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조선업계에 노동조합의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하투가 본격화됐습니다. HD현대와 한화그룹의 조선업 계열사 노동조합들은 정기선 HD현대그룹 부회장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을 타깃으로 세우고 교섭 테이블에 직접 나오라고 촉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양 그룹의 오너가 노사 갈등 문제에 무관심하다는 논리입니다. 이에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수주 훈풍을 이어가고 있는 국내 조선사들이 시위와 파업 등 일명 '노조 리스크에' 전전긍긍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HD현대의 조선 계열 3사(HD현대중공업·HD현대삼호·HD현대미포)가 포함된 민주노총 금속노조 HD현대중공업지부는 5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서 '공동교섭 및 하청노동자 교섭 책임자 정기선 교섭 촉구 결의대회'를 열었습니다. 이들 조합원들이 올해 수도권에 상경해 집회를 벌인 건 이날이 처음입니다.
금속노조 HD현대중공업 지부에서 5일 오후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서 집회를 열고있는 모습.(사진=뉴스토마토)
이들이 집회를 벌인 이유는 조선업 호황에도 막대한 이윤이 계열사가 아니라 지주사인 HD현대로 집중되고 있다는 명분에서입니다. 그러나 HD현대는 조선 계열 3사와 하청노동자들의 임단협 교섭 요구에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HD현대삼호 노조 지회장은 "HD현대는 우리 조선소 노동자들이 죽도록 일하고 있지만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며 "그 이유는 재벌세습이고 HD현대와 정기선은 우리를 난도질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때문에 이들은 최종 결정권자인 정기선 HD현대그룹 부회장이 직접 교섭 테이블에 나와야한다고 요청했습니다. HD현대미표 노조 관계자는 "우리 동지들을 길거리로 내몰고, 말로만 상생이니 가족이니 악질같은 짓을 해왔다"며 "진정한 노사관계를 맺어야하지 않겠는가"라고 꾸짖었습니다.
한화오션(구 대우조선해양)도 노조와의 갈등 수위가 거세지고 있습니다. 금속노조 한화오션지회는 지난달 27일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에게 공문을 전달하기 위해 김 부회장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된 차량을 막아섰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측 직원과 노조 조합원 양측의 물리적 충돌로 2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습니다.
노조는 한화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할 시기인 작년 직원들에게 약속한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300%를 사측이 지급하지 않고 있고, 단체협약도 31개 조항을 개악하려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한화오션 노조 관계자는 "인수 당시 합의한 RSU 지급을 즉각 이행하라"며 "김 부회장은 노조와 즉각 대화에 나서라"고 요구했습니다.
사측은 RSU는 매출 목표 달성이라는 전제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지급하지 못했고, 단체협약은 노사 간 요구사항을 교환한 뒤 협상을 진행 중이라고 해명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오션은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노조와의 약속 이행과 관련한 문제라 더 중층적"이라며 "한화의 조선소 경영 능력은 복잡한 노사관계를 어떻게 풀어가느냐에 달려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화오션 노조가 지난 3일 거제사업장에서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탑승한 것으로 추정한 차량을 막아선 모습, (사진=한화오션 노조)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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