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세단의 시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한때 자동차(승용차)의 대명사로 통하던 세단 판매량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데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세단 모델을 단종하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주력으로 키우고 있습니다. 또 전기차로 넘어오면서 SUV가 공간 활용성은 물론 승차감까지 갖추면서 세단의 경쟁력이 약해졌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15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세단(국산차 기준) 판매량은 46만770대로 2014년 80만1685대와 비교해 42.5% 줄었습니다.
국내 세단 판매량.(그래픽=뉴스토마토)
2018년 70만대선 붕괴한 이후 2021년에 60만대선이, 2022년엔 급기야 50만대선이 무너졌습니다. 올해 역시 상반기 기준 15만6555대에 그쳐 이 추세라면 30만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올해는 이달부터
기아(000270)가 2012년 출시한 준중형 세단 K3 생산을 종료하면서 세단 판매량의 감소세는 더욱 두드러질 전망입니다. 또 국내 대표 세단인
현대차(005380) 아반떼와 그랜저 모두 올해 상반기 각각 전년동기대비 25.7%, 45.3% 감소하며 인기가 줄고 있고 쏘나타와 K5는 택시 모델 출시로 명맥을 이어가는 수준입니다.
세단 판매량이 줄어드는 이유는 SUV의 상품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인데요. 과거 SUV의 단점으로 꼽혔던 승차감과 소음, 진동 등이 해소되면서입니다. 오히려 넓은 시야와 적재공간 등 SUV의 강점이 부각됐죠.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차는 세단이었지만 2017년부터 분위기가 바뀌었다"며 "싼타페, 쏘렌토 등 중형 SUV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고 소형 SUV 등장으로 정점을 찍었다"고 말했습니다.
현대차 그랜저.(사진=현대차)
현대차는 세단 생산라인을 SUV로 바꾸는 것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올해 초 생산라인 재조정을 통해 제네시스 세단(G70·G80·G90)을 만드는 울산5공장에서 팰리세이드를 함께 생산하고 또 아반떼, 베뉴 등을 만드는 울산3공장에선 투싼도 생산합니다. 생산 단계에서도 세단이 찬밥 신세가 되고 있는 셈이죠.
세단의 인기가 하락하자 국산 세단이 단종되는 사례도 늘고 있습니다. 르노코리아 SM6는 조만간 단종 수순을 밟을 예정입니다. 한국지엠은 2022년 11월 말리부를 단종시켰습니다. SM6가 단종되면 르노코리아,
KG모빌리티(003620), 한국지엠의 세단 판매는 전무합니다. 현대차의 경우 쏘나타와 제네시스 G70 단종설이 제기되고 있죠. 기아는 지난 3월 공개한 준중형 세단 K4의 경우 국내 출시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예전엔 쏘나타가 자동차 시장에 허리를 맡고 그랜저가 최고급 모델 역할을 했지만 그랜저가 쏘나타 판매량을 뛰어넘고 제네시스 등장으로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아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수입차 시장도 마찬가지입니다. 지난해 수입차 세단 판매량은 13만9978대로 2013년 11만9000대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상반기에도 6만358대에 그쳤습니다.
전기차 시대에는 SUV 강세가 더욱 두드러질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전기 SUV는 세단 못지않은 승차감과 더불어 높은 공간 활용성이 장점으로 꼽힙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은 세단 보단 전기 SUV를 앞 다퉈 내놓고 있는 이유죠.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세단형 모델들이 계속 감소하고 있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다"며 "전기차의 경우 테슬라처럼 과서 세단 형태에서 벗어나 하이브리드 디자인 모델이 다양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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