 겁니다. 여러 사정을 감안해 접근해야 한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지만요. 이 질문을 비롯해 법에 근거한 다양한 문항에 답을 하면서 급변하는 산업환경에서 기보의 역할과 정체성에 대해 새롭게 고민했으리라 생각됩니다.
질의서 형식의 기사가 나가고, 다양한 반응이 쏟아졌습니다. 이제껏 보지 못했던 근거법을 기반으로 한 새로운 질문에 놀랐다는 평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답변 없이 질문만 게재된 기관의 한 종사자는 "(답변을 보내지 않은 것이) 소관부서의 방침이었겠지만, 기관에 대해 깊이 있는 고민과 분석이 담긴 <뉴스토마토> 질의에 투명하게 답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답을 내놓지 않아 '불통'의 이미지가 된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고 말했습니다. 내부 직원들도 궁금해할법한 기관의 현주소와 나아갈 방향에 대해 투명하고 허심탄회하게 답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역력했습니다.
'정책금융기관에 묻습니다'질의는 각 기관의 법상 설립된 목적에 대해 다시 돌아보고, 초심을 다잡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수 십 년 전에 만들어진 법이나 조항과 현재 상황을 비교하며 고쳐야 할 것과 유지해야 할 것 등을 구분해 운영 방침을 세울 수 있는 기회로 삼아도 무방할 것입니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글로벌 생태계를 이끌 중소·벤처·스타트업 육성에 최적화된 정책금융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마지막으로 어려운 질문이었지만 공공기관으로서 언론의 질의에 성심성의껏 답변한 기보를 비롯한 일부 기관에 감사를 표합니다.
이보라 정책금융팀장 bora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고재인 자본시장정책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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