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국내 굴지 기업들이 수소경제 생태계 구축에 본격적으로 달려들고 있습니다. 글로벌 컨설팅기업 딜로이트는 2022년 1600억달러(약 221조원)이던 수소 시장이 2050년 1조4000억달러(약 1940조원)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는데요. 2030년을 기점으로 수소 수요가 가파르게 늘어 탄소중립 목표 원년인 2050년에는 1년 중 78일에 해당하는 에너지가 수소로 충당될 것이라는 분석(맥킨지앤드컴퍼니 보고서)이 나올 정도입니다.
하지만 아직 제대로 된 인프라와 큰 수요가 없는 게 현재의 수소 시장입니다. 이런 상황에 국내 기업들은 저마다 수소 시장의 선구자를 자처하며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해 현재의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입장인데요. 이들 수소 사업 방향의 큰 축은 수소 모빌리티, 수소 충전인프라, 수소 에너지 등 세 가지 분야로 요약됩니다. 특히 수소차는 정부가 주도하고
현대차(005380)·
SK(034730)·
효성(004800) 등이 투자하고 있는 수소 산업 생태계의 핵심입니다.
수소경제 활성화 로드맵.(그래픽=뉴스토마토)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수소 모빌리티 제조를 넘어 수소 에너지를 기반으로하는 생태계 구축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룹 내 각 계열사를 바탕으로 수소의 생산, 저장, 운송 및 활용의 모든 단계에서 최적화된 맞춤형 패키지를 제공한다는 계획이죠.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 수소 에너지를 생산하고 현대글로비스가 수소 에너지 저장과 운송, 현대차와 현대로템이 수소연료전지 기반의 수소 전기차·전기트램 등을 출시하는 방식으로 구축돼 있습니다.
중심이 되는 수소 모빌리티의 경우 내년 넥쏘 후속 모델을 출시하는 한편 발전, 트램, 항만, 선박, 미래항공모빌리티(AAM) 등 비차량 분야에도 수소를 접목한다는 방침입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는 중단거리 무공해용으로 주로 활용을 하고 수소전기차는 큰 힘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장거리 트레일러, 버스, 선박, 중장비 등 대용량 쪽으로 방향을 설정해서 미래를 기약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달 현대모비스로부터 국내 수소연료전지사업을 인수하며 수소연료전지 연구개발부터 생산까지 일원화했는데요. 수소연료전지시스템은 수소차의 가격, 연비 등 시장성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핵심 부품입니다. 현대차는 R&D 영역과 생산 영역의 밸류체인 연결을 통해 수소연료전지의 성능 및 내구성, 생산 품질을 향상시켜 수소차 보급 확대에 기여한다는 전략입니다.
장재훈 현대차훈 사장이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만달레이베이 컨벤션 센터에서 개최된 CES에서 수소 솔루션에 대해 발표하고 있다.(사진=현대차)
현대차는 오는 10월 준공 예정인 미국 조지아주 전기차 전용에 수소 충전소 인프라를 설치하고 엑시언트 수소전기트럭을 물류망에 도입할 예정입니다.
수소 생산을 위한 기술 개발에도 투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수자원이 제한적인 지역에서도 생활폐기물을 통해 수소를 생산할 수 있도록 △유기성 폐기물을 수소로 전환하는 방식과 △폐플라스틱을 수소로 전환하는 방식의 자원순환형 수소 생산 기술 2종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수소의 저장, 운송 및 활용을 위한 기술 또한 개발 중인데요. 수소는 액체, 기체 및 고체 방식으로 저장이 가능하며 천연가스와 마찬가지로 육상, 해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운송이 가능합니다.
최근 세계최대 수소기업 CEO 협의체인 수소위원회 공동의장에 오른 장재훈 현대차 사장은 "수소 생태계 리더십 확보를 위한 그룹사 협업 체계를 강화하고 자원순환형 수소생산, 기술개발, 상용차 확대를 지속 추진해 수소사업 기반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SK E&S 인천 액화수소플랜트에서 생산한 액화수소를 실은 액화수소 탱크 트레일러가 이동하고 있다.(사진=SK E&S)
SK그룹도 SK E&S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수소 공급을 통해 수소 모빌리티 보급 확대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SK E&S는 지난 5월 인천에 연 3만톤 규모의 세계 최대 규모 액화수소플랜트를 준공했습니다. 3만톤은 수소버스 약 5000대를 1년간 운행할 수 있는 양입니다.
SK E&S는 대규모 액화수소 생산뿐만 아니라 액화수소 충전 사업도 함께 추진해 전주기 수소모빌리티 생태계 조성에 기여한다는 계획인데요. 기체 상태인 수소를 액화하면 부피가 800분의 1로 줄어 저장·운송에 유리, 경제성·효율성·안정성이 강점입니다.
SK E&S는 자회사 SK 플러그 하이버스를 중심으로 전국에 액화수소 충전소 약 40개소 구축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인천에서 생산된 액화수소는 이천, 부산, 청주 등 전국에 설치될 충전소를 통해 각 수요처에 공급될 예정으로 올해 약 20개소의 액화수소충전소 운영 개시가 목표입니다.
효성그룹도 액화수소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효성중공업은 지난 5월 세계 최초로 수소 엔진발전기 상용화에 성공했습니다. 울산 효성화학 용연2공장에 설치한 수소엔진발전기는 100% 수소로만 발전이 가능합니다.
효성중공업이 지난 4월부터 울산 효성화학 용연공장에서 가동중인 수소엔진발전기. 세계 최초로 상업 운전이 가능한 100% 수소 전소 발전기다.(사진=효성)
또 연내 용연 3공장에 액화수소공장을 완공하고 가동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연간 1만3000톤 규모의 액화수소를 생산하며 중장기적으로는 3만9000톤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이곳에서 생산된 액화수소는 효성중공업과 린데의 합작법인 효성하이드로젠을 통해 충전소 등으로 공급될 예정입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수소 모빌리티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안정적 수소가격 시장 형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합니다.
이슬기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수소 가격의 안정화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도달할 수 있으므로 대량 생산 및 대량 소비를 위한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며 "수소 모빌리티의 중심을 승용차에서 상용차로 점차 옮겨가 안정적 수요처를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